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벌 유동성 붐이 영원히 가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동안은 즐기기 바란다(Global liquidity boom would not go on forever, enjoy it while it lasts).” 이 말은 그린스펀이 2007년 어느 콘퍼런스에서 했던 말이다. 이런 말을 한 것을 보면 그린스펀은 어쩌면 지금의 금융 위기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그런데 현재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과잉유동성으로 촉발된 문제를 또다시 초저금리와 발권력을 통한 미증유의 과잉유동성 공급으로 대처하고 있다. 오히려 이로 인해 장차 세계경제는 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복합적 악성 증세로 시달리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필자의 추론은 다음과 같다.미국 경제는 2001 년의 9·11 테러로 인해 다우 지수는 8062.34라는 저점을 만들었다가 반등했는데 그것이 다시 2002년에 저점을 경신하자 그린스펀은 저금리를 통해 거품을 만들면서 다시 호황으로 돌려놓았다. 이때 서브프라임 대출이라는 이상한 금융상품도 생겨났으니 과잉유동성이 배경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002년 미국 경제는 연착륙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었는데 저금리로 대응하면서 거품을 만든 것이니 거꾸로 간 것이다. 그런데 벤 버냉키 FRB 의장이 저금리로 인한 과잉유동성 문제와 거품을 정리하기 위해 금리를 올린 것이 그만 거품이 터지는 결과를 불러온 것이다.따라서 지금의 거품은 억지로 만들어진 것이니 이럴 경우 사물의 이치를 살피면 그 두 배 이상의 반작용이 이어지는 것이 정상이라고 볼 수 있다.최근 다우지수는 2001년 당시의 저점인 8062.34를 다시 붕괴시키고 있으니 어쩌면 부양책에 대한 희망도 일순 물거품으로 끝이 나고 세계경제는 바로 악순환으로 들어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다우지수로 볼 때, 이번 거품은 3000 초반까지 하락해야 일단 소멸되면서 진정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금 다우지수의 절반도 안 되는 수치다.또 하나 금융 위기를 촉발한 도덕적 해이의 원인을 따져보면 제법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도덕적 해이의 출발점은 1994년에 발생한 멕시코 금융 위기였다고 할 수 있다. 당시 클린턴 행정부는 멕시코 금융 위기에 대해 500억 달러의 유동성을 지원하면서 해결했는데, 그 본질은 멕시코에 투자했다가 물리게 된 미국 금융자본들을 구제한 것이었다.이익이란 위험을 감수하는 대가인데, 이때부터 미국 금융자본들은 방만하게 투자했다가 사고가 터지면 결국 미국 정부가 해결해 준다는 안일한 인식을 갖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런 도덕적 해이가 나중에 서브프라임 대출과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라는 말도 안 되는 보험 상품을 마구 판매하는 한심한 결과를 저지르게 했다고 본다.그러니 이번 금융 위기는 2002년 당시 억지 거품을 만든데 대한 반대급부라고 할 수 있으며 아울러 사고 치면 결국 정부가 해결해 준다는 안일한 인식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미국 정부가 금융자본의 도덕적 해이를 징계하는 차원에서 리먼브러더스를 정리했더니 금융자본들은 이제 그런 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받아들였다. 그 바람에 덜컥 겁이 나 무조건 믿을 수 없다는 식으로 가면서 신용 경색 국면이 이어졌다. 그러자 경제 침체가 닥쳐왔다. 어쩔 수 없이 미국 당국은 일단 급한 불은 끄고 보자는 차원에서 돈을 마구 찍고 금리를 제로로 낮췄다.과연 해법인 것일까. 실수의 연발이라는 생각도 든다.명리학자고려대 법대 졸업새빛인베스트먼트 고문프레시안 고정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