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이는 봄바람이 코끝을 스치는 4월. 무겁고 칙칙한, 겨울 같은 슈트는 옷장에 고이 넣어두고 밝고 가벼운 비즈니스 캐주얼로 스타일을 바꿔볼 때다. 최철규 세계경영연구원(IGM) 부원장도 평소의 딱딱한 슈트 스타일에서 벗어나 오늘만큼은 가볍고 산뜻한 비즈니스 캐주얼을 시도해봤다.철규 부원장은 국내 최대 CEO 전문교육기관인 IGM에서 협상에 대한 강의를 주로 하고 있다. 협상에 관해 해외에서 공부를 하고 몇 가지 저서도 집필하는 등 그쪽 분야에선 국내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협상의 달인답게 그는 항상 당당하고 진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늘 자신보다 연배가 많은 CEO들을 상대하고, 강의를 많이 하는 편이라서 그는 주로 엄숙한 슈트 스타일을 선호한다.“4년 반 동안 5000명 정도의 CEO에게 강의를 해왔습니다. 주로 협상에 관한 것이었고, 코칭이나 스피칭 등의 리더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강의도 하고 있죠. 협상을 잘하면 인생이 편해집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점심 메뉴를 여럿이서 고르는 것부터가 생활 속의 협상이라고 보면 되는 거죠. 인생의 모든 것이 협상의 연장이거든요. 제가 너무 딱딱한 이야기만 했나요? 늘 진지해야하기 때문에 슈트도 블랙이나 네이비 컬러의 어두운 계열만 입게 되더군요. 슈트가 어두운 편이니 이너로는 흰 셔츠를 입어 포인트를 주고, 넥타이는 오렌지나 붉은 계열로 매치하는 편이죠. 강의가 없을 땐 그레이 톤의 슈트를 입곤 합니다.”직업 탓에 엄격한 슈트만 고집했던 그는 봄을 맞아 화사한 캐주얼 룩을 시도해보고 싶어 했다. 하지만 역시나 일을 무시할 순 없으므로, 비즈니스 캐주얼로 양쪽 모두 충족시키는 센스를 발휘하기로 한다.비즈니스 캐주얼은 슈트를 대신할 또 하나의 비즈니스 웨어다. 기존의 정장보다는 편안하고 자유로우면서도 캐주얼보다는 격식을 갖춘 스타일이다. 재킷 착장을 기본으로 셔츠와 이너, 팬츠 등을 취향에 맞게 다양하게 코디할 수 있다. 최 부원장 같은 케이스에 딱 맞는 옷차림이다.“주로 골프 라운딩을 나갈 때만 캐주얼을 선택했거든요. 그 때는 재킷에 점잖은 팬츠를 코디해 비즈니스 캐주얼로 입는 편이죠. 그렇지 않다면 평소엔 극과 극으로 입는 편이에요. 슈트는 아예 클래식한 것으로, 캐주얼은 폴로나 갭 같은 캠퍼스 룩으로요. 하지만 슈트를 입을 때도 입으면 착 감기는 느낌이 들고 너무 고루하지 않은 스타일을 즐깁니다. 옷에 대한 철학이 분명하거든요. 활동하기 편해야 할 것!”옷에 대한 철학이 간단명료한 만큼 옷차림이 심심해져 그 공백은 주로 액세서리로 채우는 편이다.“액세서리를 좋아하는 편이라서 목걸이나 반지는 항상 하고 다니죠. 없으면 허전할 정도에요. 팔찌까지 해보고 싶지만 직업상...(웃음) 일할 때 주로 셔츠를 걷어 올리는 편이기 때문에 커프스링크는 거의 안 해요. 그래도 시계는 좋아하기 때문에 몇 개 구비해 놓고 번갈아가면서 차고 있죠. 요즘 남자들은 시계에 욕심이 많잖아요. 저도 다를 바 없죠.”부원장이라고 해서 그가 나이 많은 아저씨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CEO를 상대하는 직업 때문에 나이보다 훨씬 점잖기는 하지만 매일 헬스장에 가서 체력을 관리하고 골프도 열심히 치러 다니는 등 몸매를 가꾸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덕분에 최 부원장은 슬림한 체구에 하얀 피부를 갖춰 아무 옷이나 다 잘 어울리는 장점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CEO를 매일 만나다보면 자기관리에 철저해질 수밖에 없어요. 10년 이상 한 기업을 이끌어 온다는 것, 정말 존경할 만한 일이거든요. 기자 시절에는 기자와 취재원 관계로 만났던 많은 CEO들을 이제는 사제지간으로 만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죠. 기자 때에는 ‘저 양반들 특별히 하는 일도 없이 다 누리고 사네. 부럽다’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을 가까이서 보니까 이 분들만큼 고민 많고 대단한 사람들이 없어요. 한 달에 한 번씩 직원들 월급 주는 거 보통 일 아니거든요. ‘사장으로 산다는 것’이라는 책을 읽고 많은 걸 느끼기도 했죠. 자기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분, 열심히 사는 분이 바로 CEO입니다. 