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주식…웅진코웨이

식 전문가들이 꼽는 베스트 스톡의 조건 중 하나는 단순한 사업 구조를 가졌느냐의 여부다. 누가 봐도 한눈에 금방 알 수 있는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일수록 이익이 안정적이어서 투자가 유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실 기업 입장에서도 심플한 사업 구조를 갖고 있을수록 예측 가능한 사업을 벌일 수 있다. 반대로 쉽게 이해하기 힘든 사업 구조를 갖고 있는 기업은 이익을 창출해 내기도 쉽지 않다. 과거 벤처 붐으로 창투업이 활황이던 시절, 창투사들의 경계 대상 1호 기업이 바로 복잡다기한 사업 구조를 가진 곳이었다.흔히 언론에서 ‘한 우물만 파는 기업’이 대표적인 경영 성공 사례로 조명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기업일수록 대부분 심플한 사업을 영위하는 곳들이 많다. 물론 요즘처럼 전방위적 경쟁 환경 속에서는 한 우물에만 집중하는 것이 오히려 약점일 수 있으나, 만약 한 우물이 영속적인 이익을 보장하는 분야라면 사정은 달라진다.웅진코웨이가 그런 주식이다. 정수기로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널리 친숙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웅진코웨이는 1989년 창업 이후 20년 가까이 정수기 하나로 승부해 온 기업이다. 물론 이후 비데 공기청정기 등 관련 사업을 추가하면서 지금은 환경 전문 기업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우고 있다. 이들 제품은 모두 인간의 풍요로운 삶에 도움이 되는 것들인 만큼 시대가 바뀌고 사람들의 소비 행태가 변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업종이 아니다. 다시 말해 인간이 존재하는 한 영속적인 이익을 보장해 주는 사업이다.웅진코웨이는 이런 면에서 좋은 주식으로서의 첫 번째 조건을 충족한다. 여기에다 그 가치를 더욱 드높이는 것은 해당 업종 내 지배적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이 회사는 주력 제품인 정수기와 비데 공기청정기에서 국내 시장점유율 54.2%, 51.1%, 47.9%씩을 차지하고 있는 확실한 1등 업체다. 정수기 분야에서는 청호나이스 암웨이 교원 동양매직 린나이코리아 노비타 등 중소업체들이 200여 개나 포진돼 있으나 웅진코웨이를 따라갈 경쟁자는 사실상 없다. 비데도 노비타 대림 등이 경쟁자로 나선 상태지만 역시 웅진코웨이의 점유율에 한참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이에 비해 공기청정기 시장은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대기업들이 진출해 있어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편이다.매출 구성은 정수기가 59%로 가장 높고 비데 16%, 공기청정기 12%, 연수기 8% 등이다. 모두 웰빙과 관련된 제품이어서 경기 흐름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판매가 비교적 꾸준하다. 과거 실적 추이를 보면 단기적인 경기 악화가 이 회사의 이익 추이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그만큼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다 배당성향까지 높다. 장기 투자자 입장에서는 제격인 셈이다. 더구나 최근처럼 불확실한 장세에서는 안정적인 사업 구조와 높은 배당성향이라는 점만 갖고도 훌륭한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웅진코웨이는 이 같은 장점 때문에 2001년 8월 증시에 상장된 이후 눈에 띄는 조정 과정이 없이 장기적인 상승 추세를 이어왔다. 작년 말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 이후 국내 증시도 큰 폭의 조정을 받으면서 대표 우량주들마저 주가가 평균 30~40%씩 급락했는데도 웅진코웨이는 10%가량 하락하는데 그쳤다. 그만큼 하방경직성이 뛰어난 종목이다.그렇다면 웅진코웨이의 기업 가치는 어떻고 주요 투자 포인트는 무엇인지 하나하나 살펴보자. 우선 이 회사가 영위하는 사업부문은 하나같이 성장성 측면에서 전망이 밝다. 주력 사업인 정수기의 경우 국내 시장 규모(판매 기준)가 2005년 91만 대에서 2006년 110만 대로, 2007년에는 135만 대로 매년 평균 20%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비데 시장 규모도 2005년 75만 대에서 2006년 90만 대, 2007년 110만 대로 비슷한 속도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공기청정기 역시 2005년 40만 대에서 2006년 45만 대, 2007년 65만 대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웅진코웨이는 사업 방식에서도 업계를 선도하며 시장 지배력 지위를 더욱 강고하게 구축해 나가고 있다. 1998년 업계 최초로 도입한 렌털 사업 방식이 대표적이다. 렌털 사업 방식은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첫째, 소비자가 제품을 일시불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월별로 렌털 요금을 지불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고객의 초기 부담을 낮춰 고객 유인이 가능하다. 둘째, 가입자를 바탕으로 현금 유입이 지속적이며 예측 가능하다. 셋째, 신규 제품이 출시될 경우 기존 가입자에 근거한 마케팅으로 시장 침투가 비교적 쉽다. 웅진코웨이는 이 같은 장점을 십분 활용해 국내 정수기 시장을 급속히 키워 나갔다. 웅진코웨이가 렌털 방식을 도입하자 이는 곧 업계의 표준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물론 렌털 방식에는 리스크도 있다. 가입자가 조기에 렌털 계약을 해지하는 비율이 높을 경우 현금 흐름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웅진코웨이는 렌털 계약 후 초기 1년을 의무 사용 기간으로 명시, 이 기간 내에 해지할 경우 가입자가 잔여 기간에 해당하는 렌털 요금의 50%를 위약금으로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어찌 보면 소비자에게는 불리한 조건일 수도 있지만, 이런 조건에도 불구하고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것은 웅진코웨이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만족도와 충성도가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과거 해지율을 보면 1% 전후의 매우 낮은 수준에서 유지돼 오고 있다.