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주식-신세계

미국의 ‘투자 귀재’ 워런 버핏은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업종의 기업에는 거의 투자하지 않는다. 그게 그를 ‘투자 귀재’로 만들었다.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고 변화도 빠른 정보기술(IT) 분야 등 자신이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는 업종에 속한 종목은 정확한 기업분석을 하기도 어렵고 미래 실적추정이 불가능한 데다 부침이 심해 장기투자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잘 이해하고 있는 업종(음식료,생필품,신문,방송,보험,지역독점 유통업체 등) 중에서도 꾸준하게 경쟁 우위를 보유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이런 측면에서 ‘이해하기 쉬운 업종’ 중 하나인 소매업체는 주목해 볼 만하다. 인간이 사는 데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소매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하는 데는 일반인들도 큰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는다. 또 인간이 기본적인 생활을 포기하지 않는 한 소매업은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장기투자를 하는 데 있어 우량 소매업체도 필히 검토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신세계는 국내 대표적인 소매업체다. 할인점(이마트)과 백화점을 함께 하는 기업이다. 할인점 부문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백화점 부문에서는 3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930년 일본 미쓰코시백화점 경성지점으로 개점한 이후 백화점 중심으로 발전해 오다 지난 1993년 창동 이마트를 개점한 후부터 할인점 사업에 집중해 오고 있다. 특히 1996년 국내 유통시장 전면 개방과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할인점 부문이 급팽창했다. 유통시장 개방은 국내 할인점 업체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점포 개설을 가속화하도록 한 원동력이 됐고, 외환위기는 소비자들의 저가 지향의 합리적 소비문화를 고양시킨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매출 기준으로 이마트 부문이 90.5%,백화점부문이 9.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강력한 브랜드 파워 큰 장점신세계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뭐니 해도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높은 시장점유율, 이를 통한 급속한 실적 증가세를 꼽을 수 있다. 특히 할인점 이마트의 시장점유율은 독보적이라 할 만하다. 신세계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할인점 시장에서 이마트의 시장점유율은 33%에 달했다. 2,3위 업체인 홈플러스(16%)와 롯데마트(10%)를 합친 것보다 높은 것이다.할인점 시장에서의 독보적 시장점유율은 매우 큰 강점이다. 할인점의 주력 상품은 의·식·주에 필요한 생활필수품. 이 때문에 의류 등 경기에 민감한 상품을 상대적으로 많이 취급하는 백과점 등 여타 유통업체에 비해 할인점은 경기 변동에 따른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할인점 시장규모는 지난 1999년 만해도 7조6000억원에 불과했지만, 이후 매년 두 자릿수씩 성장하고 있다. 내수경기가 하락하기 시작한 2002년 17조4000억원이었던 할인점 시장 규모는 2003년 19조5000억원, 2004년 21조5000억원, 올 상반기 11조4000억원 등으로 각각 팽창했다.신세계의 매출과 이익은 급성장하는 할인점 시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우선 매출을 보자. 신세계의 매출은 지난 1995년 1조1090억원으로 처음 1조원을 넘어섰고 1999년 2조2731억원으로 2조원을 돌파했다. 1조원 돌파 후 2조원을 넘어서는데 4년 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이마트가 문을 연 2000년을 기점으로 신세계 매출은 점프를 한다. 2000년 매출은 3조5018억원, 2001년 4조9594억원, 2002년 5조1722억원, 2004년 6조5121억원에 달했다. 10년 새 6배 수준으로 증가한 것이다. 매출 증가와 함께 이익 역시 폭발적인 증가 추세다. 1995년 141억원에 불과했던 신세계 순이익은 작년 3359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10년 새 23배나 뛴 것이다.여기서 주목할 것은 수익성이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라는 점이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신세계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지난 2002년 이후 18.4~19.8%를 기록하면서 20%에 육박했다. 높은 ROE, 다시 말해 고수익성은 여러 이유 때문이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 등 마진이 높아진 결과다. 신세계의 영업이익률은 1998년까지 2~3% 대에 머물다가 1999년 4.2%로 4% 대를 넘어선 뒤 2001년엔 6.2%에 달했다. 2002~2004년에는 7% 대로 더 호전됐고 올 상반기엔 8.8% 대를 나타냈다.영업이익률 상승은 몇 가지 요인이 상호 작용한 결과다. 첫째 할인점 업계 최대 규모의 물류센터 건립에 따른 물류비용 절감이 꼽힌다. 신세계는 1996년 경기 용인에 최첨단 물류센터를 건립한 것을 시작으로, 광주 대구 시화 등에도 물류센터를 지었다. 이로써 전체 비용 중 8%에 달하는 물류비용 비중이 2% 대로 감소하게 돼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졌다.