즘 부동산 투자자들의 이목은 죄다 정부 관계자의 입에 쏠려 있다. 경기 침체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발 규제 완화 소식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는 눈치다. 정작 복병은 따로 있다. 세계 경제 불황과 유가·환율 상승 등의 여파로 금리가 조금씩 오르고 있는 것이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그렇듯 금리 상승은 서민 경제에 직격탄이다. 부동산에서 출발한 미국발 금융 위기는 남의 일이 아니다. 저금리로 대출받던 때는 잊어야 된다. 투자 패턴부터 바꿔야 한다.정부는 지난 9월 1일 대규모 감세로 요약되는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비과세 요건을 갖춰도 양도세가 부과되는 고가 주택 기준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조정했고 20년 보유 시 80%를 공제해 주는 1주택 장기 보유 특별공제 기준을 10년으로 단축했다. 지난 수년간 큰 반발을 불러왔던 종합부동산세(종부세)도 대폭 손질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부과 기준을 고가 주택 기준인 9억 원으로 조정하는 것이 검토되고 있다. 지난번 세제 개편안에는 종부세 과표 적용률을 80%로 동결했다. 종부세 납부 세액의 20%를 차지하는 농특세도 폐지된다. 또 보유세가 전년도 대비 30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150%로 낮추기로 했다.= 최근 여러 대책들을 종합해 보면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 역시 이전 정부와 별반 차이가 없다. 거래 정상화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투기성 자금이 몰리는 것은 정부가 가장 경계하는 바다. 기대를 모았던 다주택자 관련 조항이 빠져 있는 것을 볼 때 앞으로는 주택 수를 과감하게 줄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되레 서울, 과천, 5대 신도시의 경우 3년 보유 2년 거주면 주어지는 1가구 비과세 기준이 서울, 지방 가릴 것 없이 3년 보유 3년 거주로 강화됐다. 이번 조치로 지방은 타격을 받을 게 분명하다. 지방에서 5채 이상의 85㎡ 이하 주택을 10년 이상 임대하면 양도세 중과에서 제외됐지만 앞으로는 1채 이상 149㎡ 주택을 7년 이상 임대해도 비과세 받도록 규정이 완화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다주택 보유에 대한 매력은 크지 않아 보인다. 실수요 차원에서 투자 가치가 큰 주택 위주로 정리를 하면서 가급적 현금으로 보유하는 것이 낫다는 지적이다. 일반 매매로 팔기가 아쉽다면 배우자, 자녀 명의로의 증여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증여세 과세 표준은 1억 원 이하∼30억 원 초과에서 5억 원 이하∼30억 원 초과로 바뀌고 세율은 10∼50%에서 2009년에는 7∼34%, 2010년부터는 6∼33%로 단계적으로 인하된다.규모별로 살펴보면 중대형에 대한 매력은 다소 줄어들 공산이 크다. 1인 가구 증가로 장기적으로 대형 평형은 메리트가 작다는 분석이다. 지난 2~3년 사이 과잉 공급된 것 역시 중대형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인이다. 일반적으로 호황기에는 중대형, 불황기에는 소형, 중소형이 인기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늘어난 공급량과 비례해 분양가가 큰 폭으로 뛴 것이 수요 감소로 이어졌다”면서 “앞으로 수요층인 40대가 줄어드는 것도 120㎡ 이상 대형 평형 거품을 빼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토해양부의 월별 미분양 현황을 살펴보면 6월 말 현재 대형 평형(전용 85㎡)은 지난해 말보다 44.5% 늘어나 소형(60㎡ 이하) 33.2%, 중형(60~85㎡) 17.7%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난 부동산 호황의 견인차는 저금리 기조에 따른 금융권 대출이었다. 대출받은 돈으로 집을 사고 이렇게 산 집이 다시 집값을 끌어올리는 레버리지 효과에 일반 중산층이 환호하면서 부동산 담보대출은 빠르게 늘어났다. 레버리지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선 금리가 낮아야 하고 집값이 이자 이상으로 올라야 한다. 그러나 상황은 정 반대다. 갈수록 금리가 올라 시중은행의 주택 담보대출 고정 금리는 연 10% 돌파를 앞두고 있다. 반대로 집값은 정체되거나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짓는 아파트를 분양받은 박모 씨는 금리 인상이라는 보도를 접할 때마다 한숨부터 내쉰다. 2년 전 148㎡(45평) 아파트를 평당 3억7000만 원에 분양받았는데 당시 만 해도 중도금 대출 금리가 5.6%였지만 지금은 7.0%까지 올라갔다. 분양 대금의 60%인 2억2200만 원은 이자 후불제로 대출받았다. 입주와 함께 3000여만 원의 이자는 원금에 추가된다. 원금은 고사하고 등기비용과 잔금까지 합쳐 수천만 원을 더 내야 하는 그는 무리하게 분양 받은 것을 두고두고 후회한다. 