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piece & chronometer

15세기 이탈리아에서 가장 많은 삽화가 그려진 문학 작품은 페트라르카의 ‘승리’일 것이다. 여기서 시간 영감은 낫을 든 날개 달린 노인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페트라르카의 시간 영감은 자비로운 농경신이 아니라 인간의 명성, 즉 허영심을 파괴하는 신의 모습으로 묘사되곤 한다. 시간 영감은 빠른 시간(tempus fugit)을 보여주기 위해 날개가 달려 있다. 그리고 그리스신화에서 낫은 농경신의 상징이었으나 중세에 이르면 인간의 목숨을 앗아가는 사신(死神)의 역할로 바뀐다. 그리고 여기에 필수적으로 시계가 등장한다. 그러면 왜 시계가 그 시기에 등장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아마도 개인용 시계를 소유한 사람이 흔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 영감의 낫이 인간의 목숨을 빼앗아가는 세월의 흐름을 의미한다면 시계는 생명의 소멸을 일깨워 주는 경고신호 장치일까.18세기 후반에 프랑스의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Abraham-Louis Breguet)에 의해 처음 나타난 캐리지 클락(Carriage clock)이 온 유럽으로 퍼져나가면서 사랑을 받았는데, 여행용으로 쓰인 것보다는 가정마다 여러 개의 시계를 보유하는 계기가 됐다. 영국은 상대적으로 많이 만들지 않았으며 프랑스제를 수입해 사용했다. 19세기에 이르면 프랑스는 리옹이나 노르망디에서 시계를 만들다가 점차 스위스 국경 근처로 옮기게 된다. 이는 바르톨로메오 대학살 이후 프랑스에서 이주해 간 위그노들에 의해 스위스 시계 산업이 번창했기에 그러했다.휴대용 시계를 워치(watch)라고 부르는데 회중시계(Pocket watch)와 손목시계(Wrist watch)로 분류할 수 있다. 손목시계의 출현은 전쟁 때문이었다. 1899년부터 1902년까지 벌어진 보아전쟁이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전장에서 회중시계가 주종을 이루던 시대에 불편한 점이 많아 천이나 가죽 끈을 묶어 손목에 차고 다니던 것이 손목시계의 유래로 알려져 있다.특히 참호 전쟁에서 시계의 필요성이 대두됐으며 독일 해군장교들이 갑판 위를 걸어 다니며 주머니를 뒤져 시계를 꺼내는 것이 불편해 손목시계를 차도록 명령했다고 한다.1920년 이전에 제작된 트렌치(trench) 시계 디자인에서 그 시대상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그리고 최초의 손목시계는 ‘까르띠에’에 의해 탄생된다. 당시 까르띠에 가문의 3대째 장인인 루이 조셉 까르띠에가 자신의 브라질 친구인 비행사 산토스 듀몽(Alberto Santos Dumont)을 위해 제작해 준 시계 ‘산토스 시계’가 1904년에 개발된 것이 시계사에서 최초의 손목시계라고 기록되고 있다. 그러나 드로즈 르쇼 상회(Jaguet-Droz & Lechot)의 출납부에는 1790년 손목시계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기도 하다. 이것이 손목시계에 관한 최초의 기록이긴 하지만 현재까지 전해지는 시계는 없다. 초기에는 여성들만이 착용했다가 군인들이 착용하면서 일반화됐다.손목시계는 스위스가 정밀한 장인 정신으로 무장해 세계시장을 석권하게 되는데, 특히 롤렉스(Rolex) 같은 시계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고급 시계로서 성장했다. 롤렉스가 첨단 장치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그 점철된 개혁의 이미지를 마켓에 철저히 링크했다는 점은 기업인 모두가 참고할만하다. 서로 다른 이미지의 클래식 워치브랜드 브레게와 롤렉스를 알아보자.브레게는 유럽 귀족 문화를 서술할 때 늘 있어 왔다. 