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장기투자 새 지평 열겠다”
대담=남궁 덕 편집장세계 최대의 독립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자산운용의 캐치프레이즈는 ‘미래에 투자하는 기업’이다. 피델리티가 고객용으로 발행하는 인쇄물 곳곳에는 ‘불확실한 미래의 어려움에 대비하자’는 문구가 자주 눈에 띈다. 여기에는 ‘미래는 우리에게 맡기라’는 피델리티의 자신감이 배어 있다. 피델리티는 단기투자보다 5~10년 이상의 장기투자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투자운용회사다. 단기차익 실현을 우선하는 국내 투자운용사들과는 확연하게 대비되는 부분이다. 장기투자에 강점을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정확하고 철저한 시장조사와 분석이 뒷받침될 때만 가능하다. 급변하는 경제상황 속에서 불확실성을 예측가능토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웬만한 투신운용사로선 쉽사리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그러나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 개정되고 퇴직연금제가 도입되는 등 간접투자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국내에도 장기투자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이에 따라 장기투자에 있어서 세계 최고의 노하우를 가진 피델리티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에반 해일 피델리티자산운용 한국 사장은 “피델리티는 50년간의 투자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미래 이익을 보장해 주고 있다”며 “현재 굴리고 있는 자산이 1조달러 이상”이라고 말했다. 해일 사장은 “시장변동 요인과 경제흐름을 예측하는 작업보다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바텀업(bottom-up)’ 투자방식으로 접근하다보니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적립식 펀드 등의 간접투자시장 활황으로 국내 주식시장이 매우 뜨겁습니다. 이를 어떻게 보시는지요.“한국 자산운용시장은 아시아에서도 가장 큰 성장가능성을 가진 시장입니다. 일단 은행예금 금리가 낮고,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의 매수여력이 충분하며, 적립식 펀드 등 장기투자 문화가 빠르게 정착되고 있는 게 그 이유죠. 규제 개혁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도 자산운용시장의 건전성에 매우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의 자산운용시장이 앞으로 5년 후면 4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합니다. 이렇게 되면 한국 시장은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큰 시장이 됩니다.” -펀드가 너무 많아져 이젠 펀드를 선택하는 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닙니다. 투자자의 관점에서 좋은 펀드를 고르는 법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일단 투자자의 취향과 맞는 특성을 가진 펀드를 선택하십시오. 펀드는 위험수준, 투자스타일, 투자기간에 따라 매우 다양한 특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이 생각하는 위험도 수준, 목표 수익률, 펀드 특징 등을 봐가면서 선택해야 합니다. 또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성과를 체크하십시오.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할 경우 운용능력보다는 운에 의해 성과를 거둔 펀드를 고를 수도 있습니다. 펀드규모가 작으면 충분한 분산투자 효과를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운용펀드의 규모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와 함께 펀드운용사의 신뢰도와 펀드매니저의 운용 실적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합니다.”-올 초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습니다. 피델리티는 어떤 회사입니까. “피델리티는 세계 최대의 독립펀드를 운용하는 그룹입니다. 지난 1946년 설립된 이후 펀드운용 분야에선 선두주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은 북미지역 자산운용 및 판매를 담당하는 피델리티 매니지먼트&리서치(FMR)와 북미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자산을 운용하는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리미티드(FIL)로 구성돼 있습니다. 피델리티가 한국에 사무소를 설립한 것은 지난 2000년 12월이었습니다. 2003년 4월 피델리티 투자자문 코리아로 등록한 뒤 지난해 12월에는 자산운용업에 대한 본인가를 취득해 지금의 피델리티자산운용으로 회사명을 변경했습니다.” - 현재 피델리티자산운용의 국내 펀드판매 수탁액은 얼마입니까. “8월말 현재 수탁고는 5080억원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기록 중입니다. 3월부터 본격 영업에 들어간 이후 5개월 실적치고는 만족할 만한 수준입니다. 물론 수탁고는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단 브랜드를 알리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는 데다 판매사 및 고객사와의 장기적인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 세미나 등을 운용하고 있는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직접 판매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준비는 잘 되고 있습니까. “일단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직접 판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미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선 보편화한 것입니다. 직접판매를 한다고 해서 판매사와의 협력관계가 위축되는 것은 아닙니다. 판매사와의 파트너십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막강한 판매망을 가진 기존 판매사들을 활용하는 것이 훨씬 경쟁력이 있습니다. 소매부문에 대해서는 기존 판매사들과 장기적인 판매 전략을 지속적으로 수립할 계획입니다.”-많은 외국 금융권 관계자들은 ‘한국인들의 외국 금융사에 대한 보이지 않는 반감’ 때문에 영업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 주장을 동의하시는지요. “단기 자본차익 획득과 관련해 외국 금융사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있다는 것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외환위기라는 엄청난 고통을 느낀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입니다. 하지만 피델리티는 결코 단기간에 승부를 낼 생각이 없습니다. 저희는 한국시장에 대한 장기적인 파트너로서 올바른 투자문화 조성에 기여할 생각입니다. 저희는 장기투자에 강점이 있습니다. 치고 빠지는 식의 단기차익 실현은 피델리티의 목표가 아닙니다.” -투자자만 20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과연 피델리티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피델리티는 세계 최대의 독립펀드 운용그룹입니다. 50여년에 걸쳐 축척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객만 2000만명이 넘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피델리티에 대한 확고한 신뢰가 뒷받침돼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밝히자면 피델리티는 상향식 투자를 지향합니다. 개별기업의 내재가치와 재무상태를 꼼꼼히 검토하며 직접 개별 방문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우리는 하나의 펀드를 구성하기 위해 무려 8500개의 기업을 방문하고 이 중에서 1500개 업체만을 선택해 2차 분석작업을 거친 후 다시 1000개 업체로 줄입니다. 이후 개별방문과 펀더멘털 리서치 작업을 통해 400개 업체를 선정하며 최종적인 기업가치 분석을 통해 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이 있는 기업들을 100~130개 정도로 추려내 포트폴리오를 구성합니다. 보통의 정성을 가지고는 절대로 될 수가 없는 것이죠. 장기투자에는 리서치가 생명입니다. 피델리티는 런던, 보스턴, 도쿄, 홍콩 등지에 400명 이상의 투자전문가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전문가들의 분석에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앞서 밝힌 판매사들을 대상으로 한 실질적인 운용 프로그램 교육도 피델리티만의 독특한 운용 시스템입니다.” 해일 사장은 ‘스포츠광’으로 통한다. 특히 축구에 대한 열정은 남다르다. 너무 열심히 하다보니 얼마 전에는 오른쪽 무릎수술을 받을 정도였다. 축구 예찬론자인 그는 “팀워크는 회사 운용에 있어선 생명과 같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그는 11명이 함께 하는 축구야말로 팀워크를 경험하기에 가장 좋은 스포츠라고 강조한다. 이런 그의 경영스타일을 두고 주변에서는 ‘스포츠맨십 리더십’이라고 평가한다. 명확한 의사전달과 페어플레이를 강조하는 그의 경영스타일에 대해 직원들의 평가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퇴근 후 직원들과 함께 어울려 노래방을 즐겨 찾는다는 해일 사장은 “직원 상호간 신뢰가 판매회사 및 투자자들과의 신뢰로 이어지게 마련”이라고 강조했다.해일 사장은 지난 1995년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에 입사, 캐나다, 영국, 인도에서 경험을 쌓았다. 특히 200년부터 2002년까지는 인도사업본부를 진두지휘해 현재 600명이 넘는 회사로 성장시키기도 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