름은 부르면서 더욱 친숙해지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국호 ‘대한민국’도 월드컵을 거치면서 하도 ‘대~한민국’을 외치다 보니 모르는 사이에 더 정감이 서리고 외국인까지 즐겨 부른다. 하지만 의외로 우리나라 국호의 의미를 잘 모르는 것 같다. 대한민국의 ‘한’은 순수 우리말로 ‘크다, 위대하다, 높다, 많다, 우두머리, 임금’이란 뜻이 있고 ‘하나(한 개)’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 ‘한(韓)’을 한문자로 한 것은 중국 한자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이 2000년이 넘고 한글이 없던 시절 우리의 말과 음이 비슷한 한자(漢字)를 빌려 쓴 것이다. 이를 흔히 음차(音借)라고 한다.신라에서는 왕을 마립간(麻立干)이라고 했고 ‘간’은 방패간(干)자로 쓰였으나 ‘한’이라는 말의 우리 고대어를 중국식으로 음차(音借)해 표기한 것이며 마한·진한·변한 등 삼한(三韓)의 ‘한’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고대 중국 사서(史書)와 ‘삼국사기’ 등을 볼 때 표기하는 자에 따라 ‘간(干)’과 ‘한(韓)’으로 다르게 기록했고 시간이 흘러 후대에 오면서 같은 말이 다른 글자로 표시된 것뿐이다. 실제로 지금의 ‘한’을 고대에 어떻게 발음했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같은 단어라는 것은 사학계에서도 대부분 인정한다. ‘단군신화’의 환인(桓因)이나 환웅(桓雄)의 ‘환’도 ‘한’과 같은 말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크다’ 혹은 ‘위대하다’는 뜻으로 예부터 ‘우리는 하늘의 자손’이라는 자긍심과 세상의 모든 이를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 사상이 내포돼 있다.할아버지, 할머니(조선 중기까지)를 한아버지(한·크다+아버지), 한어머니(한·크다+어머니)라고 발음했듯이 ‘한’이란 말은 우리의 고유어다. 대한민국은 원래 ‘大한(고유어)民國’이어야 한다. 그 뜻은 ‘크고 위대한 백성의 나라’라는 의미이고, 약칭인 한국은 큰 나라, 위대한 나라라는 뜻임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단순히 하나의 민주주의 국가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천손사상과 홍익인간이라는 이념을 고조선으로부터 이어받았다는 의미와 정통성이 살아 있는 자랑스러운 국호라는 점이다.고종황제가 1897년 국호를 조선에서 대한(大韓)으로 개명, 반포하면서 “단군과 기자 이후 강토가 나뉘어 서로 웅(雄)함을 다투다가 고려에 이르러 마한·진한·변한을 탄병(呑倂)했으니 이것이 삼한(三韓)을 통합함이다. 우리 태조께서 (중략) 오직 짐이 부덕(不德)하여 여러 어려움을 당하였는데(중략) 금년 9월 17일(양력 10월 12일)에 천지에 제(祭)를 올리고 호(號)를 정하여 대한(大韓)이라 하고 이 해로써 광무(光武) 원년을 삼는 것이다(고종실록)”고 하였다. 즉, 대한(大韓)은 조선(朝鮮)의 부정이나 혁명이 아니라 도리어 단군과 기자 이후 분립해 자웅을 다투던 여러 나라를 통합하고 나아가 마한·진한·변한까지 병탄한 고려(高麗)를 이은 조선의 유업을 계승, ‘독립의 기초를 창건해 자주의 권리’를 행하는 뜻에서 국호를 정했다고 밝힌 것이다. 고종의 대한제국에 이어 대한민국은 상해 임시정부에 의해 국가 명칭으로 사용됐고 광복 후 자랑스러운 정식 국호가 됐다. 사람을 하늘에서 내려온 귀한 존재로 본 국호의 천손사상과 홍익인간은 어떤 철학자의 말보다 위대하며 적극적 사상이고, 그 내용이 인간세(人間世)를 향하고 있어 편협한 영역적 사고를 깨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종교적인 교리를 빼면 건국이념이란 개념조차 별로 없을 때 사상적 깊이나 범위로 보아 오히려 현대의 글로벌화에 어울리는 개념이다. 우리는 이처럼 훌륭한 건국이념의 국호를 이어받았다.칼럼니스트한국투자자문 대표 역임성균관 유도회 중앙위원(현)www.cyworld.com/ke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