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적으로 초고층 빌딩 건설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현재 버즈두바이가 160층에 623m 높이로 건설되면서 초고층 빌딩의 높이 경쟁에서 앞서 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1600m가 넘는 빌딩이 2012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동아시아 지역에서도 높이 경쟁이 치열해 타이베이의 파이낸셜 빌딩(101빌딩)이 상하이의 진마오 빌딩을 앞질렀고, 올 가을이면 상하이에도 101층 세계금융센터 빌딩이 완공될 예정이다. 또한 홍콩에서는 118층의 국제상업센터(ICC) 빌딩이 올라가고 있다.이러한 마천루 경쟁은 20세기 들어 미국 시카고와 뉴욕에서 시작됐고 초고층 빌딩이 국가의 자본주의 발전을 상징하게 되면서 해당 대도시의 위상을 높여주는 역할을 해왔다. 최근의 초고층 빌딩 경쟁에도 국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여전히 있다. 대만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았음을 보여 주려 하고 있고 중국은 상하이를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앞서는 금융 중심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뉴욕의 프리덤 타워 역시 미국의 영광을 지속하겠다는 염원을 이름 속에 담고 있다.더욱이 현대의 초고층 빌딩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경쟁은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과거의 상징성을 훨씬 뛰어넘는 강력한 경제적 유인을 가지고 있다. 우선 가장 큰 유인은 최고 빌딩이라는 명성과 이에 따른 집객력 강화라고 할 수 있다. 해당 빌딩에 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되면서 관광 자원으로서의 효과가 극대화되고, 이에 따라 건물 자체의 수익성을 훨씬 능가하는 외부 효과를 통해 지역 개발과 성장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초고층 건물 자체가 수익성 높은 부동산 개발 사업으로서 부동산 투자의 핵심적 자산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홍콩의 유니온 스퀘어의 경우 ICC건물은 아직도 건설 중이지만 카우롱역 위에 세워진 이 개발단지에는 이미 수천 가구의 주상복합 아파트와 대규모의 상업시설이 완공돼 운영되고 있다. 홍콩 구도심을 개발함과 동시에 새로운 업무와 상업 중심지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버즈두바이도 오피스만 개발하는 것이 아니다. 오피스 안에 호텔과 주거시설을 포함하고 있고 주변에 아파트와 쇼핑몰 등이 함께 개발되는 대규모 복합 개발 사업이다.이러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해서 우리나라에서도 주요한 개발지역에 랜드마크로서 초고층 빌딩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100층 이상, 400m 이상의 초고층 빌딩은 12개가 추진되고 있다. 도시별로는 서울에 6개, 인천에 2개, 부산에 4개가 있다. 서울에서는 용산국제업무단지, 상암DMC, 잠실, 뚝섬 상업용지, 중구 등에 진행되고 있다.만약 계획대로 초고층 빌딩을 모두 지으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초고층 빌딩을 가장 많이 가지는 국가가 될 것이다. 특히 서울은 6개로 압도적으로 많은 초고층 빌딩을 가지게 된다.그렇지만 다른 나라의 예로 볼 때 몇 가지 고려해야 될 사안이 있다. 우선 해당 초고층 빌딩이 랜드마크로 기능하기 위해 적절한 위치인지, 그리고 주변과의 연계를 통해 집적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사업의 경제성이라고 할 수 있다. 오피스 수요량을 고려해 볼 때 현재와 같은 초고층 빌딩의 동시다발적 추진은 전체적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오피스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지역은 대규모의 공실이 발생할 위험도 있다. 더욱이 초고층 빌딩은 일반 오피스 빌딩보다 훨씬 많은 건설비가 소요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경제성 측면의 검토가 중요하다. 초고층 빌딩을 유치함으로써 얻는 지역의 명성이나 지명도보다 초고층 빌딩 개발 사업 자체의 경제성이 우선인 것이다.부동산114 대표 서울대 경제학 박사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