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 여행을 하다 보면 고색창연한 건축물과 어마어마한 문화 유적에 압도된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스페인의 톨레도, 아테네의 고대 신전, 중국의 만리장성 등 그 위용이 대단하다. 우선 수천 년이 넘은 유적들의 보존 의식은 높이 살만하고 배워야 할 점 또한 많다. 그러나 그 크기와 겉모습에 주눅들 필요는 없다. 만리장성의 진(秦, 기원전 221~206년)나라가 15년 만에 패망한데 비해 신라가 세계에 유례가 드문 1000년 왕조를 유지했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사람은 드물다. 100만 백성의 피로 쌓은 만리장성이 콧노래 부르며 10여 명이 축조했을 법한 신라의 10.4m짜리 다보탑보다 더 위대할 수 없다. 백성의 고초는 왕조의 수명과 유관하다.우리 민족은 본래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에 더 강했다. 신라의 삼국통일을 이룬 문무왕이 이를 기념하고 외침을 막으려고 경주에 거대한 도성을 쌓으려고 계획하고 있을 때 고승 의상대사가 이를 적극 만류했다. 백성의 눈물인 거대한 장성보다 백성의 안위와 민심의 성을 쌓는 것이 1000년 사직을 보존하는 길이라고 설득했다. 또한 조선 왕실은 사치스러운 금은 그릇을 추방하고 소박한 도자기를 사용했으며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처럼 화려하고 웅장한 궁전을 피했다. 대규모 유적을 만들지 못한 것이 아니라 만들지 않은 것이다. 우리는 위대한 민족이다. 신라 1000년(기원전 57~935)만이 아니라 고구려와 백제가 700년, 조선도 519년이나 유지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는 세계 역사상 드문 사례다.또한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높은 교육열과 지식인 주도의 국가 경영을 유지해 왔다. 고대에는 덕망이 높은 승려들이, 조선시대에는 패기만만한 유학자인 선비들이 정치를 주도했다. 무사들이 창검을 휘두르며 천하를 농단한 서양의 많은 나라들이나 중국과 일본처럼 군웅이 할거(割據)한 것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그래서 중국은 우리를 천손의 나라요 동방예의군자지국이라고 했으며 문화 선진국으로 존중했다. 공자의 7세손인 공빈이 쓴 ‘동이열전’을 보면 ‘조선은 크나 중국을 업신여기지 않았고, 조선은 강하나 중국을 침략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의 할아버지 공자가 군자의 나라 동이에 가서 살고 싶다고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가 역사적으로 외국을 침략하지 않은 것은 국력의 강약이 아니라 지식인 그룹이 국가경영을 주도한 점에서 찾아야 한다.유교는 종합 학문이기 때문에 선비들의 세상을 보는 안목이 깊고 사려도 넓었으나 기술의 천시로 산업화와 근대화를 저해한 단점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21세기는 산업화 시대가 아니라 지식정보화 시대이고 생명공학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지식의 종합성과 기초 학문을 존중하던 우리 선조들의 사고와 전통적인 문화 의식이 앞으로 큰 힘이 될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는 우리 것이 세계의 중심에 서야 한다. 고유 문화의 특장 없이는 행세할 수 없는 세태와 지구촌이 됐으며 차별성 없이는 경쟁력이 뒤져 살아남기 어려운 세상이 되고 있다. 이제 자랑스러운 역사 인식과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복원해 세계적 문화 강국을 이뤄야 한다.이제는 우리도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것이 일상화돼 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갖추고 있고 무역 규모는 작년에 7000억 달러를 돌파했고 올해는 8000억 달러를 예상하는 등 경제 강국의 반열에 들어섰다. 이는 34년 전(1974년) 무역 규모 100억 달러의 80배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다. 세계의 요소요소에 한국 기업의 당당한 광고가 자랑스럽게 가슴을 울리고 초대해 준 가정에서는 우리의 에어컨 등 가전제품이 먼저 일행을 반겨 주며 거리의 자동차와 휴대전화가 한국산임을 발견하고는 놀란다.칼럼니스트한국투자자문 대표 역임성균관 유도회 중앙위원(현)http://cafe.daum.net/yejeol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