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매 공동투자 ‘사기 주의보’

기 불황을 틈타 공동 투자를 미끼로 투자자를 유혹, 사기를 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이들은 소액으로 공동 투자해 막대한 이익을 내주겠다며 투자자를 끌어 모으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 시장에서 공동 투자로 투자자를 모집한 경우는 토지 지분을 쪼개 판매하는 기획부동산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빌딩, 상가 등 수익형 물건에까지 영역이 확대되는 모습이다.살아있는 경매 신화로 불리던 이상종 전 서울레저그룹 회장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법원경매 계장 출신인 이 전 회장은 2000년 법원을 나온 뒤 경매 물건인 충무로 진영상가 1층을 통째로 낙찰 받은 뒤 고시텔로 업종을 변경, 막대한 시세 차익을 남기는 등 경매 업계의 전설로 통했다. 특히 그는 권리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대형 건물을 최대한 싸게 낙찰 받아 리모델링, 업종 변경을 통해 건물 가치를 극대화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처음 낙찰 받은 진영상가 1개 층은 면적만 1322㎡(400평)에 달하는 대형 물건이다. 그는 이를 7억 원에 낙찰 받아 매월 2000만~3000만 원의 임대 수익을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전 회장은 종암동 옛 중앙승가대학 내 사무실을 임차해 고시원으로 운용, 월 1억~2억 원의 임대 수익을 거뒀다.그러던 이 전 회장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02년 무렵이다. 그는 길음동 길음시장 내 연면적 9256㎡(2800평)짜리 상가 건물을 60억 원에 낙찰 받아 당시로선 국내 최대 규모의 찜질방, 헬스클럽을 갖춘 서울레저관광타운을 지으면서 화려하게 등장했다. 2년 뒤 2004년에는 오금동의 허름한 건물을 경매로 낙찰 받아 서울레저관광타운을 오픈했다. 이후 사업 영역은 건설, 호텔, 교육, 레저스포츠 등으로 확대됐다. 그가 대표로 있던 서울레저그룹은 한때 계열사 27개에 자산이 80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이 같은 성과로 그는 전국찜질방중앙회 회장, 한국부동산컨설팅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서울 소재 K대학과 산학협동 방식으로 서울GG아카데미라는 부동산 실무 교육 기관을 설립하기도 했다.그러나 정부 규제로 부동산 열기가 식으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한 찜질방 사업이 사양길로 접어든 것도 비슷한 시기다. 서서히 뛰기 시작한 유가는 주력 사업인 사우나, 스포츠센터 사업에 직격탄이 됐다. 계열사인 범진유통이 인천 주안에서 분양한 복합쇼핑몰이 이중 계약 소송에 휘말리게 된 것도 경영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이때부터 이 전 회장은 자신이 강사로 나선 경매 강좌를 통해 적게는 500만 원, 많게는 수천만 원에 이르는 투자금을 모으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매 강좌에서 이 전 회장은 그동안 자신이 경매로 낙찰 받아 막대한 시세 차익을 올린 사례들을 설명하며 투자자를 유혹했다. 한 관련 업계 관계자는 “초창기만 해도 소수의 투자자만 선별해 투자자들을 끌어들였지만 경기가 악화되면서 금액에 상관없이 ‘저인망식’으로 자금을 끌어들였다”면서 “투자 자금 상당수가 아랫돌 빼 윗돌 끼우는 임시방편용으로 사용됐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협과 저축은행 등에서 3000억 원 이상을 대출받았으며 개인들로부터 투자받은 금액만 200여 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레저그룹 명의로 돼 있는 건물 중 상당수는 이미 주채권자인 금융회사가 강제 경매를 신청해 개인 투자자들이 자금을 변제받을 수 있는 길이 사실상 막혀 있는 상태다. 현재 검찰은 투자자들로부터 고소·고발을 접수, 지난 11월 21일자로 이 전 회장을 출국 금지하는 등 신병 확보에 나섰다. 현재 이 전 회장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이 전 회장 측과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는 않았다. 이 전 회장 측 관계자는 “여러 경로를 통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정리가 되는 대로 검찰에 출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서울레저그룹이 이토록 투자자들의 자금을 쉽게 끌어들일 수 있었던 것은 소액으로도 비교적 임대 수익이 잘 나오는 건물의 지분을 매입할 수 있다는 점을 교묘하게 이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전 회장은 소액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법원 명의로 부동산을 매입했으며 이를 담보로 금융회사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방법을 주로 사용했다. 초창기만 하더라도 이 전 회장은 각 법인을 독립적으로 운영했으나 투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신설된 법인이 다른 법인을 연대보증을 서는 방식을 택했다. 이렇게 되면 한 개 법인만 사업이 막혀도 계열사 간 지급보증 때문에 연쇄 부도를 맞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를 개인 투자자들이 사전에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데 있다. 금융회사들이야 자금을 지원하기 전 해당 부동산, 법인의 채무 상황과 연대보증 등을 파악할 수 있지만 개인들은 등기부등본에 나와 있는 공동 담보 목록에 대한 구체적인 내역을 파악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아무리 해당 부동산과 법인에 가압류를 설정해 놓았다고 하더라도 다른 부동산이 부도를 맞으면서 연쇄적으로 부도 처리될 수 있다.업체가 자랑하는 막대한 투자 이익도 뜬구름 잡는 식이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투자 수익은 임대 수익과 시세 차익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업체들이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것은 시세 차익 부분. 대부분 경매, 급매로 저가 취득하기 때문에 당장 내다 팔면 시세 차익이 발생한다. 하지만 요즘처럼 경기가 위축되면 당초 약속됐던 투자 수익도 낮아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실제로 이 전 회장은 이런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끌어 모으면서 매각을 통해 거둔 이익을 나눠 가진 경우가 단 한 건도 없었다. 황지현 영선법률사무소 경매실장은 “공동 투자 방식으로 투자하는 물건은 대부분이 100억 원을 호가하는 중급 빌딩, 상가인데 경기 침체로 상당수 물건이 임대 수익도 반 토막 난데다 매각 금액이 커 거래가 쉽지 않다”며 “건물의 외형만 믿고 투자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말했다.충남 아산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아산시에 사는 김모 씨 등 10명은 지난 2006년 7월부터 2008년 1월까지 34명에게서 투자금 명목으로 60여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일당이 투자자들에게 내건 약속 역시 경매로 인한 저가 취득이었다는 것이 경찰 측의 설명이다. 이들은 경매로 싸게 낙찰받아 월 10%씩 배당해 주겠다며 투자자를 끌어 모았으나 실제로 취득한 경매 물건을 단 한 건도 없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투자 금액은 적게는 1000만 원부터 많게는 1억~2억 원이었다. 수사를 담당한 아산경찰서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대표인 김 씨가 과거 경매로 짭짤한 알토란같은 수익을 거뒀다는 내용만 믿고 자금을 빌려줬다”면서 “투자자 대부분이 구입 물건에 대한 기본 정보조차 파악하지 못해 화를 불러일으켰다”며 공동 투자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했다. 실제로 김모 씨 등은 투자금으로 부동산을 매입하지 않고 돌려막기 식으로 자금을 운영해 왔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송창섭 기자 realsong@moneyro.comhoneypap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