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통법시대 자산관리 전략

월부터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됨에 따라 향후 펀드 판매 시장에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은행, 보험, 증권 중심의 펀드 판매에서 벗어나 펀드 슈퍼마켓, 독립 재무설계사 등 다양한 펀드 판매 채널이 속속 등장할 전망이다. 투자자의 펀드 투자 통로가 다양해져 선택의 폭이 넓다는 장점도 있지만 그만큼 어려움도 없지 않다. 즉, 급격하게 늘어난 자산관리 전문가 중 누구와 거래할 것인가 선택해야 한다. 투자 교육을 하면서 느끼게 되는 투자 성공의 키포인트(Key Point)는 ‘믿을 수 있는 전문가(FP: 은행 증권 생명 등 전 금융회사의 자산관리 전문가를 말함)를 만나 함께하라’는 것이다. 신뢰할 수 있는 ‘재무 주치의’를 만나는 것은 투자 성공의 절반 이상이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투자와 관련된 책을 보고 세미나에 참석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직업으로 삼아 연구하는 전문가만큼은 될 수 없다. 만약 사람들이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면 얼마나 살기가 힘들까. 이사할 때 이삿짐센터의 도움 없이 혼자 다 알아서 해야 한다거나 자재를 구해 자신의 집을 직접 지어야 한다면 사회는 매우 비효율적일 것이다. 저마다 각자의 능력과 취향에 따라 전문적인 직업을 갖고 서로 도와가면서 사는 것이 바로 사회인 것이다.투자 계획을 세울 때는 투자자의 재무적 상황이나 투자 성향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이때 재무적 장단점이나 투자 성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하는데 투자자가 직접 하면 자칫 주관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자꾸 좋은 방향으로 자신의 상태를 평가하려고 들게 마련이다. 차질 없이 재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냉철하게 투자자의 상황을 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바로 이 점에서 FP가 필요하다. 세계 최고의 ‘골프 천재’인 타이거 우즈에게도 그를 지도하는 코치가 있다. 그 코치가 타이거 우즈보다 골프를 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즈에게 코치가 필요한 것은 그가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나쁜 자세나 습관 등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교정해 주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혼자의 힘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어느 정도까지는 자신의 힘만으로 성공할 수 있어도 더 큰 성공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한 투자 교육 세미나에서 장기 투자와 분산 투자의 필요성에 대해 강의하고 있었다. 한창 이야기하고 있는데 불쑥 한 투자자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강의를 가로 막았다. “그런 쓸데없는 이야기 좀 하지 말고 언제 어떤 펀드에 들어가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지금까지 말씀 드렸듯이 시장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장기 투자와 분산 투자가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전문가는 알 거 아닙니까? 알면서 왜 말을 안 합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랜 투자 손실로 인해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투자자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됐다. 하지만 정말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 문제였다.시장을 족집게처럼 알아맞히는 ‘스타 전문가’가 되는 방법이 있다. 자신의 고객 1000명에게 반년마다 향후 6개월간의 주식시장 전망을 담은 e메일을 보낸다. 이때 절반인 500명에게는 주가가 오른다는 내용으로, 그리고 나머지 500명에게는 떨어진다는 내용으로 보낸다. 6개월이 지나 그동안 주가가 올랐다면 오른다는 내용의 메일을 받았던 500명의 고객에게 다시 메일을 보낸다. 이때 역시 절반은 오른다는 내용으로, 다른 절반은 떨어진다는 내용으로 보낸다. 이렇게 몇 번만 반복하다 보면 주식시장의 향방을 기가 막히게 알아맞히는 스타 전문가가 돼 있을 것이다.“주식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으려면 비관론자가 돼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비관론자와 낙관론자는 ‘게임의 스타트(Start)’ 가 애초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만일 시장에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가 예측과 달리 불황에 빠지면 손해를 본 투자자들로부터 엄청난 항의를 받게 된다. 반면 예측이 맞아 호황이 오더라도 투자자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기는 좀체 힘들다.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자신이 판단을 잘해서 투자에 성공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낙관론자들은 잘해야 본전이요, 잘못하면 심한 항의에 시달려야 한다. 