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u-Tech 당신의 ‘에듀테크’ 수준은?

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에게는 유독 교육이 큰 골칫거리다. 나름대로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기에 돈이나 건강관리는 스스로 조절하고 통제 가능한 분야이지만 자녀만은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걱정거리 하나 없어 보이는 부자들도 자녀 문제에 있어서만은 자유롭지 못하고 늘 ‘자녀=걱정거리’라는 공식을 안고 살아간다. 역설적이지만 교육산업은 나날이 번창하고 있다. 문제는 교육비에 낭비요소가 많다는 점이다. 걱정거리를 없애기 위해 무계획적으로 교육비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또 평소 똑 부러지게 행동하고 정보에 앞서가는 부자들도 유학 관련 브로커에게 속아 사기를 당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래서 ‘재테크’ ‘세테크’ ‘시테크’ ‘부동산테크’처럼 ‘에듀테크’가 더욱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다음 얘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K씨가 맞춤셔츠를 사 입기 위해 옷 가게에 들렀을 때 벌어진 일이다. 먼저 온 고객이 옷을 맞추고 나서 가격 때문에 주인과 승강이를 벌이고 있었다. 손님의 주장은 이렇다. 옷을 사러 이 가게에 왔는데 주차장이 없어서 인근 유료주차장에 차를 세웠으니 옷값에서 주차비 2000원을 빼달라는 것이다. 맞춤셔츠 하나에 3만~5만원 하는 점포였으니 주인은 ‘원래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으므로 주차비를 빼면 남는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이날의 공방은 손님의 낙승(?)으로 끝났다. 주인이 손님의 요구대로 2000원을 깎아 줬던 것이다. 이후 주인은 옷 배송을 위해 손님에게 집주소를 물었다. 그랬더니 손님의 입에서 나오는 주소는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였다. 요즘 쏟아져 나오는 부자 관련 책에 기술된 ‘전형적인 부자’의 모습이다. 필자는 자녀들의 적성을 파악해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10년 후까지 설계하고 그에 따른 과학적인 목표관리를 제공하는 교육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들의 교육비 지출을 조사해보니 고객들의 월평균 국내 교육비가 265만6000원에 달했다. 유학생 자녀까지 포함하면 일부 가구는 월평균 교육비가 400만원 이상이다. 이는 국내에서 학교에 다닐 경우에는 유명 가전회사의 최신형 DLP 프로젝션TV를 매달 사는 꼴이요, 해외로 유학을 보냈을 경우에는 매년 고급 승용차를 한 대씩 구매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교육비가 지출되고 있는 셈이다.통계청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평균 가구당 교육비가 월 49만4000원이니 부자들이 필자의 주요 고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상담하다 느낀 것은 위의 맞춤셔츠 고객의 예처럼 일상생활에서는 정말 돈에 대한 애착도 강하고, 돈에 대한 지식도 대단히 높은 사람들이 교육비에 있어서만은 낭비가 굉장히 심하다는 것이다. 상담하다 만난 한 고객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이 고객은 자녀를 국내에서 교육시키면서 월 900만원을 학원비로 지출하고 있었다. 또 다른 고객은 자녀를 최상위권 학생들만 다닌다는 유명 특목고에 보내 놓고도 월 650만원을 학원비로 쓰고 있다. 이 고객들의 교육비 사용내역을 분석해 보니 대부분 인가받지 않은 학원이나 과외선생의 말에 속아서 필요 이상의 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조기유학 중인 자녀가 있을 경우 돈의 액수가 커지는 만큼 낭비되는 돈도 비례해서 커진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부모가 유학경험이 없고 아무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첫 아이를 유학 보냈을 때 유학원과 결탁돼 있는 가디언(현지에서 국내에 있는 부모 대신 학생의 보호자 역할을 하는 사람)에게 속아 미국 현지에서 수십만 달러짜리 집을 사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기가 막힌 일은 이런 집도 가디언 명의로 돼 있어 수십만달러를 고스란히 날려 버렸다는 얘기다. 