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enetian Macao Resort Hotel

장 드라마다’, ‘최상류층 세계를 비현실적으로 묘사해 위화감을 조성한다’ 등등 비판 속에서도 시청률 30%를 넘나들며 화제가 된 드라마가 ‘꽃보다 남자’다. 드라마의 스토리에 더해 장면 장면마다 등장하는 화려하고 럭셔리한 공간들도 관심을 모았다. 마카오의 베네치안 리조트 호텔(Venetian Macao Resort Hotel)도 그중 하나다. 온갖 ‘세계 최대,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를 장신구처럼 두른, 그야말로 그 ‘남자들’에 어울리는 그런 곳이다.마카오가 변하고 있다. 마카오 전체가 급속한 경제성장을 누리고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발전 속도가 두드러지게 빨라졌다. 마카오의 콜로안 섬과 타이파 섬 사이를 메워 조성한 지역인 코타이 지역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코타이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지역 개발 계획의 중심축을 이루는 곳이 ‘코타이 스트립(Cotai Strip)’. 그리고 코타이 프로젝트의 첫 결과물로 지난 2007년 8월 그 위용을 보인 곳이 바로 ‘베네치안 마카오 리조트 호텔’이다. 이후 지난해 포 시즌호텔이 들어섰고 앞으로 샹그릴라, 쉐라톤, 힐튼, 페어몬트 등 세계적인 호텔 브랜드들이 코타이 스트립을 채울 예정이다. 코타이 프로젝트는 오는 2015년 완성된다.6조800억 원을 들여 지었고 전체 면적이 미식축구 경기장 56개를 합한 것과 맞먹는다는 등의 어마어마한 규모도 그렇지만 온 도시 전체가 르네상스 예술의 전성기를 말해주는 베네치아를 완벽하게 재현한 곳이 베네치안 마카오 리조트 호텔이다.베네치안 마카오 리조트 호텔을 들어설 때 두 개의 거대한 기둥과 탑, 그리고 분홍빛 대리석의 건물이 먼저 웅장함을 과시하며 시야를 가득 채운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광장에 세워진 산마르코 기둥과 산테오도르 기둥, 그리고 캄파닐레 산마르코(Campanile San Marco)와 두칼레 궁전(Palazzo Ducale-혹은 도제의 궁전) 등이 그것인데, 운하에 바로 접해 있는 산마르코 광장은 베네치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축물로 손꼽힌다. 아울러 베네치안 마카오 곳곳에서 날개 달린 사자의 문장을 보게 되는데, 이는 베네치아의 수호성인이자 성경 저술자로 알려진 산마르코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베네치안 마카오를 둘러보는 동안 이 사자 문양이나 조각상이 과연 몇 개나 있는지 찾아보는 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슬며시 떠오를 만큼 어디서나 이 ‘날개 달린 사자’와 만나게 된다. ‘가장 베네치아다워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이 베네치아의 문장을 호텔의 문장으로 사용한 것이다.1173년 완성돼 베네치아를 찾아오는 뱃사람들에게 지표 역할을 했던 캄파닐레 산마르코, 산마르코 광장의 꽃, 두칼레 궁전 등은 화려한 장식성과 엄격한 조형미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비잔틴 양식과 베네치아의 풍부한 빛을 색으로 구현한 ‘베네치안 고딕’ 양식의 백미로 손꼽힌다. 베네치안 마카오는 시간을 거꾸로 되돌려 21세기에 베네치아의 르네상스를 되살려 냈다. 두칼레 궁전뿐만 아니라 베네치아의 유명 건축물들의 원래 모습과 옛 모습이 궁금하다면 멀리 이탈리아가 아니라 차라리 마카오로 가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뭇잎을 닮은 창, 열주의 장식, 중앙 기둥의 날개 달린 사자와 주교의 부조상 등이 완벽하게 재현된 것이다. 