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브러더스의 파산 보호 신청과 AIG 부도 우려 확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은 크게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금융 회사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유동성 확보에 앞 다퉈 나서면서 단기 금리가 급등한 가운데 주식과 채권 등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도 활발하다. AIG 구제금융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은 잠시 안정을 찾는 듯했지만, 금융 회사들의 추가적인 부도 가능성과 계속된 구제금융에 따른 정부 부담 증가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시장 여건 개선은 당분간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특히 초대형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도 무사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까지 제기되면서 금융시장의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3위 투자은행인 메릴린치가 매각되면서 이제는 1, 2위 투자은행이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오르게 된 것이다. 자금 조달이 사업 영위의 중요한 조건인 금융 산업의 속성상, 우려의 대상으로 거론된다는 것은 곧 자금 조달의 차질로 인한 유동성 경색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신뢰의 추락은 생존의 중대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가 최근 발표한 3분기 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양호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신용위험지수 중 하나인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스프레드를 보면 모건스탠리의 경우 AIG 구제 금융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띠고 있어 모건스탠리의 생존 여부가 금융 위기 관련 중요 현안임을 시사하고 있다.이처럼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미국 유럽 일본의 중앙은행은 적극적인 단기 유동성 공급을 통해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일 단기 유동성 공급 계획을 내놓고 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재할인 창구 등을 통한 대출에 있어 담보 대상을 확대함으로써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가 어려운 금융 회사에 대한 실질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중국이 금리 및 지급준비율 인하를 통해 글로벌 금융 위기 문제에 공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중국은 자체적으로 주가 및 부동산 가격 하락 등의 문제에 시달리고 있어 금융 위기 확산을 계기로 금리 인하 기조를 강화할 것으로 판단되며, 최근 낮아진 인플레는 금리 인하에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이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금융 불안 해소 가능성은 높아졌다. 지난 9월 7일 미국 정부가 패니메이, 프레디맥 국유화 조치를 전격적으로 단행한 이후 리먼, AIG 등 일련의 사태가 벌어진 것은 이 조치의 효력에 대한 의구심을 확산시켰으나, 모기지 사업자의 국유화 조치가 투자은행 등 금융회사의 캐시플로에 당장은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것이었음을 감안해야 한다. 오히려 이들 금융 회사들의 어려움이 빠르게 커진 점이 패니메이, 프레디맥의 국유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단행됐던 ‘원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양대 모기지 사업자의 국유화는 최악의 상황을 막고 모기지 금리 하락을 유도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주택 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당장 금융 회사에 큰 도움이 될 수 없는 상황에서 금융 위기는 계속 확산되면서 결국 미국 정부는 사실상 최종 조치라고 할 수 있는 부실 채권 매입 기구 설립을 추진 중이다. 과거 1980년대 저축대부조합 부실 당시 정리신탁공사(RTC: Resolution Trust Corpora tion) 설립을 통해 부실 채권을 정리한 바 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모델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미 미국의 FRB가 금융 회사들에 단기 유동성을 공급함에 있어 담보 대상을 대부분의 투자 등급 증권으로 확대한 상황인데다 부실 채권 매입 기구까지 설립하게 되면 금융 회사들의 유동성 확보 어려움이 상당 부분 개선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부실 채권 분리는 금융권의 부실 확산 우려를 완화해 줌으로써 금융시장 신뢰도 회복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본격적인 금융시장 신뢰도 회복을 위해서는 모기지 부실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주택 경기 회복이 필요하다. 주택 경기 회복이 없다면 금융 부실 문제는 지속될 수밖에 없으며 이 경우 모기지 부실을 떠안게 된 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된다. 만약 보다 심각해진 서브프라임 사태로 미국 정부에 대한 신뢰도 훼손이 발생한다면 이는 달러 투매로 이어지고 결국 전 세계 금융시장이 또 한 차례 위축되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행히 양대 모기지 업체 국유화 이후에는 모기지 금리가 하락세를 띠고 있고 이러한 추세가 좀 더 지속되면 주택 경기가 조만간 저점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단기적으로는 다소 불안한 모습이 유지되겠지만, 현 상황에서 더 악화되지 않는 가운데 위기가 지나가게 되면 중·장기적으로는 금융 불안이 완화되는 추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불확실성이 다소나마 완화되는 모습이고 글로벌 증시가 저평가 매력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주식 비중을 축소해 대응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한 판단이 될 수 있다. 당분간은 관망하는 자세가 요구되며 주택 경기 회복의 선행 요건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모기지 금리가 충분히 하락할 것인지 우선 확인해야 한다. 모기지 금리가 향후 계속 하락세를 보이면 주택 경기 저점 형성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질 것이고 따라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화될 수 있다는 베팅을 해도 될 것으로 판단된다.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