브레게의 평판은 과거 위대했던 인물들의 증언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알렉상드르 듀마(Alexandre Dumas), 스탕탈(Standhal), 줄스 번(Jules Verne), 푸슈킨(Pushkin) 등 당대의 쟁쟁한 문인들이 있다.브레게는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에 의해 1775년에 설립됐다. 브레게가 만든 시계를 소유하게 된 여왕 마리 앙투아네트(Queen Marie-Antoinette)는 브레게의 유일한 자동시계에 점점 매료됐다고 말한 적이 있으며 루이 16세도 그의 시계에 호기심을 느끼고 몇 개를 사 주었다고 한다. 또한 그는 당시 북극 탐험을 준비 중이던 선원 부갱빌(Bougainville)에게 그가 만든 시계를 선물하기도 했다.그러던 중 그는 그의 작업장에서 두 가지 획기적인 성과를 이룩하게 된다. 바로 페르레(Perrelet)에 의해 고안된 자동시계의 밸런스 베어링(balance bearing)에 충격 방지 장치(shock resistance)를 달고, 라 리피티션(la repetition)이라는 기계 알람 장치를 고안해 낸 것이다. 이 두 가지가 결국 그로 하여금 막강한 권력과 재력을 지닌 귀족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아마도 브레게의 발명 중 가장 빛나는 업적은 오늘날에도 첨단 기술로 인정받는 투르비옹(Tourbillon: 기계식 시계에 있어서 지구의 중력장에 의해 영향을 받아 시간 오차가 발생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고안된 고난위도의 시계 기술)일 것이다. 이로써 기계 시계의 숙제로 여긴 시간 편차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되며 크로노미터와 같은 정밀도를 갖게 된다.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 공습에 참가했던 영국 조종사들은 대부분이 군 지급 시계를 벗고 롤렉스를 찾는 바람에 영국에서 롤렉스가 고갈될 정도였다. 시간이 생명인 항공 작전에서 보급품 시계는 정확도가 낮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일화를 가진 롤렉스의 모델명 중 ‘익스플로러’, ‘서브머리너’, ‘시-드웰러(Sea-Dweller)’, ‘요트-매스터(Yacht-Master)’ 등은 각각 다이버, 동굴 탐험가, 파일럿 등에게 인기를 누렸다. 특히 자동차 경주 선수들을 위해 내놓은 ‘데이토나(Daytona)’는 영화배우 폴 뉴먼이 차고 나와 인기를 얻었다.1927년 런던의 여성 속기사 메르세데스 글리지가 두 번째로 영불해협을 헤엄쳐 횡단할 때 롤렉스는 오이스터를 협찬했고, 글리지는 15시간 15분에 걸쳐 영불해협 횡단에 성공했다. 이때 그녀가 착용한 시계는 이상 없이 정확하게 작동했고 이는 시계 업계의 신화가 됐다. 1953년 힐러리 경과 존 헌트 경의 등반대가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했을 때도 오이스터가 함께 했다. 등반 중 심한 충격과 온도 변화에도 불구하고 등반 대원의 팔목에 감긴 오이스터는 완벽하게 작동했다. 또한 1960년에는 특수 제작한 오이스터를 잠수함 외벽에 부착, 수심 1만908m인 바다 속에서도 1㎠당 1톤의 강력한 수압을 견디는 실험에 성공했다. 이처럼 롤렉스는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에서부터 가장 깊은 해구인 마리아나 해구에 이르기까지 독보적인 기록들을 세우며 수많은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로 20세기 시계 역사를 전환했다.자료 제공: 헤리티지소사이어티(http://cafe.daum.net/heritagesociety)1. 스위스에서 제작된 장식용 워치. 펜던트와 샤트렌 등에 시계를 장착해 귀부인들이 즐겨 사용했다. 