이런 사람이 과연 평소에 은행 PB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해박한 금융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맞는 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부자들의 현실이 이럴진대, 보통의 중산층은 오죽하랴. 그나마 부자들은 탄탄한 자산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한두 번의 실패나 과소비를 견딜 수 있는 내성이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중산층의 자산구조는 노후 대비와 맞물려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훨씬 취약하므로 교육비 지출에 있어서 더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 그래서 ‘에듀테크’가 중요하고 꼭 필요한 것이다. 다음의 분석 사례를 살펴보자. 금융 관련 회사에 다니는 A씨(44세)는 연봉이 1억5000만원인 고소득층이다. 시가 4억5000만원짜리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고, 2억원 정도의 현금자산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종신보험에도 가입해 놓은 상태라 나름대로 노후대책도 세우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여느 고소득층처럼 지금 잘 벌고 있기 때문에 나중에도 경제적으로는 문제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영어공부를 위해 초등학교 1, 4학년인 자녀를 해외로 조기유학 보낸 상태다.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아내도 함께 보낸 상태다. A씨는 현재 ‘기러기 아빠’다. 현재 연간 6000만원 정도가 두 아이의 교육비로 사용되고 있다. 몇 년 간 영어공부를 하고 큰 아이는 중학교부터 작은 아이는 초등학교 3~4학년 때부터는 다시 국내로 부르겠다는 나름대로의 교육비 절약 대책을 갖고 있다. A씨와 같이 고소득층인 경우 대부분 ‘내가 지금 연봉이 1억5000만원인데 이 정도는 문제없겠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A씨 가정의 경우 현재 교육에 대한 욕심이나 소비 수준으로 봐서 국내에 들어오더라도 많은 교육비가 지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외국에 눈이 뜨인 아이들은 당연히 해외 대학으로의 진학을 꿈꾸기 때문에 앞으로 예상되는 교육비는 큰 아이만 해외 대학에 진학한다고 보수적으로 가정해도 큰 아이가 국내에서 중학교 입학 후에는 매월 250만원, 고등학교 입학 후에는 매월 350만원이 교육비로 지출될 것이 예상된다. 대학등록금은 해외 대학에 진학할 큰 아이는 4년 간 약 2억4000만원이 예상되고, 작은 아이는 연간 600만원의 지출이 예상된다. 두 아이의 결혼자금으로는 각각 5000만원이 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 현재 44세인 A씨는 49세에 현 직장에서의 퇴직이 예상되며 57세까지는 현재의 70% 수준의 급여를 받는 곳으로 이직해서 일을 한다는 희망적인 가정을 해봤다. A씨의 상황을 시뮬레이션 해본 결과가 다음의 자산현황 변동 예상 그래프다. A씨는 은퇴 후인 66세가 되면 동산이 다 소진돼 집을 팔아야 할 상황이 오며, A씨의 사후에 홀로 남게 되는 부인의 경우는 상황이 더욱 열악해 자산이 아예 마이너스인 상태가 된다. 부부의 노후를 든든하게 만들기 위해 사용될 자금이 너무나 많이 교육비에 소비된 결과다. 물론 당시 교육비를 사용할 때는 현재의 소득 수준에 비해 적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더 예상되는 결과가 당황스러운 것이다. 이처럼 교육비 문제는 예상외로 가정 경제에 주는 타격이 큼에도 불구하고 미래 설계에서 등한시 되어 왔다. 그래서 이제는 ‘에듀테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에듀테크는 무작정 교육비를 줄이는 것이 아니다. 자녀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자녀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양질의 교육을 시키면서 그 비용을 최소화하고 줄어든 비용을 재테크에 사용함으로써 전체적으로 가정의 자산관리의 건전성에도 변함이 없게 만들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죽기 직전까지 지속적인 웰빙’을 현실화할 수 있게 된다. ‘재테크’에 자신이 있는 독자라면 스스로 한번 물어보자. “나의 에듀테크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