이 때문에 등기와 동시에 아파트를 처분할 생각인데 매물이 많아 제값대로 받을지 걱정부터 앞선다.=지난 3~4년간 국내 부동산 투자자들은 수익형 부동산 상품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빠져 있었다. 매달 꼬박꼬박 월세를 받을 수 있어 당장 큰 폭의 시세 차익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상당수 투자자들이 무리한 대출로 뒤늦게 뛰어든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수익형 부동산은 일반적으로 연 8%대 수익이 발생한다. 은행 금리가 낮았을 때는 월세를 받아 이자를 내고도 약간의 수익을 가져갈 수 있었지만 금리가 오르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오른 이자만큼 월세도 오르면 되는데 경기 침체가 더해지면서 세입자 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오피스텔, 상가, 오피스가 대표적이다. 특히 상가는 경기 불황이 겹치면서 세입자는 고사하고 원금마저 손해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아파트도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 때문에 투자 수익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다. 당장이야 월세를 받겠지만 매각 시 부과되는 양도세를 감안하면 별반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고유가 시대와 맞물려 도시로 회귀하는 인구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 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 곳곳에 신도시가 건설되고 있지만 분당 일산 등 기존에 들어선 5대 신도시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최근 ‘역 입주대란’에 시달리고 있다. 수도권 최대어로 불리던 판교신도시마저 인기가 시들해졌다. 투자자들이 이들 지역에 아파트를 구입한 것은 실수요보다는 투자 측면이 강하다.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실수요 시장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외곽 지역에 대한 매력은 그만큼 작아질 수밖에 없다. 김포 파주에 들어서는 아파트들이 애초 기대했던 것만큼 값이 오르지 않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대신 서울 도심지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가 도심지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를 준비 중이고 서울 외곽 그린벨트 해제 지역 등 도심 인근에 서민 주택 150만 가구를 건립하는 것도 기존 신도시 집값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요즘 부동산 시장의 최대 이슈는 강남 재건축 규제가 얼마만큼 완화될 것이냐다. 일단 지난 8월 21일 발표된 정부 대책 중 재건축 관련 내용을 살펴보면 △안전진단 규정 완화 △후분양 폐지 △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폐지 △층수 제한 완화 △재건축 절차 간소화로 요약된다. 상당수 재건축 아파트 사업의 발목을 잡아온 소형 평형 의무 공급 비율도 조만간 폐지,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재건축 사업에 엮여 있던 상당수 규제가 사라지는 셈이다. 그러나 이를 재건축 투자의 신호탄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예전과 같은 호시절을 생각해선 더더욱 안 된다.상당수 아파트들에 이미 가격이 반영된 데다 투기장으로 변모하는 것은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지난 몇 년간 안정세를 그려 온 재건축 시장이 꿈틀대 전체 주택 시장을 다시 뒤흔드는 것은 최악의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로선 어떤 방법으로든 안전 고리를 마련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이럴 때는 차라리 신규 주택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큰돈을 벌 생각에 재건축 아파트를 샀다가 수년째 자금이 묶이는 것보다 5년 미만의 새 아파트를 구입해 실수요와 투자용 모두 활용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지적이다. 참고로 부동산 정보 제공 업체 부동산 114가 조사한 3분기(7월 1일 대비 9월 19일 기준) 강남권 재건축, 신규 아파트(입주 5년 미만) 매매 값 변동을 살펴보면 신규 아파트의 0.83% 하락한데 비해 재건축 아파트는 2.27%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전 지역으로 확대하면 신규 아파트는 마이너스 0.16%, 재건축 아파트 마이너스 2.10%의 내림세를 기록했다.송창섭 기자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