시계는 다양한 보석과 에나멜로 장식했으며 앤티크 마켓에서 인기 있는 마니아용으로 돋보인다.2. 로코코풍의 그림이 그려져 있고 에나멜 장식과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는 포켓 워치. 18세기 여성용으로 만들어진 시계다.3. 18세기에 주문을 받아 제작된 헌터 워치. 케이스가 아름답다.4. 승마를 즐기는 귀족이 소유한 것으로, 장애물을 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5. 아르데코 디자인으로 제작된 까르띠에 시계. 테크 모티브 디자인으로서 변하지 않는 모델이다.6. 1970년대 빈티지 남성용 피아제 시계. 다이아몬드 골드 이터그럴 브레이스렛 등 디자인이 매우 장식적이다.7. 1908년 롤렉스 회사 설립 초기에 제작된 포케 시계. 골드 케이스와 블랙 화이트 다이얼이 인상적인 기념비적 앤티크 시계다.8. 스털링 실버의 케이스 커버로 이뤄진 헌터 시계. 아르누보 스타일의 화려한 디자인이 멋지다.9. 아르데코 디자인의 사자 조각상으로 만들어진 포켓 시계 스탠드. 집에서도 테이블 시계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기능화한 스탠드로 아름다운 워치 스탠드 디자인이 많다.10. 빈티지 까르띠에 시계. 다이아몬드가 박힌 화려한 디자인과 컬러풀한 포켓 워치가 멋지다.11. 1958년에 제작된 잠수용 롤렉스 시계. 007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가 차고 나와 더 유명해진 스타일이다.12. 콘스탄틴 빈티지 워치. 우아한 골드와 가죽 밴드가 멋지다.13. 1930년대에 제작된 레이디 워치. 블랙 가죽 밴드와 아르데코 다이얼이 정갈한 디자인이다.14. 콘스탄틴 빈티지 시계. 클래식한 원형과 사각형의 다이얼에는 십자가 마크가 선명하다.15. 밀리터리 트렌치 시계. 야간에도 볼 수 있도록 굵은 야광 다이얼과 포켓 워치에서 진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16. 모던 스포츠 디자인의 브레게 시계. 독특한 컬러 다이얼이 인상적이다.17. 콘스탄틴 빈티지 워치. 아르데코 디자인의 다이얼이 돋보인다.18. 빈티지 탱크 까르띠에 디자인으로 제작된 시계. 1970년대 디자인과 닳아 있어 더 멋을 풍긴다.빈티지 컬렉션 가운데 시계가 단연 돋보이는 이유는 그 부피도 콤팩트할 뿐만 아니라 디자인 하나하나가 모두 컬렉터블하면서도 소유하고 즐길 수 있으며 투자 가치도 좋다는 점일 것이다. 1940년 이전의 손목시계들은 아르데코 디자인의 영향을 받은 것이 많고 일부는 아르누보 디자인의 영향도 받아 정교하고 아름답고 여성적이다. 1950년 이전 시계들은 방수장치가 안 된 것들이 많기 때문에 매우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손으로 일일이 태엽을 감아야 하고 하루에 1~5분 정도의 시차는 감안해야 한다. 전문가가 수리한 경우도 있는데 오리지널인지 알기 위해서는 꼭 내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가죽 밴드는 대부분 교체한 것이 많고 금속 줄은 오리지널이다. 특히 고가의 빈티지를 구입할 경우에는 취급 딜러가 경험이 충분하고 평이 좋아야 한다는 점을 참작할 필요가 있다.현재 국제 시세는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받으며 오리지널 브랜드의 가격이 의외로 저렴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1950년 이전의 빈티지 컬렉션을 권할만하다. 예를 들어 1940년대 파텍 필립은 1만 달러 정도에도 아름다운 컬렉션을 할 수 있으며 롤렉스, 오메가 등은 5000달러 미만에도 구할 수 있다.헤리티지 소사이어티 대표. 앤티크 문화예술 아카데미 대표. 앤티크 문화예술기행, 유럽도자기 저자.영국 엡버시 스쿨, 옥스퍼드 튜토리얼 서비스 칼리지 오브 런던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