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과 증권맨, 그 절묘한 조화
김광진을 섭외하기 위해 동부자산운용에 전화를 걸었다. 그가 요즘 6년 만에 ‘라스트 데케이드’란 음반을 내고 활동 중인지라 인터뷰 시간 잡기가 힘들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투 잡이니 얼마나 바쁠까. 홍보 담당자에게 전화번호를 남기고 기다리자 이내 울리는 전화벨 소리. 담당자가 아닌 김 팀장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다. 바로 인터뷰 약속을 잡고 섭외 상황 종료. 섭외에 대한 걱정은 기우였다.며칠 후, 김 팀장을 여의도 동부증권 옆 카페에서 만났다. 재테크 전문지 MONEY 전월 호를 건네자 그 자리에서 해외 금융면을 펼쳐 탐독한다. 줄을 치며 읽는다. 그중 ‘역발상 전략’이란 단어를 유심히 쳐다보다가 ‘그래 이거야’라며 조용히 읊조린다. 대단히 학구적인 ‘인터뷰이(interviewee)’다. “우리 회사 주력 펀드 이름이 ‘동부 더클래식 진주찾기’인데, 현재처럼 추세가 없고 불안한 시장에서 상대 가치가 높은 진주를 찾으려면 바로 이 ‘역발상 전환’이 중요하죠. 그래서 전 투자 대상을 고를 때 상대 가치를 중시하고 업종을 중립적으로 가져가려고 해요. 리스크를 줄일 수 있거든요. 시장 비율과 유사하게 가져가되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업종을 발굴하는 거죠. 요즘엔 중소형주 개발에 힘쓰고 있는데 최근 편입한 종목으로는 태광, 이니시스, 토필드 등이 있죠.”펀드 이야기를 할 때 그의 눈은 반짝 빛이 난다. 이럴 때는 음악인이 아닌 동부자산운용의 조사분석팀장으로서의 김광진만 보인다. 그가 운용 중인 펀드는 2006년 설정 이후 꾸준히 수익률 상위 3% 안에 드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시장에 숨어 있는 가치주를 발굴해 초과 수익을 노리는 운용 전략이 ‘마법의 수익률’을 낳은 셈.“회사 일을 할 땐 정말 일 생각 밖에 안 해요. 음악 작업은 주로 주말에 하는 편이죠. 평일에 지방 공연 일정이 생기면 휴가를 써서 가고요. 회사에서도 제 음악 활동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해 줘요. 요즘 가요계 시장도 좋지 않은데 회사에서 음반도 많이 사주고, 공연도 지원해 줘서 고마울 따름이죠. 저는 인터뷰를 통해 펀드 홍보를 해서 회사에 보답하고 있는 셈이고요.”주식이 그의 본업이고 생계 수단이라면 음악은 종교와 같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본업을 그만두고 음악에만 전념했을 때라고 회고한다. 4년간 오로지 음악에만 매달리면서 경제적으로, 심적으로 힘들었다. 한 가정의 가장인 그가 음악만으로는 생계를 꾸려가기 힘들었던 것. 마음이 편치 않으니 음악도 잘될 리 없었다. 그래서 그는 다시 본업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현재의 유능한 증권맨이 됐다.“음악과 주식은 양면적이죠. 음악은 곡을 만들 때 희열을 줘서 좋고 주식은 수익률이 숫자로 딱 나오니까 좋아요. 둘이 어찌 보면 상반된 것 같지만 공통점이 있죠. 바로 ‘리듬’을 잘 타야 한다는 거예요. 시장에 잘 적응해야 한다는 것도 중요하죠.”그는 자신의 음악적 재능이 타고난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을 포함한 7남매가 모두 음악에 소질이 있다는 것. 실제로 그의 부친은 인천에서 유명한 소아과를 운영 중인 의사인데, 얼마 전 있은 개원 60주년 기념식에서 7남매가 공연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전 운명론자예요. 인간이 거역할 수 없는 절대 힘이 존재한다고 믿죠. 인생은 다 정해진 수순대로 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주의 힘 속의 주어진 삶에서 열심히 살고자 노력하죠. 인생 철학은 ‘주위 사람에게 잘하자’, 그리고 음악의 궁극적인 모토는 ‘내 음악을 전 세계, 땅 끝까지 알리고 싶다’는 거죠. 나만의 색깔을 가진 음악을 꾸준히 할 거예요. 내년엔 복고풍 팝 록을 발표할 생각입니다. 기대해 주세요.”피아노 맨 등의 명곡을 남긴 빌리 조엘에게서 영감을 받았고, 후배 뮤지션 중에서는 하림을 인정한다는 김광진. 간단한 코드로 명곡을 만드는 그는 분명 훌륭한 뮤지션이다. 그의 재능은 묻어두기엔 아까운 진주와 같다. 그리고 그의 음악 활동이 계속되길 바라는 팬들이 이제 너무나 많아졌다. 기자도 그들 중 하나다. 그의 아름다운 이중생활이 지속되도록 진심어린 박수를 보낸다.<증권맨 프로필>1964년생.연세대 경영학과미시간주립대 경영학 석사장은투자자문하나은행 경제연구소삼성증권 국제부동부자산운용 조사분석팀 팀장<뮤지션 프로필>연대 100주년 가요제 대상(1985)한동준의 ‘그대가 이 세상에 있는 것만으로’ 작곡가 데뷔 (1991)김광진 1집 ‘Virgin Flight’ 출반(1992)더 클래식 1집 ‘마법의 성’ 출반, 가톨릭 문화대상 가요부문 수상(1994)더 클래식 2집 ‘여우야’ 발표(1995)김광진 2집 ‘진심’ 발표(1998)김광진 3집 ‘편지’ 발표(2000)김광진 4집 ‘동경소녀’ 발표(2002)‘Last Decade’ 발표(2008)글 김지연·사진 이승재 기자 jykim@moneyro.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