부채늘려 사모은 자산은 소득 뒷받침 안될땐 버블

사람들이 금융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앞으로 그 자산의 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금융자산이 올라갈 것인지, 내려갈 것인지 어떻게 아는가. 이 물음은 지금 한국은 물론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부동산에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 물음에 대한 가장 확실한 대답은 그 자산을 가지고 있으면 나에게 어떤 경제적 가치를 돌려주며, 다른 투자시장에 비해 수익이 훨씬 클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런데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할 경우 은행 저축과 같은 이자가 나오지 않는다. 여기에는 자산의 값이 올라서 얻을 시세 차익이 더 중요하다. 그럼 이 시세차익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또 부동산이나 주식의 값이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까닭은 무엇일까. 브랜드에 좌우되는 강남 부동산시장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배경이 있다. 하나는 이미 앞에서 말한 것처럼 자산이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비록 자산이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 내지는 않지만 다른 자산이 만들어 내는 가치보다 더 크게 값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즉 가치와는 별로 상관없이 다른 요소에 의해서 가격이 움직이기 때문이다.부동산과 주식의 가격 변동의 배경을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강남 부동산을 보자. 강남에 있는 주택은 대학 입학 가능성이라는 가치 외에도 소위 ‘강남’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 가치를 정확하게 가격으로 측정하기는 힘들 것이다. 사실 가치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면 거품이란 있을 수 없다. 어쨌든 사람들이 이 브랜드를 갖기 위해서 그동안의 저축이나 은행에서 빌린 돈을 들고 강남이라는 동심원으로 들어간다. 그러면 그 동심원에 먼저 들어가 있던 사람들은 신입생에게서 신고식을 받아 시세차익을 챙긴다. 나중에 들어갈수록 신고액은 더 커진다.이런 행태가 굳어지면 이제는 브랜드가 문제가 아니고 신고식이 주는 재미에 빠져 버린다. 시세차익이 주인공이 되어 버린다. 강남 브랜드 운운은 시세차익을 만들어 내기 위한 하나의 장식품에 지나지 않게 된다. 이미 집단심리가 그렇게 만들어져 버린 것이다. 이 집단심리를 깨뜨리려면 강남의 집값이 너무 올라 스스로 화산처럼 폭발할 때까지 기다리든가, 아니면 정부가 지나친 강남 동심원 신고식을 치르지 못하도록 강도 높고 지속적인 정책을 펴는 것이다. 강남 동심원에 들어가는 신입생이 신고식에서 고참에게 주는 돈은 두 곳에서 나온다. 하나는 스스로 저축한 돈이다. 다른 하나는 은행에서 빌린 돈이다. 문제는 은행에서 빌린 돈이다. 우리는 은행이 소위 말하는 신용 창조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10을 저축하면 은행은 대략 이것의 10배인 100까지 대출할 수 있다. 이렇게 돈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신용이라고 부른다. 물론 은행이 빌려 주고 싶어도 빌려 가는 사람이 없으면 돈의 양이 무지막지하게 늘어나지는 않는다.그러나 지금처럼 은행 대출 이자가 낮으면 상황이 좀 다르다. 여기에 강남 동심원에 먼저 들어가서 나중 오는 사람에게서 신고식을 받겠다는 집단심리가 만들어 지면 낮은 대출금리는 기름에 불을 지피듯이 특정분야에서 통화량을 늘린다. 보통은 과잉 신용 창조가 물가를 올리면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므로 이런 행태가 좀 수그러진다. 그러나 지금처럼 경기가 허약하고 중국 수입제품으로 물가가 잘 올라가지 않을 경우, 그리고 특정지역에만 한정될 경우 신용 창조는 계속될 여지가 매우 높다.과잉 신용 창조의 결과 중 하나인 지나친 자산가격 상승은 잘못된 것인가. 기본적으로는 가격이 가치에서 너무 떨어졌다는 점에서 그 가격은 계속 유지될 수 없다. 신용 창조란 바로 부채의 증가를 말하는 것이므로 부채 증가로 올라간 자산 가격의 상승은 금리 인상에 약할 수밖에 없다. 부채증가로 올라간 자산 가격은 마치 사람들에게 부자가 된 것 같은 환상을 심어준다. 이 환상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소득 증가가 따라주어야만 실체로 바뀐다. 지금 세계 중앙은행장들은 서로 말로 싸우고 있다. 어떤 사람은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목표는 소비자 물가만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면 성공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면 미국의 앨런 그린스펀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입장이다. 그러나 주로 유럽의 중앙은행장들은 자산가격이 심하게 올라가면 이것도 물가상승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린스펀은 내년 1월에 18년 임기를 마치는데, 최근 그동안 무시해 왔던 주택, 즉 자산의 가격에 거품이 끼어 있고, 이것이 지나치면 나중에 아주 심각한 문제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렇게 보면 그린스펀도 속으로는 낮은 금리 아래서 자산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가는 것을 늘 걱정해 왔는 지도 모른다.부동자금 단기유동성화… 주식시장 유입이제 과잉 신용과 주식의 관계를 살펴보자. 사실 주식의 가격 변화는 부동산보다 설명하기 쉽다. 왜냐하면 주식이라는 종이쪽지 뒤에는 기업이라는 실체가 있고, 기업은 장사를 해서 돈을 벌기도 하고 돈을 잃기도 하므로 이것으로 주가의 변동을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항상 그러하듯이 투자에서 문제는 언제나 미래다. 미래에 기업이 장사를 잘 할 지, 어떨 지는 알기 어렵다. 그래서 기업의 장사 성적표와 주식의 가격이 언제나 같은 시기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비록 지금 장사 성적이 나빠도 지금보다 더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주가는 올라간다. 반대로 비록 지금 장사 성적이 좋아도 지금보다 더 좋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주가는 내려간다.이때 과잉 신용이 불을 붙이면 언뜻 보아 설명하기 어려운 일들이 일어난다. 예를 들어 금리가 지금처럼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부동산으로 가는 자금이 정부 통제로 막히고, 은행은 계속해서 저축의 약 10배에 해당하는 돈을 공급하려고 하고, 이렇게 늘어나는 돈이 설비투자와 같은 장기투자로 가지 않고 단기로, 즉 유동성이 강한 형태로 몰려 다닌다면 이 과잉 유동성은 어디로 갈까. 아마 주식시장이 그 후보 중 1번이 될 것이다. 여기에 다시 기름을 더 붓는 것이 시장의 집단심리다. 비록 기업의 미래 장사 성적이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도, 그리고 이런 불경기에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중앙은행이 낮은 금리를 유지해도 투자자의 집단 심리가 미래를 두려워하고 있으면 돈은 주식시장으로 몰리지 않는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주식시장이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고, 시장의 집단심리가 조금씩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면 이것은 과잉 유동성과 합쳐서 불에 기름을 붓는 작용을 할 수도 있다. 물론 살아나는 집단심리를 다시 싸늘하게 식혀 버릴 요소는 국내외에서 많이 기다리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가 그것이고, 지나친 유가 상승도 그 중의 하나일 것이다. 기업의 장사 성적, 과잉 유동성, 그리고 집단 두려움의 정도 이 3가지의 배합이 주식시장을 끌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