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 시장 태풍의 눈…렉서스·혼다 등 판매 불티
본 도요타자동차의 렉서스는 미국 자동차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든 공산품으로 평가된다. 미국 자동차 시장의 기술 및 애프터서비스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마케팅에도 엄청난 판도변화를 몰고 왔다. 또 혼다와 닛산 등 일본자동차의 동반 진출 물꼬를 트기도 했다. 그렇다면 미국 사회에서 일본 자동차들이 센세이션을 일으킨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를 기술력으로 무장한 하드웨어와 세밀한 마케팅, 꼼꼼한 애프터서비스 등 소프트웨어의 결합이라고 입을 모은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이른바 ‘빅3’ 자동차 메이커가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닛산,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주가는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도 일본 자동차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진출한 지 3년도 채 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빠른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도요타자동차의 렉서스는 올 상반기 중 국내시장에서 2431대가 팔려 BMW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고급세단 어코드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일종인 CR-V를 판매하고 있는 혼다는 5위를 차지했다. 이들 두 업체의 매출액만 따져 봐도 국내 수입자동차 시장의 29.3%를 차지한다. 렉서스가 국내 첫선을 보인 2001년 10.9%의 판매율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4년 새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올 상반기 수입차 등록대수를 조사한 결과 렉서스(2위)와 혼다(5위) 등이 상위 5위 내에 랭크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국내 수입차 시장을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양분했던 것과 비교해 보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특히 렉서스의 성장곡선은 눈부실 정도여서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종 10위 중 렉서스 ES330, LS430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렉서스 ES330은 지난해 총 3169대나 팔려 3위를 차지한 BMW 530(957대)보다 무려 3배 이상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다. 4위인 혼다 어코드 3.0(887대)은 BMW530과 불과 70대 밖에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올 상반기에도 돌풍은 이어졌다. 올 상반기 수입차 등록대수 조사결과 BMW가 총 2617대를 팔아 부동의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렉서스가 2431대로 바짝 뒤쫓고 있는 모습이다. 혼다 역시 상반기에만 1351대를 팔아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에 이어 5위를 기록하고 있다. 6위인 크라이슬러(846대)와는 격차가 상당하다. 여기에 닛산자동차가 지난 7월 고급형 세단 인피니티를 공식 출시하면서 일본 자동차들의 기세가 더욱 치솟고 있는 양상이다. 닛산자동차는 국내 판매법인을 공식 출범함과 동시에 최고급 프레스티지 세단 Q45(340마력, 4.5리터, V8엔진)와 M45(338마력, 4.5리터, V8엔진), M35(280마력, 3.5리터, V6엔진), 프리미엄 럭셔리 스포츠 G35세단(272마력, 3.5리터, V6엔진), 럭셔리 스포츠카 G35쿠페(280마력, 3.5리터, V6엔진) 등 총 5개 모델을 선보였다.그렇다면 국내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들이 선전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 때문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술력이 워낙 뛰어난 데다 내·외관에서 나오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국내 정서와 맞아떨어진다고 말한다. 전체적으로 단아하면서도 세련된 감각으로 내·외부를 디자인한 것이 일본 자동차들의 특징이다.도요타자동차의 렉서스가 미국에 처음 선보였을 때 미국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전까지 만 해도 도요타(TOYOTA)자동차에 대해서 장난감자동차(Toy-Auto)라며 비아냥거렸던 미국인들에게 렉서스는 엄청난 충격으로 받아들여진 것. 실제로 렉서스를 놓고 독일의 유명한 건축가 미스 판 더 로에(Mies Van der Rohe)가 말한 “God is the details(신은 세밀한 부분에 깃들여 계시다)”가 미국사회에서 회자될 정도였다. 