물론 ‘원본’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충 본을 떠 손질하기 쉬운 재료로 흉내만 낸 것이 아니라 실제 대리석 등을 이용해 건축물들을 섬세하게 재현했다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두칼레 궁전 오른쪽에 놓인, 죄수가 궁전을 지나 취조실로 끌려가며 다시는 아름다운 베네치아를 보지 못할 것 같아 탄식을 했다는 ‘탄식의 다리(카사노바도 이곳을 건너 수감됐다)’와 청색과 금색의 잎사귀가 화려하게 장식돼 1420년에 지어진 황금의 집, ‘카도르(Ca’ D’Or)’, 그리고 발코니와 기둥에 현란하게 조각된 유선형의 무늬 덕분에 가장 아름다운 베네치아 고딕풍의 건축물이라는 칭송을 들은 ‘콘타리니 파산(Comtarini-Fasan)궁’ 등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 있다. 모두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건축물들로, 도시 곳곳에 자리한 이들을 파노라마 사진을 보듯 호텔 주변에 다시 배치해 관람객들은 호텔 주변을 크게 한 바퀴 도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수하곤 한다.그뿐만 아니라 베네치아의 대운하를 가로지르는 대표적인 다리인 ‘리알토(Rialto) 다리가 캄파닐레 왼쪽에 놓여 있다. 재미있는 것은 다리의 아름다운 모습에만 충실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해질 무렵 곤돌라를 타고 이 다리 밑을 지나는 연인이 키스를 하면 그 사랑이 영원하다는 베네치아 리알토 다리의 전설은 이곳에서도 유효해, 베네치안 마카오를 찾은 이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그 전설의 주인공이 되기를 원한다는 것. 사공들 역시 이 전설을 들려주며 연인들의 키스를 부추기곤 한다. 낭만과 마음 설레는 정취까지 잊지 않고 ‘원조’의 것을 들여 온 셈이다.베네치안 마카오 리조트 호텔은 한마디로 복합적인 위락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편안한 숙박 시설에 더해 이곳을 대표하는 위락 시설인 카지노를 비롯해 쇼핑, 각종 공연 관람과 스포츠 경기 등이 호텔 내에서 가능하고, 1만 여 명이 동시에 연회를 할 수 있을 만큼 연회장의 규모도 거대하다. 또 세계적인 전시, 컨벤션 행사를 열 수 있는 공간도 충분히 마련돼 있다. 그리고 이에 어울리는 화려한 장식과 고급스러운 시설들을 보느라 눈이 오랜만에 제대로 호사를 누릴 것이다. 따로 조명이 필요 있을까 싶을 만큼 넓고 긴 회랑은 화려한 금장으로 단장돼 있으며 매끄러운 대리석 기둥과 바닥으로 한층 더 고급스러워 보인다. 전성기를 호텔 안에서 재현한 모습 역시 그저 흉내 내기에 그치지 않았음을 뽐내고 있다. 주요 통로와 회랑에는 어김없이 베네치아 르네상스풍의 천장화가 그려져 있어 그 화려함과 웅장함이 절정을 이룬다.호텔 입구에서 카지노로 연결되는 주회랑의 천장은 금장과 초록, 분홍으로 화려하게 장식돼 있는데 18세기에 활발한 작품 활동을 벌이며 베네치아의 주요 건축물 실내를 완성한 거장 조반니 바티스타 티에폴로(Giovanni Battista Tiepolo)의 작품들이 입구 돔과 회랑 천장에 그려져 있다. 베네치안 마카오 리조트 호텔의 천장을 장식하는 작품들은 대부분 베니스 출신이나 베니스에서 활동한 거장들의 것. 그들의 작품을 일일이 천장에 그리는 수고가 베네치아의 낭만과 멋을 재현하려는 호텔의 노력을 더욱 진실되게 만들었다. 적어도 ‘프린트’해서 천장에 붙여 놓는 꼼수(?)는 쓰지 않았다는 얘기다. 호텔 1층 중앙부에 차지하고 있는 구조 덕분에 특별히 의도하지 않아도 꼭 한 번은 카지노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베네치안 마카오 리조트 호텔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전체적인 규모나 시설, 화려한 내 외관 등도 화제를 낳았지만 카지노에 대한 관심은 유난히 뜨거웠다. 카지노의 면적은 미식축구장 셋을 합한 크기이고, 1000개에 이르는 게임용 테이블, 6000대의 슬롯머신을 두고 있어 이런 수치 정보만으로도 충분히 압도당할 만하지만 실제 두 눈으로 본 카지노의 규모는 직접 보지 않고서는 설명하기 힘들다. 4가지 색으로 구분된 각 섹션은 모두 게임 테이블과 슬롯머신들로 빼곡히 채워졌고, 사람들은 그 사이를 입추의 여지 없이 점령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많은 사람들이 숨소리조차 내지 않는 듯 조용하다. 