자체 브랜드 상품이 매출 효자지난 1997년 할인점 업계 최초로 개척한 PB(Private Brand:자체 브랜드) 상품의 매출 비중이 높은 것도 영업 마진을 제고시킨 요인이다. ‘자연주의’ ‘이베이직 이플러스’ 상품 등이 그것이다. PB상품은 일반 제조업체로부터 공급받는 브랜드 상품과 비교할 때 중간 유통 마진 및 광고 마케팅 비용이 전혀 들지 않아 20~30% 낮은 가격에 판매하면서도 마진율은 높게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신세계는 현재 20% 대인 PB상품 매출 비중을 향후 30~4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이와 함께 2003년 3월 국내 유통업체 처음으로 시작한 글로벌 아웃소싱제도(직소싱)를 도입, 중국산 제품 매출 비중을 확대한 점도 원가를 낮춰 이익률을 높였던 요인이다. 직소싱이란 중간 벤더를 거치지 않고 현지에 머무르면서 상품 기획에서부터 개발까지 모든 매입 과정을 유통업체가 직접 진행하는 것이다. 현재 이마트의 중국산 제품 매출 비중은 전체의 10% 내외로 추산되는데 궁극적으로는 30%로 높일 계획이다.독보적 1위 업체가 누릴 수 있는 강력한 바잉파워(Buying Power·구매협상력)도 마진율을 높인 원인으로 빼놓을 수 없다. 대량구매를 통해 구매가격을 절감하는 것은 물론 공정거래법 등 관련 법규를 피해가면서 일부 비용을 제조업체에 전가하는 등의 여지가 높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지난 1997년 이후 제조업체가 도소매업자에게 판매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토록 하는 ‘권장소비자가격제도’가 폐지되고 ‘판매자가격표시제도(일명 오픈 프라이스제도)’가 시행돼 신세계 같은 유통업체의 힘이 더 강해지는 발판이 마련됐다. 권장소비자가격제도는 제조업체가 생산원가에 일정 마진을 붙인 가격을 유통업체에 제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지만, 오픈 프라이스제도 도입으로 그것이 불가능해졌다. 내년 6월 구관을 명품관으로 재개관오픈 프라이스제도는 1997년 화장품, 1999년 의약품 컬러TV 세탁기 냉장고 등으로 확대 시행되면서 제품가격이 유통업체마다 서로 다르게 책정되는 상황을 빚었다. 이에 따라 유통업체마다 가격경쟁이 붙어 가격 할인이 심화되는 상황으로 발전하게 됐다.할인점 부문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이다. 그렇다면 백화점 부문은 어떨까. 신세계는 백화점 부문의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남옥진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본점 재개발 사업, 경기 용인 죽전지점 개점, 부산센텀지구 개발로 백화점 부문의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향후 5년 간 17.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올해를 기점으로 백화점 부문의 수익성 역시 빠르게 높아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명동 본점 재개발은 지난 8월 1차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1만5000평 규모의 신관이 오픈된 데 이어, 내년 6월에는 3000평 규모의 구관이 리모델링 후 명품관으로 개점하면서 2차사업도 종료될 예정이다. 또 죽전지점은 2007년 4월, 부산센텀지구는 2009년 1분기 각각 개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대우증권은 전망하고 있다. 향후 5년 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이 17.0%에 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내수경기가 점차 회복세로 돌아설 조짐을 보이는 점도 신세계에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신세계의 매출 증가는 그동안 기존 점포의 매출이 증가한 때문이라기보다는 신규점포 개설로 이뤄져 왔다. 내수침체기인 2003년, 2004년 이마트와 백화점의 기존점포 매출성장률은 -1.7~-1.8%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내수회복 덕분에 기존 점포의 매출 성장률이 올 상반기 0.2~0.4%로 3년 만에 플러스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내수는 올 1~2분기를 저점으로 완만하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기존점포 매출은 향후에도 회복세를 유지할 공산이 크다. 최근 신세계에 대해 매수의 투자의견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이런 요인들 때문이다. 박진 연구위원은 올 하반기 실적 개선과 백화점 본점신관 개점 등의 요인을 반영해 신세계 목표주가를 종전 42만5000원에서 45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포화상태 할인점 시장에 대응 주목물론 신세계의 미래가 모두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이르면 오는 2008년 께부터는 할인점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점을 우선 지적할 수 있다. 국내 할인점 점포가 이미 300개를 넘어선데 이어 매년 30~40개씩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께에는 적정 점포 수인 450개 정도에 육박해 포화 상태에 접어들 우려가 있다. 매출 성장성이 둔화된 이후 신세계가 어떤 영업 전략을 구사하게 될 지 관심이다.또 아직까지 뚜렷한 효과가 없는 중국시장 진출도 어떻게 결론이 날 지 주목된다. 중국 유통시장은 작년에 약 800조원에 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13억명의 인구 등 잠재 매수처가 풍부한 것 외에도 싼 물건을 공급받을 수 있는 납품 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 세계적 유통업체들이 중국시장으로 빠르게 진출하고 있다. 작년 7월 기준 세계 1위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39개, 세계 2위 까르푸는 50개 정도의 점포를 중국에 개설한 상태다. 하지만 신세계는 겨우 3개의 점포를 갖고 있다. 이들 세계적 유통업체와 경쟁하기엔 다소 역부족인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난관을 뚫고 향후 중국시장에서 성공, 신세계가 글로벌 유통기업으로 성장할 경우 주가는 한 단계 레벨 업 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