저는 매일 배워요."최 부원장은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를 하다가 퇴사해 IGM 창설멤버로 참여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가 기자가 된 이유는 아이러니컬하게 그의 패션관과 연관돼 있었다.“어릴 때부터 자유로운 직업을 원했어요. 연세대학교 재학 시절에는 총학생회에서 학생운동을 하기도 했죠. 그러다 기자가 ‘넥타이를 안 매도 되는 직업’이라는 것을 알게 됐죠. 기자는 꼭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회적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어요. 그러다가 공부를 좀 더하려고 기자를 관두고 유학을 마친 후 지금의 일을 하게 된 거죠. 글 쓰는 일에서 교육하는 일로 바뀌었지만 본질적으로는 같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에겐 모두 가치 있는 일이니까요.”끝없는 도전정신을 가진 최고의 커뮤니케이터인 스티브 잡스와 IGM에서 5년째 공부 중인 웅진그룹의 윤석금 회장을 특별히 존경한다는 최 부원장. 인터뷰가 끝나기 무섭게 다음 강의 장소로 이동하는 모습에서 프로정신이 진하게 묻어나온다.요즘 비즈니스 캐주얼이 워낙 이슈다. 경직된 분위기를 벗어나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제공해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전체적인 착장도 부드럽게 연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최 부원장은 CEO를 상대하는 직업을 가진 탓에 스타일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는 것 같다. 얼굴이 흰 편이고 보통 체구여서 옷 입는 데 매우 좋은 조건이기 때문에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해보면 좋을 것이다. 특히 얼굴이 흰 편인 사람은 밝은 컬러가 잘 어울린다. 아우터를 밝게 입었으니 최 부원장의 직업상 이너는 블루 계열로 입어주면 된다. 블루 컬러는 신뢰를 주고 지적이며 신선한 느낌을 선사하기 때문이다.오늘 연출해 본 두 가지 착장은 모두 비즈니스 캐주얼 룩이다. 첫 번째 네이비 착장은 강의용이다. 네이비 컬러는 인상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주므로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안에는 은은한 패턴의 체크 셔츠를 선택하고, 하의는 밝은 베이지 면팬츠를 매치한다면 클래식한 느낌을 줄 수 있다. 두 번째 화이트 재킷 착장은 캐주얼하며 밝고 건강해 보인다. 안에는 편안한 티셔츠를 받쳐입어 부드러운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평소에 편안한 블레이져를 연출할 때 한 가지 명심할 것이 있다. 블레이져를 입을 때는 상의와 하의가 다른 두 가지 색상을 사용하기 때문에 색상의 매치에 더욱 신경을 써야한다. 블레이져가 진한 색상이라면 연회색, 밝은 계통이라면 화이트 계열의 바지를 코디하여 화사하게 연출하는 것이 좋다.LSE (런던정경대, London School of Economics. 경영학) 석사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미시건대 협상교육과정 수료, 샌디에이고주립대 협상교육과정 수료2007년~현재 세계경영연구원(IGM) 부원장1999년~2004년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금융부 기자앞판의 절개 디자인과 아웃포켓으로 포인트를 둔 린넨 혼방의 화이트 자켓, 코튼 100%로 흡습성과 통기성이 좋으며 심플하면서도 젊은 느낌을 주는 스카이블루 티셔츠, 일본 수입 고밀도 폴리 사용으로 비침 방지,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어 일상생활과 레저 활동을 겸할 수 있는 회색 바지 모두 GALAXY Casual.린넨 소재로 통기성이 좋고, 내추럴한 느낌과 세련된 컬러가 고급스러움을 더하는 체크 린넨 자켓.라펠의 절개와 스티치로 디자인 포인트를 준 네이비 자켓과 버튼다운 형태로 타이 없이도 세련된 이미지를 연출하는 체크 셔츠.글 김지연·사진 이승재 기자 jykim@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