웅진코웨이 실적도 탄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우선 경기 사이클과 무관하게 외형의 지속적인 성장세가 돋보인다. 우리투자증권은 웅진코웨이가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 향후 3년간에도 연평균 10% 안팎의 안정적인 외형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성장의 배경으로는 우선 대형 마트 등의 신규 채널 확보로 대량 판매 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이 회사는 내수 시장에서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해 지난 4월부터 이마트에 납품을 시작했다. 대형 마트를 통한 시판 사업은 방문 판매에 의존했던 판매 채널을 다양화함으로써 동시에 많은 고객에게 제품을 노출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특히 기존 방문 판매에서는 실물이 아닌 카탈로그를 보고 구매를 결정해야 했지만 대형 마트에서는 실물을 보고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효과적이다. 더구나 이마트를 통한 판매 원가는 방문 판매 원가의 88%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수익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실제 이마트 점포당 하루 평균 18대를 판매하면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데, 현재 점포당 평균 36대를 판매하고 있어 이마트를 통한 시판은 외형 확대뿐만 아니라 수익성 개선에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웅진코웨이는 현재 전국 50개 이마트 점에 공급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100개 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 하이마트 시판도 계획 중이다.수출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다는 점도 성장 모멘텀을 강화하고 있다. 웅진코웨이 경영진은 오래전부터 내수 시장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해외 매출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작년 10월 월풀(Whirlpool)의 인도법인에 2010년까지 정수기 40만 대를 공급하는 수출 계약을 했다. 수출 규모는 7700만 달러어치로 추정된다. 웅진코웨이는 이 계약을 통해 월풀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공략할 수 있는 거점을 마련했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수출 계약액도 매년 급증 추세다. 2006년 70억 원에 불과했던 수출액은 지난해 250억 원으로 불었으며 올해는 500억 원, 2009년에는 1000억 원 수준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이 회사는 특히 세계 최대 정수기 시장으로 부상 중인 중국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중국은 2009년까지 정수기 시장이 230만 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외형 성장과 함께 수익성도 좋아지는 추세다. 특히 지난 2005년 웅진코웨이개발과의 합병 이후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나면서 수익성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이 회사의 영업이익이 향후 3년간 연평균 22%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도 해가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2006년 10.0%였던 영업이익률은 2007년 13.6%로 향상된 데 이어 2008년 16.2%, 2009년 18.5%로 지속적인 호전이 예상된다.지난해 말 단행된 요금 인상 효과로 올해부터는 실적이 예상보다 더 좋아질 가능성도 있다는 게 증권사들의 전망이다. 이 회사는 작년 11월 신규 고객 및 기존 고객 대상 멤버십 요금을 23%가량 인상했다. 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매년 8%대의 회원 수 증가율이 예상된다. 이를 가정할 경우 멤버십 요금 인상은 향후 5년간 2100억 원가량의 매출 증대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추산된다.이 밖에 지난 1월 중순 세계적인 필터 기술을 보유한 새한을 인수함으로써 제2의 성장 동력을 마련한 점이나, 작년 5월 웅진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계열사 간 상호 출자 구조가 해소됐다는 점도 주가에는 긍정적인 재료다.마지막으로 밸류에이션을 보자. 이 회사 주가는 과거에 지속적으로 주가수익률(PER) 기준 시장 대비 프리미엄을 인정받아왔다. 시장 지배력이 강고한 데다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을 보유하고 있는 데 따른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이비에비타(EV/EBITDA: 감가상각과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 기준으로는 시장 대비 저평가돼 있다. 웅진코웨이의 경우 감가상각비는 매출 원가의 39%를 차지하는 등 비현금성 비용의 비중이 타사 대비 월등히 높기 때문에 PER보다는 이비에비타가 더 유효한 기업 가치 판단 기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웅진코웨이의 2008년 예상 실적 기준 이비에비타는 현재 6.7배로 시장 평균치인 7.5배에 비해 낮다. 그만큼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다는 뜻이다. 더구나 이 회사와 사업 모델 및 수익 구조가 유사하다고 판단되는 에스원의 이비에비타 7.7배에 비해 저평가된 상태이며 PER 기준으로 볼 경우 웅진코웨이는 14.5배로 아모레퍼시픽의 17.9배에 비해 낮은 상태다.배당성향이 매년 평균 50%에 육박할 만큼 높은 것도 장기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소다. 지난해 기준 배당성향은 49.9%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6개월 목표 주가로 작년 말 고점(38만 원)보다 높은 40만 원선을 제시하고 있다.정종태 한국경제신문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