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의 얼굴을 지닌 배우 조재현

배우 조재현은 데뷔한 지 20년이 넘은 베테랑 연기자다. TV와 연극, 영화를 오가며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천의 얼굴을 지닌 배우. 카리스마 넘치는 역할을 많이 해 강한 이미지가 강한 그가 클래식 슈트를 입고 부드러운 이미지로 탈바꿈 했다.즘 조재현은 누구보다도 바쁘다. 대학로 연극 살리기 프로젝트인 연극열전 ‘민들레 바람 되어’ 공연과 함께 연극열전3의 라인업 준비, 거기에다 영화 ‘집행자’ 촬영까지.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해 보인다. 조재현 씨와 인터뷰를 하기로 한 날 아침, 극 중 카리스마 넘치는 장면을 생각하니 블랙 슈트를 입은 그의 모습이 상상됐다. 하지만 처음 만난 그는 편안한 운동화와 청바지, 후드 집업을 입은 ‘캐주얼 차림’이었다. “영화를 찍든, 연극을 하든, 오늘 같이 인터뷰를 하는 날이든, 자주 옷을 갈아입어야 하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입고 벗기 쉬운 캐주얼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평상 시 어떤 옷을 즐겨 입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몇 달 전에는 경기공연영상위원회 위원장에 선임되기도 했어요. 평상시에는 넥타이를 매지 않는 캐주얼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위원장을 맡으면서 깔끔한 콤비 스타일을 많이 입게 됐습니다. 특별하게 좋아하는 컬러의 옷도 없을 뿐더러, 상의와 하의를 하나의 컬러로 통일해서 입는 스타일은 너무 무거운 느낌을 주는 것 같아서요.” 그는 배우로서 남들에게 보여 지는 이미지가 중요하므로 최신 유행 트렌드를 쫓아가며 옷을 입기 보다는, 자기에게 어울리는 한 가지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편이라고 했다.조재현 씨의 이미지는 강하다. 맡는 배역의 캐릭터가 강렬할 뿐 아니라 외모도 뚜렷한 이목구비에 날카로운 느낌을 풍긴다. 이런 그를 ‘부드러운 남자’로 만들기에 가장 좋은 룩은 어떤 것일까. 최근 패션 키워드는 바로 ‘클래식’이다. 클래식 룩만큼 부드러운 룩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 예전에는 클래식이라고 하면 체크와 스트라이프 같은 소재였지만, 요즘의 클래식 룩은 슈트와의 접목이라는 새로운 발전을 꾀했다.이날 조재현 씨는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클래식 룩 두 벌을 입어 봤다. 피부가 어두운 편이라 블루와 브라운 컬러가 잘 어울렸다. 처음 입은 짙은 블루 컬러 슈트는 최근 가장 유행하는 마린블루 컬러 스트라이프 정통 클래식 슈트다. 슈트와 같은 톤의 하늘색 체크 셔츠와 스트라이프타이로 매칭 했더니 점잖은 분위기가 흘렀다.“평상시 넥타이를 매는 정통 슈트를 즐겨 입지 않았어요. 격조 있는 자리에 입으면 좋을 것 같네요. 전체적인 컬러의 톤이 저와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자칫 무거워 보일 수 있는 정통 클래식 슈트에 화려한 무늬의 포켓스퀘어를 꽂았더니 고급스러운 룩으로 바뀌었다.두 번째로 입어 본 옷은 평상시 그가 즐겨 입는다는 콤비 스타일의 클래식 룩. 가볍고 시원한 소재인 린넨으로 만든 브라운 컬러 재킷과 이너로 포인트를 주기 위해 연두 컬러 카디건을 입었다. 슬림한 디자인에 허리 부분에 한번 주름을 잡은 화이트 컬러 바지로 전체적으로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콤비 스타일의 룩은 하나의 아이템으로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저는 액세서리 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오늘 입어본 슈트와 톤온톤으로 맞춘 포켓스퀘어가 포인트가 되는 것 같네요. 앞으로는 액세서리에도 신경을 써야겠어요”라며 웃었다.늘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는 배우 조재현의 최근 일상은 어떨까. 경기공연영상위원회 위원장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배우로서의 새로운 모습도 보여주는 것이 최근 촬영하고 있는 영화 ‘집행자(들)(가제)’다. “영화 ‘집행자(들)’에서는 교도관 역할을 맡았어요. 물론 패션도 교도관 패션이죠(웃음). 경기도 화성 교도소가 마침 비어 있어서 법무부로부터 촬영 허가를 받을 수 있었죠. 영화 내용의 50% 이상을 교도소에서 촬영하고 있습니다. 사형 집행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교도관들의 처절한 고뇌와 아픔이 담긴 이야기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사형수는 있지만 10년 넘게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촬영을 하면서도 배우들 스스로 사형 제도에 대한 찬반논쟁까지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죠.”바쁜 스케줄과 넓은 활동 범위를 가진 배우 조재현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연극을 해 왔다. 조재현 씨가 생각하는 연극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많은 연기자들이 연극에서부터 연기 생활을 시작하죠. 그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저는 연극을 함으로써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배우와 관객이 직접 소통하는 공간, 한 시간 두 시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무대에서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연극입니다. 바쁘다고 연극 무대에 서는 것을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언젠가는 연극을 할 수 없게 되겠죠. 때문에 저는 앞으로도 연극을 포기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 바로 연극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현재 열연 중인 연극열전 2 ‘민들레 바람 되어’는 작년에 처음 선을 보인 후 관객들의 높은 호응으로 앵콜 공연을 하고 있다. 6월부터는 지방 공연을 할 예정이라고.조재현 씨는 늘 바쁘게 움직이며 상황에 맞게 의상을 바꿔 입어야 하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졌다. 이 날도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 캐주얼을 입었다.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민들레 바람 되어’ 오후 공연 연습이 있다며 옷을 갈아입고 부리나케 달려가는 그는 역시 프로였다.조재현 씨와 같이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이국적인 사람은 최근 트렌드인 클래식한 이탈리안 룩이 잘 어울렸다. 피부가 어두운 톤인 사람은 블루 컬러와 브라운 컬러 등이 무난하게 잘 어울린다. 특히 이지적인 이미지를 가진 조재현 씨의 경우 블루 컬러가 아주 잘 어울렸다. 하지만 카리스마 있고 강해 보이는 이미지도 가지고 있어 슈트보다는 재킷에 면바지를 착장하는 부드러운 느낌이 더 잘 어울릴 듯했다. 클래식한 소재의 린넨 재킷에 타이를 하지 않고 포인트가 되는 컬러풀한 이너를 추천했다. 전체적으로 어울리는 화이트 팬츠로 화사한 분위기를 줬지만, 평상시에 화이트 팬츠가 부담스러운 사람의 경우 베이지나 브라운 컬러 면바지로 무난하게 코디해도 좋다. 최근에는 남성들도 액세서리를 많이 착용하는 편이다. 행거 칩이나 넥타이핀, 커프스링크 등 심플한 디자인의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주자.글 김가희 기자·사진 양해성(팻캣) holic@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