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 박모(35) 씨는 요즘 스스로 발등을 찍고 싶은 심정이다. 지난해 10월 2000만 원을 넣어둔 중국 펀드의 손실률이 50%에 육박하면서 좌불안석이다. 박 씨는 펀드 가입 당시를 돌아보면 은행 창구 직원이 괘씸하기만 하다. 당초 박 씨는 적금처럼 붓는 적립식 펀드에 가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은행 창구 직원은 “적립식으로 넣으면 수익률이 높아도 손에 들어오는 현금이 적다”며 굳이 거치식을 강권했다. “그때 원래 생각대로 적립식으로 넣었더라면…”이라는 후회 속에 환매도 못한 채 속절없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최근 들어 국내는 물론 브릭스(BRICs) 지역 주식시장이 연중 최저치 경신을 이어가면서 펀드 가입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가입 당시에 비해 너무 떨어져 환매 시기도 놓쳤고,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고 있자니 울화통만 치밀고…. 펀드 판매 창구로 고객들의 불만 전화가 빗발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기는 기관들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행동(환매)할 때가 아니라 생각할 때다.” 펀드를 두고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시장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충고는 조급한 환매를 피하라는 것이다. 펀드 수익률을 보고 있으면 속이 터지는 투자자에게 물론 쉽지 않은 얘기다. 중국을 비롯해 브릭스 펀드의 올 누적 수익률은 마이너스 30%,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가입한 국내 주식형도 마이너스 24%에 달한다. 만약 올해 국내 주식형 펀드에 가입한 고객이라면 9월까지 이틀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벗어난 적이 없는 게 올 펀드 성적표다.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던 이틀도 상승률이 0.1%에 그쳤다. 사실상 올해 펀드에 들어 원금 대비 이익을 기록한 날이 없다는 얘기다. 미국발(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악재로 글로벌 증시가 곤두박질치며 수익률이 나빠질 때마다 ‘이 고비만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라며 위안을 삼았던 투자자들 대부분이 이제 자포자기 상태다.펀드 가입의 기준인 수익률 기준이 무의미한 상태에서 투자자들은 전년도에 수익률이 가장 좋았던 펀드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과연 전년도 수익률이 좋은 펀드가 이듬해에도 선전할까. 우리투자증권 서동필 연구원은 “20006년도 50억 원 이상 주식형 펀드 중 수익률 상위 20개 가운데 2007년에 상위권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단 하나, 2007년 상위 20위권 펀드 가운데 올해 상위 20위권인 펀드는 단 2개로 나타났다”며 “과거 수익률도 펀드 선택의 기준이 되지 못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문제는 단기간에 국내외 주식시장 반등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해외 펀드가 몰려 있는 중국의 경우 2000대로 주저앉은 증시 반등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UBS 맥쿼리 등 글로벌 금융 회사들은 이미 중국 내 자산 처분을 통한 현금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는 이미 침체 국면을 보이고 있는 중국 부동산 시장 상황이 예상보다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 정부가 주식 거래세 폐지 등의 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물 경기가 나빠지고 있어 부정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삼성증권은 “향후 브릭스 국가의 시장 관심은 소비 회복인데, 중국의 경우 경기 경착륙 우려가 남아 있어 단기적 반등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융 위기가 가장 먼저 터진 미국의 반등이 있은 후에야 중국 등 브릭스 국가의 상승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있다”고 설명했다.결국 지난해 하반기 이후 펀드에 가입한 고객들이 원금을 회복하기까지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얘기다. 비자발적 장기 투자와 손실을 감내한 환매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처지다. 전문가들은 환매 시에는 원금 대비 손절매 구간을 미리 정해두고 마이너스 수익률 폭이 줄어들 때마다 분할 환매할 것을 권하고 있다. 예를 들어 15%의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손실률로 정한 경우 수익률이 마이너스 15% 이내에 들어왔을 때 분할해 처분하는 방법이다.= ‘수익률이 온통 마이너스인데 무슨 세금이냐’는 투자자도 있겠지만 해외 펀드의 경우 환차익에 대해 15.4%의 세금이 부과된다.예를 들어 브릭스 펀드에 1000만 원을 투자해 주식 부문에서는 마이너스 10%의 손실을 봤지만 5%의 환차익으로 전체 수익률이 마이너스 5%인 경우 투자자는 원금 대비 손실이 났더라도 5%의 환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이 부과된다.또 현재는 투자자가 환매도 하지 않았는데 1년마다 결산을 하면서 세금을 부과하는 모순된 구조를 갖고 있다. 1000만 원짜리 펀드에 가입한 2년차 투자자가 첫 1년 결산 시 수익률 10%를 기록했다고 하자. 이 경우 펀드 회사는 1100만 원으로 결산한 후 이를 자동으로 재투자하게 된다. 이 결산 과정에서 수익 100만 원에 대해 세금을 떼는 것이다. 이후 2년차에 펀드 고객이 급전이 필요해 환매하는 시점에 주가 하락으로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 20% 기록했다면 이 투자자는 결국 원금 손실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도 모르게 이익에 대해 세금을 낸 셈이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내년 4월부터는 고객이 결산 시와 환매 시 가운데 과세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변경될 예정이다.펀드 투자의 장점으로 꼽히는 공모 펀드 증권거래세 면제 일몰도 1년간 연장된다. 주식은 매매 시 매도 대금의 0.3%를 세금으로 떼는 데 반해 그동안 공모 펀드는 거래세가 면제돼 왔다. 당초 올해 말까지만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간접 투자 확대를 통한 증시 안정 차원에서 1년간 연장됐다.2005년, 2006년에 출시돼 비과세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던 아시아퍼시픽, 동북아 등의 선박 펀드 세제 혜택은 축소된다. 올해 말까지 적용되던 액면가액 3억 원 이하 배당소득에 대한 비과세가 내년부터 5% 분리 과세로 변경된다. 맥쿼리인프라와 같은 인프라 펀드 과세 특례도 줄어든다. 인프라 펀드는 기존 3억 원 이하 5% 분리 과세, 3억 원 초과 14% 분리 과세 금액이 각각 1억 원으로 축소된다. 한국베트남 유전 펀드로 대표되는 해외 자원 펀드 비과세도 예정대로 축소된다. 기존대로 투자 원금 3억 원 이하 비과세가 내년부터 2011년까지는 5% 분리 과세가 적용된다. 조완제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부터 축소되거나 바뀌는 세금 정책을 미리 체크하는 것도 손실을 줄이는 방법”이라며 “다만 선박 펀드, 인프라 펀드, 자원 펀드 등은 세제 혜택이 다소 축소되긴 하지만 안정적 배당 수익을 감안하면 최근과 같은 변동성 장세에서 관심을 가져볼만한 상품들”이라고 설명했다.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