그만큼 렉서스를 필두로 한 일본 자동차는 세밀한 부분에까지 신경을 써 단순한 이동 수단인 자동차를 최첨단 운송 복합수단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세밀함은 국내 시장에서도 충분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엔진소음과 승차감에 있어서 일본 자동차들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물론 이 같은 기술력은 국내 자동차 마니아들의 기호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일반적으로 미국, 유럽 자동차들은 일정 수준의 소음을 내도록 하지만, 정숙미를 미덕으로 하는 일본 자동차들은 주요 취약 부위에 2, 3중의 흡음재와 절연재를 적용해 엔진소음과 진동을 최소화한다. 가려운 곳은 어디든지 긁어주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서비스도 일본차의 강점이다. ‘최고의 제품과 최고의 고객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슬로건인 도요타의 렉서스는 ‘3S 컨셉트 원스톱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3S 컨셉트 원스톱 서비스란 판매(Sales), 서비스(Service), 부품(Spare part)을 컨셉트로 판매와 애프터서비스를 한 곳에서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이 밖에 4년 10만km 보증 서비스와, 차량을 구매한 고객에서 골프 프로그램, 월드클래스 콘서트 초대 등의 다양한 문화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도요타는 사회공헌 등 사회봉사 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개발해 브랜드 가치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매년 유명 오케스트라를 초청해 도요타 클래식이라는 음악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청소년 해외연수 프로그램, 산학협력 프로그램(T-TEP:Toyota Technical Education Program)을 운용 중이다. 또 국립암센터에 도요타 암 연구기금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서울대 국제대학원 내 ‘아시아 앤드 더 월드(Asia and the World)’ 특별강좌에 5억원 상당의 기금을 지원 중이다. 혼다 역시 LLC(Long Life Care)라는 생애 고객 관리 프로그램을 마련해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LLC프로그램은 구매자와 영업팀 사원, 서비스팀 사원을 한 팀으로 구성해 고객이 혼다 차를 바꿀 때까지 꾸준히 관리해 주는 혼다 만의 독특한 애프터서비스 시스템이다. 실제로 혼다의 LLC프로그램은 일본 및 미국 시장에서 혼다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으며 국내에서도 일부 업체들이 벤치마킹하고 있는 실정이다. 닛산도 TOE(Total Ownership Experience)라는 독특한 서비스 프로그램을 구축해 국내 수입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TOE서비스는 구입 후 2년 4만km 이내에서 소모되는 모든 부품들을 무상으로 교체하며 24시간 긴급 출동 서비스와 무상 대차 서비스, 1 대 1 맞춤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도요타는 렉서스 ES330의 전동식 사이드 미러를 기본 장착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미국에선 선택품목이다. 한국 수입차 시장에 대한 관심도를 반영하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 한해 1000대 이상 팔리자 일본 도요타 본사에서는 지난 4월 세계 렉서스 판매장 가운데 처음으로 1시간 내 정기 점검을 받을 수 있는 ‘익스프레스 메인터넌스’서비스를 선보였다. 한국시장에 대한 중요성을 얼마나 높게 보는 지를 단적으로 나타내 주는 대목이다.지난해 5월 진출한 혼다는 5개월 만에 1000대를 돌파해 수입차 사상 최단기간 최다판매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특히 혼다의 CR-V는 지난해 10월 선보인 이후 SUV 부문에서 줄곧 1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 7월부터 본격적인 시장공략에 돌입한 한국닛산은 세계 최초로 인피니티 갤러리를 선보이는 등 한국 시장공략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 서울 청담동에 마련된 인피니티 갤러리는 기존 딜러 사무실 개념을 완전히 뒤집어 아트 컨설팅, 패션 강좌, 와인 클래스 등의 갤러리로 활용할 계획이다. 인피니티는 올해 700대, 내년 2000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케네스 엔버그 한국닛산 대표는 “미국, 유럽시장에서 인정받은 기술력을 토대로 한국시장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인피니티의 역동적이고 세련된 제품, 특별한 고객 서비스 등은 한국 고급 자동차 시장을 한 단계 올려놓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