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영업이익률ㆍ영업이익 변동 추이 : 적립식 펀드 가입 현황 : 부동산대책’이 시중자금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8·31조치 이후 시중자금 흐름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마땅한 투자수단을 찾지 못해 떠돌고 있는 ‘부동자금’은 지난 8월말 현재 440조원에 이른다. 이 거대한 부동자금이 어디로 방향을 트느냐에 따라 금융시장의 판도가 바뀌는 것은 물론이며 재테크 전략도 그에 맞춰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일각에서는 ‘아파트와 토지로 몰렸던 자금이 상가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저금리시대 최대 투자처였던 부동산시장의 위축이 불가피해지고 있어 이제는 시중자금이 증시로 방향을 틀 것이다’ 등과 같은 관측을 내놓고 있다.하지만 아직까지는 별 다른 조짐은 없다. 8·31조치가 발표된 후 부동자금이 주로 몰려 있는 은행의 요구불예금이나 투신사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 금융상품에서 자금유출 변동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증시 주변자금도 마찬가지다. 고객예탁금은 11조원 안팎에서 맴돌고 있다. 또 투신사 주식형펀드로 뭉칫돈이 유입되는 흔적도 찾기 어렵다. 다만 9월 들어 열흘 동안 주식형펀드(혼합형펀드 포함) 잔액이 5000억원 정도 늘어났다. 투신사 관계자들은 “주식형펀드로 평소보다 다소 많은 자금이 유입되고 있지만 이는 8·31조치의 효과라기보다는 최근 주가 급등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시중 부동자금은 현재까지는 눈치를 살피며 ‘정중동(靜中動)’하고 있는 셈이다.시장참가자들이 부동자금의 향방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과잉 유동성에서 비롯된 부동자금은 엄청난 파괴력을 갖고 있는 데다 한번 방향을 틀면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등 선진국뿐 아니라 한국의 부동산 시장이 거품논쟁이 휘말릴 정도로 고공비행을 하고 있는 것은 부동자금의 위력과 지속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의 일간 US투데이는 최근 “미국 부동산이 과열에 진입했다”면서 한 예로 캘리포니아주 말리부에서 침실 2개와 화장실 2개가 딸린 이동식 조립주택이 130만달러(13억원)에 매매됐다고 보도했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 5년 간 평균 주택 상승률은 100%에 달한다. 미국과 같은 규모의 경제에서 5년 만에 집값이 2배나 폭등한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검색 포털업체인 구글(google)에 따르면 지난 1년 간 검색어 인기순위에서 ‘미국 부동산 버블’이 압도적으로 1위를 달리고 있을 정도로 미국발(發) 부동산 거품 논란은 이제 세계경제의 핫 이슈로까지 등장했다.올 상반기에 서울 강남, 분당권의 고급아파트 가격이 1주일 새 1억원씩 뜀박질했다. 아파트 가격이 평당 1000만원을 넘어선 것이 불과 몇 년 전의 일이었지만 지금은 평당 2000만원은 기본이 돼 버렸다. 정부가 각종 부동산 억제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부동산가격의 상승추세는 좀처럼 꺾일 것 같지 않다. 2~3년 전 5억원 수준이었던 서울 인근의 유명 골프장 회원권 가격은 이미 1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럼에도 골프장 회원권을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서고 있다.국내 증시에서도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고(高)유가, 내수 침체, 성장률 둔화 등 각종 경제불안 요인에도 불구하고 종합주가지수가 1100선을 돌파하는 등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는 것이다.부동산 주식 원자재 등 자산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저금리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가 고착되면서 이에 적응하지 못한 자금들이 지난 3~4년 동안 관망해 오면서 단기 부동화하고 있다. 즉 마땅한 투자수단을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이익 사냥에 나서면서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저금리 구조에서 탄생된 국내 부동자금은 지난 8월말 현재 440조원에 육박한다. 정부예산의 2배가 넘는다. 부동자금은 은행 투신사 종금사 등에 예치돼 있는 6개월 미만의 단기자금을 일컫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말 현재 은행 투신 종금 등의 만기 6개월 미만 수신잔액은 439조원이다. 작년말(398조원) 이후 8개월 만에 41조원이 늘어난 셈이다.금융회사 수신 가운데 단기자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4월말(50.5%) 사상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선 데 이어 8월말에는 51.2%에 달했다.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이처럼 부동자금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은 앞서 지적한 대로 외환위기 이후 비롯된 저금리 고착화가 1차적인 원인이다. 물가를 감안한 ‘마이너스 실질금리’를 견디지 못한 돈이 은행의 장기 저축성 예금에서 이탈하고 있으나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단기 대기자금으로 떠돌고 있다는 것이다. 