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guar XF Diesel

물을 벗었다.’ 재규어(XF2.7, 디젤)의 변신을 두고 하는 말이다. 기존 재규어의 고풍스럽고, 고고한 자태를 찾아볼 수 없다. 보닛 앞에 톡 튀어나와 있던 ‘뛰어가는 재규어(일명 리퍼)’도 사라졌다. 보닛에 있는 두 개의 선(일명 ‘라이온스 라인’)과 그물형 앞 그릴 정도가 재규어의 옛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대신 현대적 감각으로 무장했다. 외관 스타일은 날렵하고 세련됐다. 뒷자리 지붕 라인도 쿠페처럼 낮게 떨어진다. 전형적인 스포츠 세단의 특징을 살린 것이다. 재규어 수석 디자이너 이안 칼럼은 “시장의 요구를 반영한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클래식한 디자인은 너무 점잖았고, 이에 젊고 세련되지만 개성을 잃지 않은 디자인을 추구했다는 설명이다.고급스러운 내부 인테리어는 여전하다. 군더더기 없이 심플하고 고급스럽다. 눈에 띄는 점은 위아래로 레버를 움직이는 변속기가 사라졌다는 것. 변속기가 있어야 할 자리에 동그란 다이얼이 보인다. 운전자가 좌우로 돌려 전·후진과 주차 모드로 쉽게 바꿀 수 있다. 처음엔 어색하지만 익숙해지고 나면 훨씬 편안하다. 앞뒤 좌석은 모두 넉넉하다. 5인 가족이 타고 장거리 여행을 떠나기에 부족함이 없다. 트렁크도 골프백 3~4개는 너끈히 들어갈 정도로 넓다.시동을 걸자 엔진 소리가 속삭이듯 들린다. 디젤엔진이지만 가솔린차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조용하다. 주행 시 소음도 상당히 틀어막았다. 2차 방음재와 2중으로 만든 서브프레임 등으로 차 밖에서 들어오는 소음을 대폭 줄였다고 한다. 시속 50km에서 실내 소음은 65.6데시벨(dB)에 불과했다.주행 성능은 흠잡을 데가 없다. 순간 가속이 최상급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8.2초 걸린다. 오르막길을 치고 올라가는 힘도 만족스럽다.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는 207마력과 44.4kg·m이다. 코너링과 제동력 등도 평균 이상이다. 승차감은 떨어진다. XJ나 S타입보다 못한 느낌이다. 정통 세단보다는 스포츠카에 가깝다. 공인 연비는 리더당 12.2km다.XF2.7을 소개하면서 빠뜨릴 수 없는 대목이 있다. 우선 km당 CO₂ 방출량이 199g에 불과한 친환경 차량이다. 유로4 배기가스 기준을 만족시키는 수치다. 오디오도 특별하다. 세계적 명품 오디오 브랜드 B&W(Bowers & Wilkins)가 맞춤 설계한 오디오 시스템이 장착돼 있어 음악 감상을 좋아하는 운전자에겐 매력적이다. 차 값은 7290만 원(럭셔리 모델)과 7990만 원(프리미엄 모델)으로 비싼 편이다. BMW나 벤츠, 렉서스 등의 한국 고급 수입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고급 브랜드들이 식상하게 느껴지는 소비자들은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권오준 프로슈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