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지는 와인을 구매할 때 중요한 기준이다. 저가 와인이라면 가장 최근 빈티지로 구매하는 것이 좋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다 기본적인 상식으로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와인 고수들이 한 가지 더 꼼꼼히 따지는 것 바로 와이너리의 소유주와 와인 메이커의 이름이다. 작년 스태그스 립 와인 셀러즈(SLC) 매각 소식의 놀라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2000년 샤토 코스 데스투르넬의 소유주가 된 레이비에(Reybier)가 미국의 역사적인 와이너리 샤토 몬텔레나(Chateau Montelena)도 매입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두 와이너리는 ‘캘리포니아 와인은 와인도 아니다’라는 인식이 팽배하던 1976년, 프랑스 최고의 와인들과의 대결에서 당당히 1등을 거머쥔 ‘미국 와인의 영웅들’이기에 연이은 매각 소식은 당연히 전 세계 와인 업계에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SLC와 샤토 몬텔레나는 여러 면에서 마치 이란성 쌍둥이 같을 정도로 비슷한 점이 참 많다. 일단 이 두 와이너리의 밑바탕에는 안드레 첼리스체프가 우뚝 서 있다. 그는 미국에서 프랑스 와인 양조학의 대가인 앙리 자이에와 에밀 페노와 같은 반열에 서 있다. 1976년의 영웅을 만들어낸 SLC의 오너이자 와인 메이커인 워런 위니아스키와 샤토 몬텔레나의 와인 메이커 마이크 그르기치가 바로 그의 제자다. 흥미로운 점은 위니아스키와 샤토 몬텔레나의 오너 짐 바렛이 원래는 1960년대 중후반까지 각각 정치학 교수와 변호사로 활동했다는 점이다. 그런 그들이 와이너리를 설립한 지 불과 1~2년 만에 1976년 블라인드 테이스팅의 위대한 승리를 거머쥔 것이다. 더욱 놀랄만한 사실은 그 당시 출품된 와인들을 만든 포도나무의 수령이 고작 3년 미만이었다는 점이다. 프랑스 보르도 와인들의 포도나무 평균 수령이 25~40년임을 감안한다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79세인 위니아스키의 은퇴는 유럽 자본이 개입된 합작 회사(미국 워싱턴 주의 와이너리 샤토 생 미셸과 이탈리아 와이너리 안티노리)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샤토 몬텔레나는 아직 뚜렷이 매각의 이유가 밝혀지지는 않았다. 마땅히 와이너리를 계승할 만한 사람이 없는 위니아스키와 달리 샤토 몬텔레나는 아들 보와 며느리 하이디 피터슨 바렛 등이 와인 메이커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기 때문에 충격이 더하다. 워낙 대단했던 그들 이름 앞에 이제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와인 명가 안티노리와 보르도 슈퍼 세컨드의 대표 주자 샤토 코스 데스투르넬까지 가세하게 됐다. 이들의 결정에 대해 업계에서는 거대 자본의 유입으로 와인의 개성이 퇴색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표시하는 목소리가 크다.김혜주 도서출판 알덴테북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