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히 어느 TV 방송의 ‘미녀들의 수다’라는 프로를 보았다. 그날의 화제는 한국의 음식인 ‘쌈’에 관한 것이었다. 캐서린이라는 서양 여성은 “한국인은 조금 친하면 ‘쌈’을 싸준다”며 엄마가 아기에게 혹은 부부끼리라면 몰라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만약 남편이 그런다면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반해 한국인 출연자는 그 같은 강경한 태도를 이해하지 못했다.다른 외국 여성도 차라리 스킨십은 이해해도 한국인의 쌈 싸주는 문화가 너무 개방적이라고 비판, 한국인 출연진이 놀라는 장면이 방영됐다. 한국인에게는 별 뜻 없는 보통의 행위가 외국인의 눈에는 로맨스로 비치는, 동서양의 차이를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었다.문화의 사전적 의미는 ‘사회 구성원에 의해 공유되는 지식, 신념, 행위의 총체’를 뜻한다. 한 지역의 문화는 자연, 의식주, 종교, 생활 습관 등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으며 다양한 환경 속에서 민족이나 지역 문화가 형성된다. 음식의 식단만 하더라도 서양인은 각자 덜어 먹지만 우리는 한 반찬을 여럿이서 같이 먹는다. 동양인은 자신(self)을 타인과 관련해 생각하지만 서양인은 각 개인의 독립적인 속성으로 보는 견해가 강하다. 따라서 사고의 접근 방식이 다르다. 그들이 대중 앞에서 하는 진한 애정 표현을 우리는 이해할 수 없다. 다문화 사회나 글로벌 시대의 소통은 ‘미녀들의 수다’가 아니더라도 중요한 이슈며 서로의 차이를 수용하고 이해해야 한다.서양인은 타인이나 소속 집단보다 자기 중심의 독립적인 관점을 중시하지만 동양인은 가족과 동료, 소속 공동체와 상호의존적 관점을 중시한다. 따라서 같은 사건을 보는 시각도 다르다.의정부 여중생 장갑차 사망 사건 때 미국인은 운전자 개인의 과실로 보았고 한국의 격렬한 촛불 시위에서 왜 반미 구호가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 후 미국 버지니아텍 총기 사건이 터졌다. 범인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한국의 대학 총장들이 미국에 사과 편지를 보내고 미국 유학생들도 사과 e메일을 보냈지만 그들은 왜 한국인이 사과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동양인은 집단의 책임 의식을 느끼지만, 서양인은 개인적인 문제로 보기 때문이다.서양과 동양의 구분은 지정학적인 접근보다 역사적 문명사적으로 고찰해야 할 것이다. 동양은 서양이 인도와 중국 등 동북아시아의 존재를 알기 전까지 유럽 문명과 중동아시아권 문명을 구분하는 말로 사용해 왔다.역사적으로 고대 그리스와 페르시아와의 전쟁이 동서 문명 충돌의 시발이었고, 그리스인들은 지중해의 동쪽에 있는 페르시아 지역 일대를 ‘오리엔트’라고 불렀다. 지금은 중국 한국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전 지역을 뜻한다. 현재의 지도로 굳이 따지자면 터키가 아시아의 끝이 될 것이다. 하지만 터키는 스스로 유럽임을 자처하고 유럽연합(EU) 가입을 원한다. 흔히 동양은 아시아(Asia), 서양은 유럽(Europe)과 아메리카(America)를 가리키며, 대체로 서양은 백인이고 동양은 황인이다.요즘 동서양의 왕래가 빈번하고 타문화의 이해가 진전돼 많이 동질화되고 있다. 하지만 나라마다 문화적 전통을 보존하면서도, 보편적인 모습으로 변화해 가는 세계를 몸소 체험하면서 이러한 동서양의 기류를 단순 비교와 혐오가 아닌 상호 관용하는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관계 속의 동양문화냐 개인 속의 서양문화냐’라는 그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지금 요구되는 소통의 조건이고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과제다.칼럼니스트한국투자자문 대표 역임성균관 유도회 중앙위원(현)http://cafe.daum.net/yejeol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