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 Korea. Run!

차는 지난달(2008년 11월) 소형차 부문에서 가장 많은 판매액을 기록했고 독일 고객들에게 경차로는 가장 사랑받는 차량에 선정됐다. 한국 차가 1위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으로 이 차는 생산 공장이 있는 인도는 물론 전 세계에서 성공적인 판매가 예상된다.”(2008년 12월 4일 독일 연방자동차국 리포트) 여기서 말하는 이 차는 무엇일까. 정답은 아토스 후속작으로 개발된 현대 i-10(아이-텐)이다. 실용성을 갖춘 해치백 스타일의 i시리즈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성장하는 중국과 인도를 겨냥해 개발한 현대차의 야심작이다. 현재 국내에 선보인 i시리즈는 i-30뿐이다. 당초 국내 최초의 해치백 세단으로 주목받았지만 기대만큼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정작 i시리즈에 대한 찬사는 해외에서 먼저 터져 나오고 있다.독일 연방자동차국(Federal Motor Vehicle Office)은 이날 독일 전국에서 i-10이 11월 한 달 동안에만 3107대가 팔려 소형차 대명사인 메르세데스벤츠 계열 스마트(Smart) 포투(For two)를 꺾고 1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참고로 2인승 스마트 포투는 경차의 지존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이탈리아 피아트300과 함께 유럽 20대들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차다. 인도 시장을 겨냥해 인도에서 생산, 수출되고 있는 i-10은 배기량 1086~1248cc 등 3가지로 구성돼 있으며 4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돼 있다. 유럽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1120cc 디젤 버전도 판매 중이다. 편안한 곡선 코스 주행에 도움을 주는 차체자세제어장치(ESP: Electronic Stability Program)와 잠금방지제동장치(ABS: anti-lock brake system) 등이 기본으로 장착돼 있으며 탑승자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운전석 조수석의 앞, 옆 부분에 에어백을 설치했다. 현재 i-10은 인도 현대차 공장에서 직접 생산해 수출되고 있으며 국내 출시 계획은 잡혀 있지 않다. i-10의 성공에 따라 현대차는 유럽 시장을 겨냥한 i-20 출시를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클릭, 아토스 프라임의 후속 모델인 i-20는 지난해 10월 파리모터쇼를 통해 처음 일반에 공개됐으며 배기량은 i-10보다 약간 큰 1200cc급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차에는 현대차가 심혈을 기울여 지난해 7월 개발한 카파엔진이 장착될 예정이다. 카파엔진은 최고 출력 78마력에 최대 토크가 12.1kg·m까지 나오는 혁신적인 엔진 시스템이다. 동급 차량에서는 드물게 6개의 에어백과 타이어 공기압 자동 감지 시스템 등이 적용된다는 것이 흥미롭다. 현재 i-20는 지역 특성화 전략에 따라 현대차 유럽디자인센터에서 비밀리에 개발되고 있으며 조만간 유럽 시장에서 먼저 선보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현대차에 i-10이 있다면 기아차에선 씨드(Cee’d)의 선전이 주목받는다. 지난 2006년 파리모터쇼를 통해 첫선을 보인 씨드는 현대 i-30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소형 해치백이다. 독일에 있는 기아차 유럽디자인센터에서 개발된 씨드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유럽 시장을 겨냥해 만들었다. 5도어 왜건형과 3도어 해치백 등으로 판매 중이며 엔진은 1.6, 2.0리터 두 가지가 장착된다. CRDi 디젤엔진이 장착된 차량도 생산되고 있다. 경기 위축 속에도 지난해 10월까지 유럽에서 12만7000여 대를 판매했다.품질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 씨드는 지난해 8월 유럽 품질 평가 기관 중 최고 권위인 유럽신차평가제도(NCAP)에서 한국 자동차 최초로 별 다섯 개 만점을 받았다. 이 같은 판매 성장으로 씨드를 생산하는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은 지난해 10월 현재 전년 대비 13.1%나 생산량이 늘어났다. 9월에는 생산 누적 대수가 30만 대를 돌파했다.