그만큼 게임에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겠지만, 한편으로는 다양한 종류의 테이블 게임을 갖추고 또 그 테이블 수도 이 많은 사람들이 차지하기에 부족함 없을 만큼 넉넉하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기다리거나 어정쩡하게 이리저리 오가는 상황을 아예 원천 봉쇄했다는 의미도 된다.24시간 개방된 카지노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거대한 규모와 시설이 아니라 그 넓은 곳에 언제나 사람들이 가득 차 있다는 점이다. 중국 본토와 홍콩, 그리고 주변의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온 갬블러들로 베네치안 마카오 리조트 호텔에서는 평일, 주말, 새벽이나 초저녁이라는 시간의 경계는 이미 파괴됐다. 실제로 월요일 아침에도 게임을 하기 위해 단체로 체크인 하는 이들을 볼 수 있었다.이 거대한 호텔은 마치 켜켜이 쌓여 하나의 맛을 완성하는 파이를 떠올리게 했다. 호텔 1층은 카지노와 고급 바와 레스토랑들이, 스포츠 경기와 대형 공연이 가능한 아레나 등이, 3층에는 매장들과 레스토랑들이 자리한다. 그리고 대형 컨벤션 홀과 극장 등이 따로 마련돼 있는데, 한두 번 이곳을 지나는 것으로는 그 위치가 쉽게 가늠되지 않는다.중앙 홀에서 에스컬레이터를 따라 올라간 3층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매장과 기념품 매장을 비롯해 대형 푸드코트와 미국, 홍콩 등에서 인기 있는 레스토랑 등이 입점해 있다. 이들은 ‘산마르코 광장’이라고 불리는 널찍한 광장을 기점으로 배치돼 있는데 우아한 저택의 건물, 광장의 풍경 등이 베네치아의 그것과 다름없다. 광장 1층에는 레스토랑과 숍들이 자리한다. 실제로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광장을 ‘ㄷ자’로 둘러싸고 있는 ‘알라 나폴레오니카’의 1층도 각종 유리 세공품과 수공예품 등을 비롯한 많은 물건들을 내놓은 상점과 레스토랑, 노천카페 등이 자리하고 있다. 천장에 구름이 점점이 떠 있는 파란 하늘을 그려 놓아 바깥세상이 어떻든 간에 이곳 3층만큼은 어느 맑은 날 오후 3시쯤에 맞춰진 채 멈춘 듯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곳에서 많이 사고, 많이 먹을 것을 종용하는 애교 섞인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파란 하늘 아래 베네치아의 거리를 거니는 착각만큼은 유쾌하게 빠져볼 만한 경험이다.그렇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곳 3층의 으뜸가는 매력은 단연 ‘대운하(Canal Grande)’다. 베네치안 마카오 리조트 호텔이 개관할 당시 가장 인기를 모으고 화제가 됐던 곳이다. 산마르코 광장 옆에서 시작하는 대운하는 베네치아의 그것에 가깝게 실제로 수로를 파 놓고 곤돌라를 운행하고 있다. 물론 호텔 외부에도 운하가 만들어져 있었지만 오히려 이곳에서 베네치아의 좁고 복잡한 수로의 분위기를 더 현실감 있게 맛볼 수 있다. 운하 주변으로도 베네치아풍의 건축물들이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 역시 1층은 숍과 레스토랑으로 이용되고 있다. ‘꽃보다 남자’에도 곤돌라를 타고 이 운하를 따라가는 장면이 등장한다. 한편 산마르코 광장에 르네상스 시대의 복장을 갖춰 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등장해 여행객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광대와 귀부인, 귀족, 시인 등 복장으로도 대충 그들의 신분과 직업을 추측할 수 있는데, 그들은 저글링이나 재주넘기를 보여주는가 하면 노래를 부르며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그들 덕분에 호텔 속 산마르코 광장은 500여 년의 시간 여행을 떠나고 있다.취재 협조 베네치안 마카오 리조트 호텔 정보 얻는 곳 : www.venetianmacao.com글·사진 남기환 월간 비틀맵트래블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