이와 달리 비관적인 전망을 줄기차게 주장하면 예측이 틀리더라도 항의를 받는 일은 많지 않다. 설사 틀린 전망 때문에 항의를 받더라도 낙관론자가 틀려서 받는 항의와는 차원이 다르다. 주가가 올라 조금이라도 이익을 올린 투자자들은 ‘그까짓쯤이야’라면서 너그럽게 넘어가게 마련이다. 하지만 비관적인 전망이 들어맞았을 때에는 미리 손해를 피할 수 있도록 경고해 준 ‘영웅’으로 급부상하게 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투자자의 자산을 불려주는 것은 비관론이 아니라 시장을 긍정적으로 내다보는 자세다. 비관적인 관점에서는 결코 투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성공으로 이끌어 주는 것은 자신의 ‘코치’이지 ‘무책임한 해설자’가 아니라는 점이다.FP의 역할은 주식시장을 예측해 투자 시기나 환매 시기를 결정해 주는 것이 결코 아니다. 만일 누군가가 이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무엇 하러 회사에 다니겠는가. 어디서 돈을 빌려서라도 어마 어마한 수익을 올려 이미 갑부가 돼 있을 것이다. 전문가의 역할은 이보다 더욱 복잡하다. 투자자가 가지고 있는 관심사를 파악해 재무 목표를 명확히 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자산 배분 전략과 상품 선정 등 복잡한 과정을 관리해 나가야 한다. 이는 장기적인 경제의 원리와 흐름, 투자 시장 전반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노후와 자녀 교육 등 인생에 대한 통찰력까지 필요로 한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FP가 인생 전반에 대해 조언해 주는 라이프 코치(Life Coach)로 진화해 가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의 존경 받는 직업으로 성장했다.실제로 ‘훌륭한 FP’가 많지 않다고 항의할 수도 있다. 솔직히 아직까지는 많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늘어나고 있으며 많은 금융회사 직원들이 훌륭한 FP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며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줌으로써 보람을 느끼고 싶어 한다. 이 점에서 FP 역시 마찬가지다. 투자자 역시 최소한 냉장고나 텔레비전을 살 때처럼 여러 FP를 만나 상담 내용을 비교해 보고 ‘믿을 수 있는 FP’인가를 검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투자자들로부터 선택 받기 위해서라도 ‘믿을 수 있는 FP’가 빨리 늘어나게 된다.첫째, 내 말을 끝까지 경청한다. 고객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 펼치려는 전문가는 피하는 것이 좋다. 이는 성실한 자세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고객 입장에서 고객의 상황을 충분히 파악한 다음 그에 맞는 투자 전략을 세워줄 수 있는 기본적인 소양을 갖춘 전문가가 정말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 일 것이다.둘째, 일정한 수익률을 보장하거나 확언하지 않는다. 투자 상품은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실적 배당형 상품이다. 따라서 일정한 수익률을 보장하거나 확언하는 것은 법에서도 금지하고 있다. 단지 상품을 판매하려는 목적 때문에 일정한 수익률을 보장하거나 확언한다면 믿을 수 있는 전문가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셋째, 주가나 금리를 함부로 예측해 단기적인 신상품을 강요하지 않는다. 주가나 금리의 향방은 오직 신만이 알 수 있는 영역이다. 한두 번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러다가 한 번의 어긋남으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것이 바로 투자다. 따라서 무모한 단기 예측을 근거로 신상품을 강요하는 전문가라면 반드시 피해야 할 것이다. 이런 사람을 만났다가는 잠깐 자산을 늘렸다가 모두 날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넷째, 투자 목적과 재무 상황 등을 물어 종합적인 컨설팅을 해 준다. 많은 사람들이 투자하기 유망한 펀드 상품이나 최적의 주식 채권의 투자 비중 등을 물어본다. 세상에 모든 사람에게 맞는 옷은 없다. 오히려 한 가지 답변을 가지고 모든 사람에게 맞추려는 것은 옷에다가 사람을 맞추는 격이다. 따라서 믿을 수 있는 전문가는 우리 자신의 투자 목적과 재무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물어 이를 바탕으로 장기적이고 꾸준한 투자 관리 방안을 만들어 주는 사람이다. 이런 과정은 매우 전문적이고 고도의 지식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런 방식으로 고객에게 컨설팅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전문가를 만나야 할 것이다.다섯째, 거래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성과와 조언을 해 준다. 보통 거래가 끝나면 나 몰라라 하는 경우도 있다. 투자는 투자하기 전이 매우 중요하지만 투자 이후 역시 중요하다. 따라서 투자 이후에 지속적으로 투자에 대한 조언을 해 주는 전문가를 골라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자산관리 전문가와 고객이 함께 늙어가면서 평생 동안 거래하는 경우가 보편화돼 있다.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watch@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