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업체 W사에 다니는 강민정씨(27)는 얼마 전 재벌가의 딸로 알려진 동료의 결혼식에 갔다가 어안이 벙벙해졌다. 결혼식이 연예인의 그것을 뺨칠 만큼 화려했기 때문이다. 호텔 야외에서 열린 결혼식은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예식장 전체가 생화로 덮여 있었고, 결혼식 내내 피아노 4중주단과 합창단이 분위기를 띄웠다. 메인 음식으로 나온 바닷가재 요리는 군침을 돌게 했다.결혼식은 평소 몰랐던 친구의 가세(家勢)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되곤 한다.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일, 다음으로 큰 이벤트가 결혼식이 아닐까. 상류층의 결혼풍속도가 남다른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최상류층의 결혼 문화를 짚어 본다. 아래 소개된 결혼상품은 결혼 컨설팅 업체들이 ‘프리미엄급’으로 분류하고 있는 고객들이 선호하는 것을 모은 것. 프리미엄급이란 재산이 100억원 이상이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가문을 말한다.예식 경향 = 몇 년 전만 해도 약혼식은 필수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약혼식은 상류층에서조차 사라지는 추세다. 대신 상견례 행사를 ‘가족 파티’로 확대해 개최한다. 상류층이라고 해서 무작정 결혼식을 성대하게 치르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고위 관료나 기업가들은 아예 청첩장을 만들지 않거나 축의금을 사절하기도 한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평일 낮에 결혼식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제대로 신경을 쓴 결혼식이라면 장소도 화려하고 하객 수도 800명에서 1000명 선으로 많다.예식 비용은 양가가 공평하게 절반씩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듀오웨드 손혜경 본부장은 “상류층이라도 예식의 모든 과정을 최고급으로 하는 경우는 드물며 신혼여행이나 예물 예식 등 한 분야에 자금을 ‘올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예식장 = 상류층의 예식은 대개 5성급 호텔에서 이뤄진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젊은층은 하얏트와 인터컨티넨탈호텔을, 정·관계 인사들은 신라호텔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을 선호한다. 최근에는 연예인과 해외유학파를 중심으로 야외예식도 늘어나고 있다. 야외예식장으로는 힐튼, 메리어트, 리츠칼튼, 워커힐호텔 등이 유명하다. 호텔 예식은 식사비만 받을 뿐 예식장 사용료가 별도로 없다. 그러나 식비가 만만치 않게 비싸다. 최고급 스테이크나 바닷가재 등을 메인 요리로 주문할 경우 1인에 10만~20만원 정도가 든다. 와인 등 음료수 값은 별도. 하객 1000명이 온다고 계산했을 때 1억5000만~2억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된다. 예식장을 장식하는 꽃값도 별도다. 꽃값은 실내나, 야외에 따라 달라지는데 600만~1000만원 정도를 생각해야 한다. 예식용 음악을 라이브로 할 경우에도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피아노 3중주는 22만원 선. 피아노 4중주에 남성 4중창을 부르려면 12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드레스·사진촬영 = 결혼식의 꽃은 신부의 드레스. 보통의 경우 예식장에서 대여하지만 상류층은 청담동 일대에 있는 수입 드레스 숍, 디자이너 드레스 숍 등을 이용한다. 한 번 입을 옷이기 때문에 사지 않고 빌리는 게 보통이지만 신부의 신체 치수에 맞춰 수선해 주기 때문에 맞춤옷이나 다름없다. 한 벌에 500만~1000만원 선. 드라마 속 상류층은 화려하면서도 노출이 심한 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치른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아하되 야하지 않은, 유행을 타지 않는 보수적인 디자인의 드레스가 잘 팔린다. 사진과 비디오 촬영은 대개 별도로 이뤄지는데 DVD로 웨딩 촬영을 할 경우 최고 7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사진은 앨범의 첫 장부터 넘기다 보면 줄거리를 알 수 있는 ‘스토리형 앨범’이 대세. 컬러사진보다 흑백 톤의 사진을 찾는 이들이 많다. 예물·예단 = 상류층의 결혼 비용이 일반인의 10배가 넘는 이유는 예단과 예물 때문이다. 집안의 세를 과시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에 ‘실탄’을 아끼지 않는다. 예물의 경우 반지 목걸이 귀고리를 한 세트로 보는데 최근에는 한 가지만 하더라도 비싼 고급품을 택한다. 반지의 경우 대개 다이아몬드를 선택하는데 1캐럿 정도의 커팅이 잘된 제품을 쓴다. 가격이 비싸지는 것은 세팅 때문이다. 티파니 등 명품 반지의 경우 4000만원을 호가한다. 반지는 피아제 롤렉스 카르티에 불가리 등 명품 브랜드에 500만~1000만원짜리 제품이 많이 나간다. 다이아몬드가 박힌 시계의 경우 가격이 두 세배로 뛴다.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 사람들이 예물을 살 때 현금 결제를 한다는 것. 자신들의 소비 수준을 외부에 드러내길 꺼리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예단은 현금과 현물예단을 같이 하는데 현금 1억원 현물 1억원 선에서 결정이 난다. 현물 예단은 가족 수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폐백·이바지·한복 = 상류층의 폐백 비용은 일반인보다 더 많지 않다. 가격 차이는 신부 집에서 신랑집으로 예를 차려 보내는 음식인 이바지에서 난다. 전통음식 전문가인 황혜성씨가 경영하는 지화자 이바지 등 고급 이바지 대행업체에 음식을 주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고 등급 이바지의 경우 800만원 정도가 든다. 한복은 신랑 신부 각각 6 벌 정도를 맞추는데 고급품 기준으로 한 사람에 200만~300만원이 소요된다.신혼여행 = 여행지에 관계없이 절대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시간이 여유로운 커플이나 해외 유학파들은 유럽의 휴양지를, 사업 등으로 시간이 촉박한 커플은 동남아 호주의 리조트를 선호한다. 더 캐슬러에서 내놓은 영국 신혼여행 상품은 황실호텔에서 숙박하고 승마 열기구 오페라 등을 즐기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는데 5일에 550만원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