지난해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쏘울도 연내 유럽에 선보일 예정이다. 쏘울은 지난해 말 영국 대중지 ‘더 선’이 2009년 센세이션을 일으킬 자동차 베스트 3로 선정하는 등 소형차 수요가 많은 유럽에서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국내 자동차 시장은 수입 자동차 메이커들의 파상공격에 국내 토종 업체들이 고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해외시장은 이와 반대다. 인도 중국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 국가는 물론 오일 달러로 경제가 급성장한 중동 지역에서는 한국차가 미국 유럽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의 판매량을 뛰어넘고 있다. 특히 인도 현대차는 아토스의 변형 모델인 상트로로 인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극심한 경기 침체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자리 잡은 미국 내에서도 선전 중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미국 내 35만8484대를 판매해 미국 빅3 메이커를 제외한 수입차 부분에서 혼다, 닛산, 도요타 다음으로 가장 많은 차를 팔았다. 특히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에선 현대와 기아차의 판매가 타 브랜드를 크게 압서는 모습이다. 지난해 베이징 현대차는 1~10월 중 24만3340대의 차를 판매해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20.8%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성장률만 놓고 보면 FAW 도요타(45.7%), 둥펑닛산(55.2%) 다음으로 높다.현대와 기아차가 해외 공장에서 별도의 주력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면 GM대우와 르노삼성 등은 제너럴모터스(GM), 르노의 다국적 판매망을 통한 해외 수출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르노삼성이 개발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5는 르노 ‘콜레오스’라는 이름으로 중동과 유럽에 수출되고 있다. 르노삼성은 개발 단계에서부터 해외 수출을 염두에 뒀다. 이 때문에 QM5는 엔진과 변속기, 플랫폼 등이 르노의 또 다른 브랜드인 닛산 로그와 비슷하다. 주요 부품이 공유된다. 엔진은 직렬 4기통 2.5리터급으로 최고 출력 171마력/6000rpm, 최대 토크 23kg·m/4400rpm을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9초대 돌파가 가능하다. 이 엔진은 닛산 알티마, 티아나에도 똑같이 장착돼 있다. 무단변속기인 엔스트로닉 역시 닛산 맥시마, 무라노 등에 이미 탑재돼 있는 변속 시스템이다. 지난해 국내 수입된 닛산 로그와는 사실상 쌍둥이 차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두 차의 국내 판매 가격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르노삼성의 주력 모델인 SM5는 사프란(Safrane)이라는 이름을 달고 중동 지역에 수출되고 있으며 SM3는 써니라는 수출명으로 해외 전선에서 두각을 내타내고 있다.GM대우에서는 윈스톰 맥스가 단연 눈에 띈다. 윈스톰 맥스는 해외에서 먼저 성공을 거둔 뒤 국내에 ‘역론칭’된 케이스다. 앞서 출시된 윈스톰보다 업그레이드된 모델인 윈스톰 맥스는 해외에선 럭셔리 SUV급으로 통한다. GM 계열사인 오펠이 ‘안타라’라는 이름으로 유럽에서 판매한 윈스톰 맥스는 출시와 동시에 혼다 CR-V 등과 경쟁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국내에는 지난해 부산 모터쇼를 통해 첫선을 보였다. 2.0리터 가변형 터보차저 커먼레일 디젤엔진 형식의 윈스톰 맥스는 품질 면에서 볼 때 유럽 디젤 차량에 비해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같은 GM 계열인 시보레에서는 캡티바 맥스로 판매되고 있으며 윈스톰은 GM의 대중국 시장 공략의 일환으로 현재 시보레 캡티바로 이름을 바꿔 수출되고 있다. GM대우의 중형 세단 토스카는 또 다른 계열사인 홀덴을 통해 에피카라는 브랜드로 호주로 수출되고 있다.송창섭 기자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