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을 취하기 위해 잠을 청하지만 밤을 지배하는 것은 꿈이다. 우리는 잠을 자는 동안 수없는 꿈을 꾼다. 깨어나서도 오랫동안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꿈도 있고 꿈을 꾼 것조차 기억나지 않는 것도 있다.꿈은 분명 무의식의 세계지만 현실이다. 마음에 담고 있었지만 현실에서 발산하지 못했던 것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꿈의 메시지는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항상 혼동을 준다. 어떻게 꿈을 해석하느냐에 따라 꿈의 내용이 달라진다.꿈은 앞날을 예견해 보여주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작품이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1415~92)의 ‘콘스탄티누스의 꿈’이다. 이 작품은 로마 고대사의 한 장면을 묘사했다.콘스탄티누스 대제는 황제로 즉위하면서 쇠락하는 로마제국을 다시 일으키겠다는 야망을 가졌다. 하지만 그의 황제 즉위를 반대한 장군들이 서로마 제국의 막시아누스의 아들 막센티우스를 황제로 추대하며 로마는 내전이 발생한다. 6년이나 지속된 내전 중 312년, 콘스탄티누스는 군대를 출동시켜 테베레 강의 밀비우스 다리에서 막센티우스 황제와 결전을 벌인다.결전의 전날, 낮 12시 무렵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하늘에서 ‘정복하리라’라는 문구가 새겨진 거대한 십자가가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그날 밤 콘스탄티누스가 꿈을 꾸었는데 낮에 하늘에서 보았던 십자가를 예수 그리스도가 짊어지고 나타나 ‘적군과의 싸움에서 보호해 줄 것이니 병사들에게 나누어 주라’고 당부했다.다음 날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예수 그리스도의 뜻에 따라 군 휘장과 방패에 십자가를 새겨 넣어 병사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천사의 예시대로 전투에서 승리했다.이 작품에서 막사 안에서 잠들어 있는 콘스탄티누스의 옆에는 3명의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다. 화면 왼쪽 상단의 천사는 예언을 들려주기 위해 지상으로 내려오고 있다. 경호원들은 천사의 등장을 보지 못하지만 밤하늘의 광채는 하나님이 예시를 암시한다.이 작품에서 천사의 얼굴이 가려져 있고 날개가 활짝 펼쳐져 있는 것은 꿈의 짧은 시간을 암시한다. 프란체스카는 고대사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강조하기 위해 한 동의 막사만 묘사했다. 그는 북부 이탈리아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으나 수학자이자 기하학자로 활동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지 않아 후에 잊혀졌다. 하지만 그의 작품이 초현실주의 회화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 20세기 들어서야 르네상스의 위대한 화가로 인정을 받았다.꿈은 좋은 꿈과 악몽이 있다. 악몽을 그린 작품으로 대표적인 작품이 존 헨리 푸젤리(1741~1825)의 ‘악몽’이다. 이 작품은 중세의 전설을 모티브로 실체가 없는 꿈을 성공적으로 나타냈다.이 작품에서 여인은 침대에 상반신을 거꾸로 하고 누워 있다. 여인은 잠을 자면서도 괴로운 듯 목과 두 팔이 뒤로 젖혀 있다. 그녀의 배 위에는 작은 괴물이 앉아 있다. 침대 뒤에 있는 커튼 사이로 커다란 말이 얼굴을 내밀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말은 눈동자 없이 흰자위만 보인다.반은 원숭이며 반은 악마인 이 작은 괴물은 인간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악몽의 힘을 상징한다. 괴물은 여인이 악몽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커튼 뒤에 있는 말은 프랑스와 독일의 민간 전설에 등장하는 몽마다. 전설속의 몽마는 땅속 깊은 곳에 사는 사악한 존재다. 이 작품에서 말은 밤의 악마 이미지를 묘사한 것이다.이 작품은 푸젤리의 대표작이자 낭만주의 회화 발전에 획을 그은 작품으로서 그의 억압된 성적 욕망이 드러나 있다. 푸젤리는 짝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다. 여인이 다른 남자와 결혼하자 질투에 휩싸인 푸젤리는 어느 날 꿈속에서 그녀와 성관계를 하는 꿈을 꾸게 됐고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는 같은 주제로 두 점의 작품을 제작한다.꿈의 양면성을 그린 작품이 앙리 루소(1844~1910)의 ‘꿈’이다. 이 작품에서 초록빛 향연이 펼쳐지고 있는 낙원 같은 정글의 아름다움과 나무 사이사이마다 숨어 있는 깊은 어둠으로 꿈의 양면성을 표현했다.여인은 꽃을 잡기 위해 팔을 뻗고 있는데 정글에는 먹잇감을 찾는 야생동물, 사자와 싸우는 원주민, 놀고 있는 원숭이 무리, 붉은 태양과 하얀 달, 등불에 달려 있는 오렌지가 화려한 초록빛의 나무들 사이에 숨어 있다.루소는 이 작품에서 50가지의 녹색을 사용해 오크 등나무 유칼립투스 라일락 바나나나무 산세비에리아 양치류 야자수 선인장 용설란을 다양하게 연출했다. 그는 식물들을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했지만 사실 그의 상상력에서 나온 식물들이다. 실제의 식물과는 차이가 있다. 또한 이 작품에 등장하고 있는 동물도 마찬가지로 루소가 자신의 상상력으로 임의대로 묘사했다. 원근법을 무시한 루소만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는 정글 그림의 대표작이다.루소는 22년 동안 파리 시의 세관원으로 일을 했다. 루소는 전통적인 미술가들을 모델로 삼아 출발했지만 전통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의 인생이 경험이 돼 새로운 작품 세계를 열었다. 그는 자신의 눈에 보이는 현실 세계를 꿈의 세계로 표현했다.화가. 동덕여대 졸업. 성신여대 조형산업대학원 미술 석사.저서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