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은 개개인이 갖고 있는 독특한 마음의 알고리즘이라 할 수 있다. 이 알고리즘에 따라 독특한 반응 패턴이 나오게 된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인간관계나 결정 같은 삶의 중요한 부분에 성격은 큰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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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첫 만남에 MBTI(성격검사)를 묻는 경우가 꽤 있다. 타인에 대한 호기심도 작용하겠지만 서먹한 분위기를 푸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이 이런 테스트가 유행인 이유라 생각한다. 한번은 외향적으로 보이는 이에게 “테스트에선 E(extrovert)로 나오지만 본성은 I(introvert)가 강하지 않냐”는 가벼운 심리 스타일 유머를 툭 던진 적이 있다. 그러자 그는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며 “어떻게 아셨어요? 아무도 모르는데”라고 답했다. 원래 내성적인데 외향적으로 행동하려고 꾸준히 노력했다는 답도 따라왔다.
MBTI가 어떻게 되세요?
학습형 E

사실 외향성과 내향성은 무 자르듯 구별되는 특징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지 우리 마음에 섞여 있다. 사회생활을 하는 데 외향적 특징은 분명 도움이 된다. 우선 네트워킹 부분에서 적극적으로 사람에게 다가가고 분위기도 기분 좋게 이끈다. 대중연설을 할 때도 두려움이 적다. 주변의 평가도 긍정적일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를 내향적이라 여기는 이들은 불편함을 느끼고 그런 특징이 자녀에게 보일 때 걱정하는 경우까지 있다. 예를 들어 “제가 내향적이라 사회생활에 불편함을 느꼈는데 자식도 그런 성향을 닮은 것 같아 걱정입니다. 외향적으로 바꿀 방법은 없을까요” 같은 고민을 접한다.
태어나긴 ‘I’인데 학습형 ‘E’를 강화해 외향형으로 보이고 직업도 외향적 성향이 어울리는 일을 하는 경우가 있다. 내향적 성향이 큰 경우도 네트워킹이나 대중 스피치 같은 외향적 활동을 하면 기분과 에너지가 고양된다는 연구들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내향적 성향의 자녀에게 음악 밴드 활동 등 외향적 활동을 학습할 기회를 갖게 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성인에게도 도움이 된다.
그런데 내향적인 이가 외향적인 활동을 과도하게 하면 에너지 소진이 증가하게 된다는 연구도 있다. 이럴 때 더 강력한 외향적 활동으로 에너지를 보충하려는 경우가 있는데, 더 지칠 수 있다. 그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피로감이 적고 즐거움이 큰 외향적 활동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피로감이 느껴진다면 ‘I’가 좋아하는 자신만의 브레이크 타임을 적극적으로 갖는 것이 좋다.
‘I’가 본성인 ‘학습형 E’인 이들이 ‘진짜 E’를 만나면 초강력 에너지감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모임이 즐거우면서도 내 에너지가 빠르게 소진되는 것이 느껴진다. 이럴 때 내 원래 ‘I’와 만날 수 있는 브레이크 시간을 이어 가지면 또 다른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내향성과 외향성은 각각 장점을 가지고 있고 내 안에서도 섞여 있다. 나만의 특성을 멋지게 여기고 즐기며 사는 것이 삶의 한 재미라 생각한다.

“극T라 오해 받아요”

한번은 “T(thinking) 성격이 지나쳐서 사람들이 오해할 때가 많다”는 고민을 접한 적이 있다. 논리적이기만 하고 타인의 감정에 관심이 없다면 타인의 오해에 고민이 될 것도 없다. 유형화 성격검사의 결과는 부족하다고 나온 부분에 더 관심을 가지고 균형을 잡는 쪽으로 좀 가볍게 생각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를 특정 성격 유형으로 너무 제한시키고 이런 사람과는 맞지 않는다는 식으로 적용하면 오히려 삶이 불편해질 수 있다. 어떤 특징이 절대적으로 좋고 나쁘기보다는 양면성을 가진 것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완벽함이 나와 타인을 힘들게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대충 하는 것이 답은 아니다.
나의 성격 알고리즘을 파악하는 자기 인식이 쉬운 일이고 정확도가 높다면 요즘 기업에서 기본적인 평가 기법으로 자리 잡은 ‘다면평가’가 필요할 이유가 없다. 자기 인식의 방법은 크게 자기 성찰과 타인을 통한 정보 습득이다. 그런데 자기 성찰은 쉽지 않다. 내 부족한 부분을 가리려는 자기 방어 기능이 강력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인에게 정보를 습득한 후 그것을 기반으로 자기 성찰을 통해 자기 인식을 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가성비가 높다. 물론 쉽지 않다, 칭찬이 아닌 네거티브 피드백은 저항과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다면평가로 마상(마음의 상처) 입었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듣는다.
다면평가의 네거티브 피드백에 마음 상한 사람이 많다는 것은 거꾸로 보면 그만큼 내가 나를 모른다는 증거다. 당연히 다른 사람의 부정적 평가를 모두 수용할 필요는 없다. 틀린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로스 체크를 해야 한다. 그러나 2~3명 이상이 같은 의견이라면 자기 성찰의 아이템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인정과 변화는 다르다. 평가에 대해 크로스 체크도 됐다면 인정은 하되 이 부분이 바뀔 수 있는 부분인지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성격의 근접한 특징은 바꾸기 어렵다. 그런 경우는 변화보다는 모니터링이 더 현실적인 방법이다. 바꿀 수 있는 부분은 변화해보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선을 넘어 문제가 되지 않는지 나를 스스로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이러다 보면 처음엔 마음 아팠던 피드백이 내 인생에 도움이 되는 하나의 정보로 인식하게 된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