또 기업들이 경기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여유자금을 미래를 위한 설비투자에 과감히 투자하지 못하고 단기자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도 또 다른 배경이다. 대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자산만 70조원에 이르고 있다. 그렇다면 8·31조치는 부동자금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국은행은 최근 ‘8·31조치 영향 분석’ 자료에서 이번 조치가 부동산가격 상승 기대 약화로 시중자금의 증시 유입 등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면서도 당장의 자금이동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부동산 투자자금의 성격이 주식투자 자금과 달라 당장 움직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거액 자산가들이 주식투자를 확대하기는 더욱 부담스러운 상황이다.따라서 당분간 부동자금은 수익과 리스크를 저울질하며 게릴라식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나은행이 9월초 두 차례에 걸쳐 발매한 연5.2%짜리 후순위채 6000억원어치가 2~3일 만에 조기 매진됐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만기 5년7개월이며 분리과세 혜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끈 것은 수익에 목말라 있는 부동자금은 언제든지 대규모로 움직일 수 있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금융계 관계자들은 그러나 8·31조치가 장기적으로는 시중자금의 변화, 특히 증시로의 자금유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성엽 하나은행 분당백궁지점장은 “거액자산가들 사이에 돈의 움직임은 없지만 앞으로 부동산투자의 매력이 감소할 것이란 컨센서스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거액 자산가들의 가장 큰 자금운용 수단이었던 부동산시장의 투자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만큼 주식시장이 그 반사이득을 보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윤용로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2국장도 “8·31 조치로 자금의 단기부동화가 더욱 심해질 수 있지만 점차 주식시장 같은 직접금융시장 및 적립식 펀드와 같은 간접상품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단기부동자금 추이 : 상당수 전문가들은 국내의 저금리 추세와 그에 따른 자산가격 상승세는 향후 2~3년 간 추세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주식시장의 장기전망이 밝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세계경제가 올 하반기를 고비로 상승전환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한국 주가는 외환위기 이후 장기간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시달리면서 저평가돼 왔다”면서 “향후 한국증시의 상승 여력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높다”고 전망했다.이미 증시가 실적장세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상반기 실적이 발표된 뒤 실적 개선이 양호한 ‘실적주’를 중심으로 실적장세가 전개되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 사장은 자금시장 동향이 이를 방증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투신권 채권형은 연초 74조6000억원에서 9월 말 60조5000억원으로 감소한 반면 주식형은 성장형 기준으로 7조5000억원에서 12조1000억원으로 수준으로 늘어났다. 장 사장은 “국내외 경기가 호전되고 있는 데다 기업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어 주식시장은 대세상승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며 “금명간 단행될 금리인상이 뭉칫돈의 증시 이동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부동산시장도 저금리와 부동자금의 덕을 계속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난 4~5년 간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거품논쟁까지 불러오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미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현 수준에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8·31조치와 같은 강력한 부동산시장 억제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런 대내외 여건을 고려하면 부동산보다는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따라서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려는 사람은 시중 부동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속도를 눈여겨 지켜보면서 타이밍을 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