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중시하고 유달리 돈에 대한 집착이 강한 민족.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유대민족의 큰 특징이자 성공 비결이다. 그러나 교육과 돈을 중시하는 민족은 유대민족 말고도 많다. 중국인들도 그렇고 일본인들도 그렇다. 한국인들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러면 유대인들이 다른 민족과 구별되는 뚜렷한 차이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개인들이 우수한 다른 민족들과 달리 유대인들은 개인은 물론 집단으로도 탁월하다는 점이다.“모든 유대인은 서로를 책임진다(All Jews are responsible for one another).” 탈무드에 나와 있는 말이다. 쉽게 말해 서로 돕는 협동심을 강조한 얘기다. 유대인들은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인종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더라도 지구 반대편에 있는, 얼굴도 모르는 유대인을 돕기 위해 막대한 돈을 모으는 이유다.유대교에도 여러 종파가 있다. 크게 정통주의(Orthodox Jew), 개혁주의(Reform Jew), 보수주의(Conservative Jew) 세 가지로 나눈다. 유대인은 전통적으로 어머니가 유대인이어야 자식도 ‘태생적’ 유대인으로 인정한다. 아직도 이런 원칙을 따르는 종파가 정통주의다. 아버지만 유대인이면 그 자식은 유대인이 되기 위해 ‘개종’ 절차를 밟아야 한다. 개혁주의는 아버지만 유대인이어도 자식을 태생적 유대인으로 인정한다. 전통을 현대에 맞게 해석하려는 취지다. 보수주의는 개혁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만 개인보다는 공동체적인 생활 양식을 강조한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종파 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동운명체’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 나치가 유대인을 학살할 때 국적이나 종파를 묻지 않았다는 점은 역설적으로 ‘유대인은 하나’라는 점을 잘 웅변해 준다.세계에 흩어져 있는 가난한 유대인들이 새 삶을 찾아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 다른 민족의 이민자들보다 훨씬 쉽게 일자리를 얻고 돈을 벌 수 있다. 바로 서로 돕는 생활철학 때문이다. 요즘도 러시아 등지에서 유대인 이민자가 미국으로 많이 건너오는데 유대인 이민지원협회의 자원봉사자들이 기꺼이 아파트를 구해주고 일거리를 찾아준다.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며 심지어 필요한 돈까지 지원해 준다. 유대사회의 중심인 유대교회(시나고그)가 중심이 되어 먼저 이민 온 선배들이 나중에 이민 온 후배들을 도와주는 창구 역할을 한다. 유대인들의 강한 협동심은 돈 관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유대인들이 돈에 관한 얘기를 할 때 중시하는 성경 문구는 출애굽기 22장 24~25절. ‘너희 가운데 누가 어렵게 사는 나의 백성에게 돈을 꾸어주게 되거든 그에게 채권자 행세를 하거나 이자를 받지 말라.’ 유대 학자들은 이 문구를 세 가지 의미로 해석한다. 첫째는 필요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라는 윤리적 의무이고, 둘째는 ‘나의 백성’을 우선하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자기 가족과 다른 사람이 똑같이 가난하다면 자기 가족을 먼저 돕고 나서 다른 사람을 도우라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어렵게 사는 사람을 먼저 도와준 뒤 형편이 좋은 사람을 도우라는 뜻으로 해석한다. 유대인들이 돈을 벌어도 서로 가까운 유대인들끼리만 돕는 경향이 큰 것은 바로 그런 까닭에서다. 다른 민족이나 다른 종교들로부터 수많은 배척을 받아왔지만 소수의 유대인들이 똘똘 뭉쳐 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협동을 중시하는 종교적 배경에서 유래했다고 볼 수 있다. 유대인들은 거의 모든 영역에서 자기들끼리 철저하게 협동하며 살아간다. 미국 내 주요 백화점을 대부분 소유하고 있는 유대인들이 백화점 입점 업체를 선정할 때 유대인을 우선하는 것은 상식에 가까운 얘기다. 우리 교포 사업가들도 유대인 네트워크를 통해야 겨우 유명 백화점에 입점할 수 있다고 한다. 유대인들은 당연히 자산관리를 유대 금융인들에게 맡기고, 송사는 유대인 변호사를 통해 한다. 몸이 아프면 유대인 의사를 찾는 것이 자연스럽다. 서로서로 밀어주고 끌어주고 하니 ‘함께’ 발전하지 않을 수가 없다. ‘협동심’이 어떻게 해서 성공의 원인이 되는 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있다. 세계 영화산업의 본산인 할리우드다. 여기에 삶의 터전을 잡고 있는 예술가들은 직업 상 개성이 강한 게 특징이다. 거꾸로 말하면 보통 사람들보다 협동심이 부족하다는 게 약점이다. 하지만 유대인들은 무슨 일을 하든지 끈끈한 협동심을 자랑한다. 시나리오 작가에서 배우 캐스팅까지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는 그야말로 종합 예술인 영화산업에서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 유대인이 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게다가 영화산업은 엄청난 경제적 이득까지 가져다준다. 창의력에 협동심을 갖춘 유대인들에겐 더없이 좋은 무대인 셈이다. 결국 제2차 세계대전까지 유럽의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양분하던 세계 영화계의 무게 중심은 유대인들의 활약으로 1950년 정도부터 할리우드로 옮겨지게 된다. 미국 영화계의 7대 메이저인 파라마운트 MGM 워너브러더스 유니버설 21세기폭스 컬럼비아 등 디즈니를 뺀 6개 회사의 창업주가 유대인인 것도 그런 배경을 빼놓고는 이해할 수 없다. 유대인 창업주가 아닌 디즈니도 마이클 아이즈너라는 유명한 유대인 경영자가 최근 20여년 간 황제처럼 군림해 왔다. 지금 할리우드에는 시나리오 작가 제작자 감독 등 영화계 인사의 60% 이상이 유대인이다. 여배우이자 가수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대표적 인물. 유대인은 아니지만 이름을 유대인식으로 개명한 흑인 여배우 우피 골드버그처럼 가능하면 유대인들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많다. 할리우드는 세계 영화시장의 85%가량을 지배하고 있다. 결국 세계 영화산업을 지배하는 게 다름 아닌 유대인인 셈이다. 당대 최고의 영화감독으로 인정받고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 그가 지금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유대인이지만 만일 그가 아니었다 해도 그 자리는 다른 유대인이 차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단합된 유대인의 힘은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쉰들러 리스트’ 한 편이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던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전 세계에 고발한 것은 한 예에 불과하다. 최근 들어서는 정치 경제 사회 예술 등 각 분야에 뻗쳐 있는 이들의 영향력이 과도해 지면서 세계를 지나치게 양분시키는 것같아 걱정스럽기까지 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