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 7월 불거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의 여파로 미국 부동산 시장은 전년 대비 18% 이상 폭락하고 있다.주택 시장은 2008년 현재 계속되는 신용 경색 속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서브프라임 파동 이후 현재 미국 평균 주택 가격은 18% 정도 급락했다. 늘어나는 매물 재고와 주택 차압 속에서 주택 가격은 하반기까지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 모기지 관련 은행과 지난 9월 7일자로 미국 재무부의 관리를 받는 미국 최대 주택 채권 회사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보유하고 있는 부실 채권 규모가 더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당분간 추가 하락이 점쳐진다. 하지만 하락 폭은 현재 계속 줄어들고 있고 주택 시장이 바닥을 쳤다는 일부의 시각도 점차 힘을 받고 있다. 두 대형 모기지 은행이 자금난에서 벗어남에 따라 많은 모기지 관련 업체들은 앞으로 출시될 대출 프로그램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일부에서는 2009년 중반쯤 주택 시장이 바닥을 치고 하반기부터 안정권에 진입, 2010년부터 서서히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다만 반등 폭은 호황기 때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이다.일단 현지 부동산 업계는 재무부의 이번 조치가 신용 경색과 주택 시장의 회복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조치가 추가적으로 나오기 어렵다는 것과 올 11월 대선에서 어떤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느냐 등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따라서 긍정적 기대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일단 심리적으로 볼 때 미국 주택 시장은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이는 해외 투자자나 채권 투자자 등 모두가 해당된다. 압류 물건이 쏟아지고 있다고 해도 신용 경색이 회복되지 않는 한 바닥으로 점치기는 상당히 어렵다.미국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인 침체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도심 지역인 로스앤젤레스(LA)와 뉴욕만큼은 시장 상황과 반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말하는 LA 지역의 부동산 시장은 굉장히 넓다. 한인타운이 속해 있는 LA카운티를 우선 살펴보자. 흔히 미 언론에서 차압률을 얘기할 때 캘리포니아는 미 전국에서 주택 거품이 가장 심한 지역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러나 여기에는 통계의 허점이 있다. LA 집값 통계를 조사할 때는 도심권에서 차로 1시간 이상 떨어진 LA 전역이 포함된다. 시 외곽에 있는 샌 버나디노(San Bernadino)나 리버사이드(Riverside)는 집값이 50% 이상 폭락했다. 이러다 보니 LA 전체 집값은 콘도니미엄을 기준으로 평균 18% 하락했다. 그러나 한인들이 밀집해 있는 LA카운티는 사정이 다르다. 베벌리힐스나 산타모니카 같은 몇몇 지역들은 소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LA 도심지의 주택 가격이 많이 하락하지 않는 이유는 인구 유동성에서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진 샌 버나디노, 리버사이드와 같은 외곽 지역은 2004년까지만 해도 주택 공급량이 단기간 급증했던 곳이다. LA 도심에 살던 인구가 시 외곽으로 거주지를 옮기면서 이들 지역 집값은 단기간 급등했다. 주택 가격도 도심지의 60% 정도 수준으로 깨끗하고 넓은 새집에 대한 소유욕을 부추기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고유가 시대에 장거리 출퇴근이 많은 사람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다시 도심지로 인구가 돌아오기 시작했고 지금은 되레 도심지의 주택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학군 좋은 주택은 ‘게 눈 감추듯’ 팔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인타운 및 인근의 방 하나짜리 아파트의 경우 월평균 임대료가 1200달러를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방을 구하기 어렵다. 현지에서는 이 같은 공급 부족으로 LA 도심지 집값은 더욱 상승할 것이며 이로 인해 도심과 외곽의 집값 차이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내다본다.세계 금융, 국제 무역, 미디어, 패션의 중심지로 널리 알려진 뉴욕도 상황은 비슷하다. 유로화 대비 달러의 약세로 특히, 유럽인들이 미국 부동산 구입에 가세했다. 이로 인해 현재 부동산 투자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한국인 고액 자산가들도 대열에 합류해 맨해튼 인근 주요 부동산을 마구 사들이고 있다. 맨해튼의 경우 지난 수년간 공급에 비해 수요가 훨씬 높았으며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고유가로 대중교통 요금이 오르면서 뉴저지와 맨해튼을 연결하는 다리를 건널 때마다 내는 톨게이트 비용은 뉴욕 시민들에겐 커다란 부담이다. 이 때문에 최근 뉴욕의 젊은층은 비록 작은 평형의 주택이라도 맨해튼 내 집을 구하고 싶어 하는 분위기다. 최근 마커스 앤드 밀리채프가 조사한 아파트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맨해튼은 월세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8.2% 뛰었고 공실률은 2%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 위축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여전하다는 뜻이다. 재개발 계획과 9·11 테러 재건 사업인 ‘2010 로어 맨해튼 재건 프로젝트’ 등의 호재가 겹치면서 맨해튼 집값은 전년 동기 대비 25.2%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물론 뉴욕의 전체적인 집값은 소폭 하락했지만 하락 폭만 놓고 보면 미국 내 대도시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그렇다면 어떤 매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까.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이 저가 취득이 가능한 차압 매물이다. 지난 7월 발표된 캘리포니아부동산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7월 대비 주택 거래는 무려 33.6%나 증가했다. 이유는 쏟아져 나오는 차압 매물과 경매 매물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주택 가격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던 소위 ‘바겐 헌터(Bargain Hunter)’로 불리는 투자자들이 대거 매수에 나서면서 거래가 다소 숨통을 틔우는 모습이다. 경매나 차압으로 주택을 구입할 경우 보통 시세보다 25~30% 정도 된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하지만 경매나 차압 물건은 일반 주택 매매와 달리 매수자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 만약 집에 문제가 발생하면 매수자가 비용을 들여 수리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자칫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경매나 차압 매물은 꼼꼼한 사전 조사를 거친 후 구입하는 것이 현명하다. 경매나 차압 매물에 경험이 많은 부동산 투자 전문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러 주택을 매매해 본 경험이 없거나 특히, 해외 투자자일 경우 경매나 차압 매물의 구입 시 믿을 만한 전문가가 없다면 위험성은 언제나 상존한다.단독주택은 단순히 시세 차익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저렴하게 매입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관리 역시 절대로 소홀히 다룰 문제가 아니다. 특히 한국에서 투자하는 사람들에겐 이런 문제는 더욱 절실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런 관리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콘도미니엄 투자다. 미국의 모든 콘도미니엄들은 공동관리회사(Home Owners’ Association)를 의무적으로 설립해야 한다. 미국 내 대도시에는 현재 많은 고층 콘도미니엄들이 들어서고 있고 신용 경색 문제로 인해 시공사마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각한 자금난에 휩싸이면서 기존 판매가보다 10~20% 낮춰 급매로 내놓는 물건도 상당하다. 미국의 많은 대도시 주택들이 1950~70년께 지어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새로 지은 콘도미니엄들은 관리가 수월할 뿐만 아니라 새집을 싼값에 장만하는 기쁨도 함께 누릴 수 있다. 그 외에도 많은 시공사들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어 좋은 투자 상품으로 각광받을 전망이다.정재웅 NBGI 대표, 정유리 모이니언 이사,엄기륭 남가주부동산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