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와 올해 신문 지상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단어는 ‘서브프라임’이다. 글로벌 경제에 문외한이라고 해도 한번쯤 ‘서브프라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라는 말은 들어봤을 것이다.미국 주택 시장은 금융과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목돈 모아 집을 장만하는데 비해 미국은 집을 소유보다는 거주의 개념으로 생각해 자기 자본을 100%까지 들여가며 집을 구입하지는 않는다. 은행 대출로 집을 사고 매달 원금과 이자를 내면서 살아가는 것이 미국인들의 일반적인 주택 구입 패턴이다.미국 부동산을 말하면서 반드시 살펴봐야 하는 것이 대출 시스템이다. 물론 한국에서처럼 구입 자금을 모두 본인이 마련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러나 현지 금융 프로그램을 이용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면 모기지 시스템에 대한 이해는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 과제다. 그동안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부동산 구입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현지에서 자금 조달이 쉬웠기 때문이다.미국에서 부동산과 관련된 모기지 프로그램은 수백 가지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지만 금액, 기간, 이자 변동 유무 등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우선 대출 금액부터 살펴보면 41만7000달러를 기준으로 컨퍼밍 론과 점보 론으로 나눠진다. 100만 달러 이상 대출 상품을 슈퍼 점보 론이라고 하지만 대체로 컨퍼밍 론과 점보 론 사이에서 상품을 결정하게 마련이다. 흔히 신용도가 높은 고객에게는 점보 론, 반대인 경우는 컨퍼밍 론이 실시된다. 대체로 대출 사고는 컨퍼밍 론에서 발생하는데 최근 미국 금융시장의 부실로 점보 론으로까지 불똥이 튀는 양상이다. 신용도에 따라 대출 상품이 다르기 때문에 금리 역시 차이가 난다. 컨퍼밍 론과 점보 론의 금리 차이는 최근 1.5%까지 벌어졌다. 대출 기간이 길어질수록 금리는 높아지고 짧을수록 금리가 낮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흔히 미국에서 장기와 단기로 대출 상품을 구분하는 기간은 10년을 기준으로 한다. 장기 대출은 주로 신용도가 있는 내국인에게만 해당된다.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현지에서 통용되는 신용도가 없기 때문에 5년 이내 단기 대출만 가능하다. 3년 만기 상품이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다. 대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금리 프로그램이다. 미국의 모기지 대출 상품은 고정금리와 변동금리가 혼합돼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이전까지만 해도 거치 기간에 따른 금리 변동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 모기지 프로그램’이 많이 판매됐지만 신용 경색과 금융 회사 부실 여파로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상황이 심각한 것은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외국인들을 위한 모기지 프로그램이 시장에서 사라졌다는 점이다. 그동안 미 서부 최대 모기지 기관인 워싱턴뮤추얼과 월드세이빙은 외국 투자자들을 위한 모기지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었으나 은행 경영 악화와 신용 경색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난 4~7월 사이 이들 프로그램 판매를 모두 중단했다. 이는 미국 내 투자를 생각하는 한국 투자자들에겐 크나큰 악재다. 현지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 줄었기 때문에 국내에서 최대한 자금을 많이 확보해 나가야 한다. 김진성 마이리얼티 대표는 “쇼트 세일, 차압 매물을 구입할 때 은행이나 법원은 신용도가 없는 외국인에게는 미국 금융 회사 내 현금이 얼마나 예치될 수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따져본다”면서 “자기 돈 40%에 모기지 60%로 부동산을 매입하던 과거의 패턴과는 시장 환경이 180도 바뀌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모기지 프로그램을 운용 중인 곳은 대형 금융 회사로는 신한은행아메리카가 유일하다. 내국인은 담보대출비율(LTV)이 최대 80%인데 반해 외국인은 70%까지 대출이 진행된다. LTV가 65% 이하인 경우는 1년 만기 이자율이 7.03%, 2년은 7.36%, 3년은 7.69%, 5년은 8.06%다. 외국인은 여기에 0.5~1.0% 정도의 금리가 추가된다. 물론 영세 금융 회사들의 대출 상품도 있지만 금리가 높고 해당 기관의 재무 건전성 등을 놓고 보면 메리트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송창섭 기자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