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수입 쇠고기의 안전성을 둘러싼 ‘인간 광우병’ 논란을 보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광우병의 위험은 구체적으로 밝혀져 있지 않다.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으면 몇 사람이나 인간광우병(v-CJD)에 걸리는지, 몇 년의 잠복기를 거쳐 발병하는지, 얼마만큼 먹어야 광우병이 발병하게 되는지 등을 알지 못한다. 광우병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된 게 고작 15년이고 이 병으로 죽은 사람이 207명에 불과하며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러나 확실한 것은 대략 두 가지다. 첫째는 걸리면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필경 사망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최소 30월령 이하의 쇠고기로서 감염성이 높은 특정위험물질(SRM)을 피하면 걸릴 위험이 극히 낮아진다는 것이다.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된 후에는 쇠고기를 먹지 않고 ‘풀’만 먹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채식만으로 이상적인 식단을 꾸릴 수 없다. 채식주의자들은 두부나 잡곡으로 단백질을 충족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생존에 필요할 만큼은 몰라도 왕성한 사회 활동을 할 만큼의 단백질량에는 크게 모자란다. 통상 식물성 단백질의 흡수율은 동물성 단백질의 15∼20% 정도에 불과하다. 게다가 식물성 단백질만 섭취하면 라이신 트립토판 메치오닌 등의 아미노산이 결핍되기 쉽다.또한 쇠고기의 영양학적 가치는 절대로 돼지고기나 닭고기로 대체할 수 없다. 붉은 핏줄이 선연한 쇠고기를 연상해 보자. 단백질의 밀도나 철분 칼슘 필수아미노산 지용성비타민 비타민B2와 B12 등 영양소의 다양성과 함량 면에서 돼지고기나 닭고기, 생선 등은 쇠고기를 따라가지 못한다. 규칙적으로 쇠고기를 먹으면 빈혈이나 골다공증에 걸릴 확률이 낮아진다.소아가 채식만 하거나 쇠고기를 기피하면 빈혈이 오거나 뼈 성장이 지연될 수 있다. 일본 언론은 이 때문에 일본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한 2005년 이전의 몇 년 동안 어린이와 중산층 이하 직장인이 값싼 미국산 쇠고기를 충분히 먹지 못해 상당한 영양 부족 문제에 노출돼 있음을 종종 지적해 왔다.단백질은 충분히 보충해 줘야 한다. 그래야 피부가 잘 형성돼 이목구비가 뚜렷해진다. 또 신체 활동에 필요한 근육, 호르몬, 신경전도물질, 효소, 적혈구가 잘 만들어진다.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면 당연히 성호르몬 수치가 낮아져 성기능이 감퇴되고 근육이 위축되며 적혈구가 부족해져 왕성한 생활을 할 수 없다.신경전도물질이나 시각 기능에 필요한 체내 물질이 부족해져 우울증, 시력 감퇴, 원인 불명의 무기력증이 올 수도 있다.인간은 원래 원숭이처럼 초식동물로 시작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사냥 기술을 습득하고 육식이 덩치를 키우고 파워를 늘리기에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알면서 육식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육식이 좋은 것은 알았으나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서양인조차 육식을 그리 많이 하지 않았다. 그러다 농약 살충제 성장호르몬 동물사료 집단사육 등을 통해 동물 단백질을 다량 획득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 동시에 식품 안전도 위협받게 됐다. 그 결과 설령 돈이 많더라도 모든 것을 천연 유기농 국산만으로 충족할 수 없게 됐다. 소의 경우 단백질을 생산하기 위해 10배가 넘는 옥수수를 사료로 먹어야 하고 이런 과정에서 엄청난 분뇨와 메탄가스를 방출해 지구의 수질과 대기를 오염시키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많은 이점이 있는 육식을 포기할 수는 없다. 식품 안전망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영양과 안전, 경제와 국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양질의 동물 단백을 섭취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정종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rumba@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