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이나 논현동 가구거리에 앤티크 매장이 하나둘씩 생겨날 때만 해도 앤티크(antique)는 한때 유행하다 지는 트렌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매장들이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작지만 감각적인 숍들이 생겨나고 최근엔 그만큼 마니아층도 확대되고 있다.티크를 보는 시각은 두 가지. 골동품으로 취급해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해 주는 쪽과 남이 쓰던 물건을 어떻게 쓰느냐며 평가절하하는 쪽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가치를 아는 사람만이 앤티크를 즐길 수 있다. 보통 앤티크는 가격이 비싸고 연대가 오래된 것을 좋은 것으로 본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선 정통 앤티크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정통 프랑스 앤티크의 경우 오래된 고미술품에서 일상생활에 필요한 실용적인 것까지 다양하다. 유서깊은 프랑스 앤티크프랑스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우와 달리 유명 아티스트의 작품이 아닌 경우는 앤티크가 새 제품보다 싼 경우가 많다. 그만큼 앤티크가 흔하다는 말이다. 19세기 후반 가구나 20세기 초의 앤티크 모조품들은 정말 싼 가격에 살 수 있다. 일반적으로 100년 이상 된 제품을 앤티크라고 한다. 보통 루이 15세와 루이 16세 스타일이 가장 프랑스적인 앤티크 스타일이라고 부른다. 루이 14세는 ‘짐이 곧 국가’라고 말할 정도로 절대 권력을 강조했다. 이 시대의 앤티크는 금장식이 화려하며 원본 데생을 주석이나 구리판 또는 거북 껍데기 위 등 두 바탕을 포개 놓은 것에 올려놓고 정교하게 잘라서 가구 위에 붙이는 기법을 사용했다. 프랑스 앤티크 아티스트 에베니스트인 샤를 불이 이용한 이 기법은 19세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모방했다. 루이 14세 때 서랍이 달린 ‘코모드’가 등장했다. 루이 15세 스타일은 유연한 곡선과 비대칭의 자유로움을 들 수 있다. 비로소 프랑스 앤티크의 최전성기를 맞는 루이 15세 시대. 로카이라는 로코코 스타일에서 비대칭의 자유로움을 마음껏 가구 디자인으로 표현한다. 지금까지도 이어져 내려오는 곡선 스타일이 바로 루이 15세 스타일이다. 그에겐 마담 퐁파두르라는 불세출의 애첩이 있었다. 루이 15세 후기의 스타일을 말할 때 그녀의 이름을 그대로 써서 ‘마담 퐁파두르 스타일’이라 할 정도로 입지적인 인물이기도 했다. 루이 15세의 여성편향이 여성의 몸매를 닮은 곡선 디자인으로 연결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루이 16세 재임기간은 프랑스 가구의 과도기이다. 이 때부터 곡선과 여성적인 가구에 식상한 사람들이 세련된 직선으로 표현하기 시작한다. 루이 16세 때는 그리스, 로마 시대의 것을 모방한 데코레이션인 줄무늬, 여자의 두상, 향로, 솔방울, 장미꽃, 포도나무 잎 등을 그렸으며 이들은 도금된 브론즈나 판화 기법으로 표현됐다. 영국은 ‘앤티크 중독국가’영국 사람 중에는 ‘앤티크 중독자’가 많고 나라 자체도 ‘앤티크 중독 국가’다. 19세기 물건 한두 개쯤은 가지고 있지 않은 집이 없을 정도. 그들의 역사는 우리에 비해 평온했으며 서서히 변화를 거쳐 오면서 물려주고 물려받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영국 앤티크는 나무의 자연스러운 특성을 최대한 이용한 것이 큰 특징이다. 프랑스 앤티크가 궁정 문화를 반영한 것이었다면 영국 앤티크는 다분히 상업적이고 대중적이다. 이것은 영국이 일찍이 상업과 자유 무역이 발달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찰스 2세의 왕정복고 이후에는 외국의 우수한 장인들이 런던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시장을 개방하여 경쟁력을 높였기 때문이다. 영국은 외부의 영향에 민감하지도 둔감하지도 않은 그들 특유의 보수성으로 유럽 최신 유행 경향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그들 나름대로 재해석한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어 냈다.퀸 앤 스타일은 단순한 형태의 선의 아름다움 때문에 ‘영국적인’ 스타일로 평가되기도 한다. 카브리엘 레크라고 이름붙여진 의자 혹은 테이블이 있는데 마치 S자를 길게 늘여놓은 형태로 미끈하면서도 멋스러운 느낌이다. 영국 앤티크를 전성기로 이끌었던 것은 조지언 스타일. 조지언 스타일은 웅장하게 조각된 가구에 고전적인 모티브를 매치시켰다. 이 때부터 나뭇결을 살리고 조각으로 장식한 전형적인 영국의 가구들이 선보이게 되었다. 후기로 가면서 여러 용도의 가구가 하나에 내장된 디자인은 이 시대 가구 제작 기술의 발전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후기에는 여성스럽고 섬세한 고전미와 그리스적인 문양이 선보인다. 1800년대 초기부터 리젠시 스타일이 시작되는데 대리석을 깎아 놓은 듯한 육중한 형태로 변한다. 빅토리안 스타일은 귀족문화를 반영한 복고풍의 유행으로 국내에 소개되는 진품 앤티크가 있다면 대부분 이 시대의 것이다. 빅토리아 여왕이 지배하던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명성을 얻었다. 복고풍이 대유행이었는데 르네상스 스타일, 엘리자비튼 스타일, 로코코 리바이벌 스타일 등등이 그것.