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등 디젤자동차는 지하주차장 출입을 삼가 주세요.” 서울, 수도권 등 아파트 밀집 지역 주차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수막이다. 디젤자동차들이 그동안 지하주차장의 불청객으로 인식돼 온 것은 매연 등 공기오염에 대한 오해 때문이다. 흔히 디젤자동차는 가솔린 자동차보다 인체에 유해한 매연을 더 많이 배출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실제로 최근 출시되고 있는 고급 디젤자동차들은 상당수가 ‘DPF(Diesel Particular Filter:디젤미립자필터)’라는 특수필터를 장착하고 있어 일반 가솔린 차량보다 유해 배기가스 배출량이 훨씬 적다. 디젤자동차는 시끄럽고 매연이 많이 나온다는 편견을 버릴 때다.자동차업계의 대응은 더욱 빠르다. 디젤엔진을 단 고급세단을 앞 다퉈 출시할 예정이다. 디젤엔진이 고급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제유가가 초고가 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데 따라 고유가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디젤엔진을 선택하는 경우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특수필터 장착돼 유해가스 배출량 감소지난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배기가스 규제기술을 연구하는 유럽기업들의 모임인 AECC(Association for Emissions Control by Catalyst)가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DPF를 장착한 디젤엔진의 경우 가솔린엔진보다 유해가스 농도가 40% 이상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환경기준이 엄격한 유럽시장에서는 디젤자동차가 전체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실제로 학계에서는 디젤엔진이야말로 국내 자동차 시장에 가장 적합한 엔진 모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 시장에 선보이고 있는 디젤엔진은 초고압 연료분사장치 기술이 적용돼 있다. 또 가솔린 엔진보다 더욱 정밀하게 제어하도록 설계돼 배기가스는 줄어들고 연비는 높아졌다는 것. 소음도 일반 가솔린엔진보다 작다. 유럽형 디젤자동차 모델이 국내에 상륙하면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이미 유럽에서는 이산화탄소 등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에 대해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어 이들 업체들의 디젤엔진 기술은 상당히 앞선 상태다. 고유가 시대에 디젤차의 연비는 단연 소비자의 구미를 당긴다. 고속회전으로 직접 분사되기 때문에 효율성이 가솔린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하이브리드카, 수소자동차보다 디젤자동차에 대한 기술력을 높이는 게 국내 시장을 감안하면 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최근 유럽과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하이브리드카와 수소자동차 등 최첨단 자동차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지만 하이브리드카는 성능 대비 가격이 턱없이 비싸다. 지난 9월 열린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도 차세대 친환경 엔진으로 하이브리드냐, 디젤이냐를 놓고 업체들 간 뜨거운 설전을 벌이기도 했었다.기름값 싸고 연비 좋아 수요 급속 확산폭스바겐은 디젤엔진의 선구자답게 가장 발 빠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1976년 처음으로 소형자동차에 디젤엔진을 장착한 폭스바겐은 독자 개발한 디젤엔진 TDI를 페이톤과 골프, 투아렉 등 생산차 전 라인에 장착했다. 폭스바겐이 생산차종 중 가장 값이 비싼 페이톤에까지 디젤엔진을 장착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디젤엔진은 소음 등의 이유로 고급 세단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 출시된 TDI는 소음을 현격하게 떨어뜨려 고급 세단자동차에 사용하기에도 전혀 손색이 없다는 평이다. 페이톤에 사용된 V6 TDI엔진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환경기준인 유로4 기준을 통과한 것으로, 시속 220km로 주행 시에도 엔진 회전수는 4000rpm에 불과하고 시속 120km 주행 시에는 엔진 회전수가 2200rpm으로 떨어진다. 엔진 회전 속도가 낮으면서도 차량 속도가 높다는 것은 엔진 효율이 높고 소음이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폭발적인 가속력을 느끼기에 유리하다.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도 예상치를 크게 웃돌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에 따르면 페이톤 V6 TDI는 공식 출시 이전에만 20여대가 판매됐으며 9월1일 이후부터 10월5일 현재까지 무려 128대가 팔려나갔다. 폭스바겐코리아 박동훈 대표는 “차량을 받기까지 3~4개월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면서 “내년에는 TDI의 판매량을 25~30% 늘려 잡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푸조가 독자개발한 HDi에는 고압직분사방식(High-pressure Direct Injection)의 엔진기술인 ‘커먼레일’이 적용됐다. 여기에 첨단 연료분사 전자제어시스템까지 함께 설치돼 적정 연료 분사량, 연료 분사시점 등을 정확히 컨트롤해 준다. 푸조자동차에 따르면 HDi가 장착된 차량은 일반 디젤엔진보다 연비가 20% 이상 향상되고 엔진출력은 25% 이상 높다. 지난 5월 국내에 첫선을 보인 푸조 407 HDi는 2000cc 엔진이 장착돼 있지만 연비는 리터당 15.6km나 된다. 최대토크는 2000rpm에서 32.7kg·m로 3000cc급 휘발유 자동차와 맞먹는 수준이다. 9월 말 현재 약 220대가 판매됨에 따라 한불모터스는 연말까지 약 400대 이상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조 폭스바겐 디젤 세단 차량 판매 호조푸조는 10월부터 고급세단인 푸조607 2.7에도 HDi를 탑재해 판매하고 있다. 최고급 대형 세단인 푸조 607 2.7 HDi는 지난해 11월 개발된 3세대 HDi엔진이 탑재됐으며 고출력 6단 팁 트로닉 자동변속기도 설치돼 있다. 푸조 607 2.7 HDi는 5000cc 가솔린 차량을 능가하는 최대토크 44.9kg·m(1900rpm)와 최고출력 204마력(4000rpm)이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은 8.7초, 표준연비는 리터당 11.0km다. 이 모델을 수입판매하는 한불모터스 송승철 대표는 “607 2.7 HDi는 출시 전 이미 100여대의 1차 물량의 예약 판매가 완료돼 본사에 추가 물량을 의뢰한 상태”라며 “내년에는 1007, 307 및 407 쿠페 HDi를 추가로 들여와 푸조 전 라인에 디젤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포드자동차는 유럽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유럽형 몬데오를 올 연말이나 내년 초쯤 공식 판매할 계획이며 볼보자동차도 올 연말쯤 C70 컨버터블 모델을 제외한 국내 수입 차종 전체에 디젤엔진을 장착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볼보자동차의 디젤차는 스웨덴을 비롯, 중부 유럽에서 디젤차들 중 가장 인기 있는 차종으로 손꼽힌다. 실제로 지난 2003년 유럽 전체에서 팔려나간 차량 중 45%가 디젤자동차였으며 특히 프랑스에서는 디젤차 판매가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92%, 이탈리아 80%, 오스트리아 77%, 포르투갈에서는 73% 등에 이르고 있다. 볼보자동차의 디젤엔진에는 대기 중 오존을 산소로 바꿔주는 볼보의 특허기술 ‘프림에어 시스템(Prem Air)’이 설계돼 있어 친환경 자동차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상당수 업체들이 디젤자동차가 인기를 끌고 있는 유럽 본사 및 지사들과 업무협조를 강화하고 있으며 시장 판도 변화를 예의 주시해 가며 디젤자동차 수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업체들도 디젤자동차 시판을 서두르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가 11월 중 SM3 디젤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에 선보일 차량에는 일본 닛산의 1500cc급 디젤엔진이 탑재될 예정으로 이미 국산화 작업까지 끝마친 상태다. 이 밖에 현대자동차는 쏘나타, 기아자동차는 옵티마 후속모델인 로체에 디젤엔진을 장착, 외국 업체들의 도전에 맞대응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