화려한 동양 앤티크의 멋장식 없이 어둡고 투박한 중국 앤티크나 화려하고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태국 앤티크는 수준 있으면서도 값이 싸다. 동서양의 문화 차이 때문에 가격이 저렴한 것이지 소재나 질적인 문제 때문에 가격이 싼 것이 아니다. 간혹 서양 사람들은 동양적인 느낌의 중국 앤티크와 태국 앤티크에 더욱 값어치를 두기도 한다. 서양의 앤티크는 월넛 소재가 많은 반면 동양의 앤티크는 느릅나무가 많다. 서양 사람들은 실용적인 실생활에서 유래한 앤티크가 많기 때문에 실용적인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동양의 앤티크는 실용적이라기보다는 화려하고 멋스러운 장식용이 더 많은 것이 특징이다. 소파도 서양의 앤티크는 안락한 곡선 스타일들이 많은 반면 동양은 나무 자체를 그대로 본뜬 경직된 스타일의 것들이 많다. 색상도 서양의 앤티크는 자연스러운 나무의 결과 소재를 그대로 이용했지만 동양의 앤티크는 화려한 색상을 주로 사용했으며 금칠을 한 것이 특징이다. 동양의 앤티크는 현재 시중에서 거래되고 있는 대부분이 18세기나 19세기 것들이다. 18세기의 명나라와 청나라는 사상통제와 오랜 태평성대를 거치는 동안 학자들이 점점 현실과 동떨어진 스타일에 심취하게 되었다. 18세기 중국은 그야말로 전성기를 맞고 있었다. ‘무찌르자 오랑캐’를 외치며 중국에 다녀온 사신들은 북방론에서 북방학으로 그들의 발달된 문화에 기가 질려 돌아왔다. 쭉쭉 뻗은 길과 으리으리한 우마차, 집들을 보면서 18세기 조선사회는 휘청할 정도였다. 그 영향으로 가구 또한 으리으리한 금칠을 한 것과 웅장한 느낌이 나는 큰 가구들이 유행이었다. 장도 키가 큰 장들이 많았으며 콘솔도 다리가 긴 것이 특징이다. 앤티크의 가치 판단 기준앤티크는 어느 정도 낡아야 값어치가 올라간다. 또 어떤 모티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더욱 높아진다. 전쟁이나 동물이 들어가는 것보다는 꽃과 여인을 상징하는 모티브가 들어가 있는 것의 가치가 높다. 그림의 경우 여인의 초상화가 남성의 초상화보다 훨씬 더 비싸다. 실제로 동양의 중국 앤티크에서는 나비와 꽃, 새, 나무 등을 주로 그렸다. 나비는 부귀영화, 꿈, 사랑, 부부화합, 행운, 장수 등을 뜻한다. 정통 앤티크도 많지만 최근엔 리프러덕션한 앤티크 스타일이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앤티크를 처음 접했을 때 전체적인 구조, 컬러, 모양 등에서 받는 미적인 느낌은 누구나 다르다. 각각의 미적 기준이 다르겠지만 아름다운 앤티크는 만들어진 시대의 특징이 적절히 잘 표현되어 있고 전체적인 조화가 뛰어나다는 공통점이 있다. 앤티크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미적 가치라고 말하는 것은 아름다움이란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룰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앤티크를 이용한 집안 꾸미기앤티크가 현대적 인테리어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오히려 현대식으로 꾸며진 실내에 전등이나 시계 등 앤티크 제품 한두 개로 포인트를 주면 쉽게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리프러덕션이란 전통적인 소재를 현대 주거 공간 속에 자연스럽게 결합시키고 현대적으로 재현하여 미적인 조화를 이루도록 한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고전적, 전통적 이미지를 담고 있는 앤티크 스타일을 현대 라이프 스타일에 적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이 때는 전통적 모티브를 응용한 소품을 활용해 보자. 집 분위기를 앤티크로 꾸미고 싶어도 기존의 분위기와 다르기 때문에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집 안의 전체 가구가 모두 앤티크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잘못이다. 오히려 집안의 전체 가구를 앤티크 스타일로 바꾸면 집 분위기가 칙칙하고 어두워지기 십상이고 앤티크만의 멋스러움도 감소될 수 있다. 전통적 모티브를 응용한 쿠션이나 침상 등의 소품들을 적절히 응용하면 더욱 색다른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유용한 앤티크 용어코모드(Commode): 두세 개의 서랍이 있으며 옷 등을 담는 가구로 중세의 낮은 함에서 유래됐으며 18세기 초에 처음 등장한다. 세크레테르(Secretaire): 농처럼 긴 가구이며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고 외장이 가려져 있으며 코모드와 뷔로의 역할을 동시에 한다. 즉 아랫부분은 코모드처럼 서랍이 있으며 윗부분의 문을 열면 책상처럼 사용할 수 있게끔 만들어졌다. 루이 16세 시대의 대표적인 가구. 콘솔(Console): 벽에 붙여 사용하고 꽃병이나 조각, 시계 등을 올려놓기 위한 장식용 가구. 카나페(Canape): 살롱용 가구로 2~3인이 앉을 수 있는 긴 의자. 보통 창문 높이를 넘지 않는다. 뷔로(Bureau): 테이블과 형태는 비슷하지만 글을 쓰거나 업무를 보기 위한 용도의 가구로 서너 개의 다리 위에 평평한 판이 놓이고 그 아래 서랍이 붙는다.셰즈(Chaise): 의자 손잡이가 있는 편안한 의자를 ‘포테이’, 손잡이가 없는 식탁용 의자 등을 셰즈로 구분한다. 메리디엔(Meridienne): 여성을 위한 낮잠용 침대. 침대처럼 길이가 길지는 않으나 오수를 즐기기에 적당한 사이즈.뷔페(Buffet): 식기류를 보관하기 위한 가구로 음식을 서브할 수 있는 사이드 보드나 찬장 또는 상판에 찬장이나 선반장이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