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 시대는 경남도가 추진 중인 남해안 시대 발전 구상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조선과 관광 산업이 도약을 이끄는 쌍두마차다. 경남도의 발전 구상은 9개 시군을 중심으로 3대 국가 거점과 6대 남부 거점을 발판으로 내륙지역과 균형 발전을 이뤄내는 것. 국가 거점은 창원(메카트로닉스 산업) 거제(조선) 사천(항공 산업), 남부 거점은 마산(해양 개발과 연구개발) 진해(해양물류) 통영(문화예술·해양레저) 남해(해양 휴양·레저) 하동(전원 휴양) 고성(해양 레포츠·조선) 등으로 나뉜다.이들 지역은 재산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주요 지역이라는 것이 지역 부동산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써브 채훈식 리서치팀장은 “조선업이 앞으로도 10년 이상 호황을 누릴 것으로 예상되고 도로가 편리하게 뚫려 관광도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거제권은 고용이 크게 늘고 있고 고급 소비층들이 몰리면서 사상 최대의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며 당분간 이 같은 현상은 지속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거제시청 관계자는 “거제 인구는 지난해 월평균 인구 증가 폭이 500명 정도였으나 올 들어 1000명을 넘어서 현재 주민 수가 21만 명에 이른다”며 “대부분 조선 업계 관련 인력”이라고 전했다.거제시의 수월리 아파트 단지에서는 자이와 포스코 아파트가 내년 2월 완공 목표로 한창 공사 중이다. 일부 아파트는 벌써 주민들이 입주했다. 2년 후면 이곳은 3000가구 이상의 대규모 아파트촌으로 변신할 예정이다. 거제도의 신중심지인 이곳은 3.3㎡당 700만 원으로 조선 경기가 호황을 맞이하면서 거제에서도 잘나간다는 고소득 월급자들이 몰리고 있다. 거제 시청 바로 앞에 있는 행복한공인 조송현 소장은 “대부분 대우와 삼성중공업 등 조선 업계 종사자들”이라며 “모든 평형대 아파트가 1000만 원 이상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고 전했다. 그는 10년 이상 된 3.3㎡당 300만 원대 아파트들이 1년 사이에 400만 원대로 껑충 뛰었으며 신현읍 일대의 옛 아파트를 구입한 뒤 리모델링해 입주하는 경향이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인근의 한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시청 인근은 신규 인력들이 몰리면서 전세 물량이 동이 났으며 가격도 분양가의 90%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이 거제에 둥지를 틀면서 원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다. 조 소장은 특히 “현재 60%를 넘는 양도소득세 때문에 대지의 거래가 뚝 끊겼고 가격 인상 기대로 매물이 자취를 감췄으나 도로를 낀 해금강, 학동 해수욕장 등의 인근 대지들은 3.3㎡당 200만 원대로 기대 가치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3∼4년 전부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외지인들이 거제 개발 예상지역에 땅을 사둔 채 시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다른 신규 아파트 단지도 사정은 비슷하다. 수월리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삼성중공업 인근 장평리는 다음 달 입주하는 주공을 비롯해 아파트 단지들이 하나 둘 주민을 기다리고 있거나 한창 마무리 공사 중이다. 대우중공업이 자리 잡은 아주동 일대도 기존 아파트에도 한창 신규 아파트 공사가 진행 중이다. 거제시 투자산업지원과 관계자는 “2014년까지 하청면의 하청공단(270만㎡)과 사등면 청곡공단(54만㎡), 한내농공단지(28만㎡)들이 신규로 들어서면 거제지역은 새로운 도약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대형 콘도 설립도 추진 중이다. 하청면 유계리, 소동리 일대에는 메이페어 리조트와 거제마린레포츠 등 대형 콘도가 들어설 예정으로 있어 관광 휴양 도시 거제의 면모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거제부동산 관계자는 특히 “부산과 거제를 연결하는 거가대교가 완공되면 본격적인 남해안 관광 시대가 열리면서 부동산 가격이 한 번 더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거제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통영도 최근 성동중공업, 가야중공업, SPP, SLS, 삼호중공업, 21세기조선소 등이 활기를 띠면서 지역 경제도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안정국가공단이 확대 개발을 준비 중이고 안정·덕포지역 공단도 공유수면을 매립 중이다. 통영은 배를 만들기에 수심이 적당한데다 겨울에도 일하는데 지장을 받지 않아 조선 업체들이 선호하는 지역 중 한 곳이다. 김민영 통영시 기획계장은 “한 달에 100명씩 늘던 인구가 지난 4월부터 150명 선으로 늘어 현재 13만6000여 명의 인구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라면 연내 14만 명을 돌파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조선 업체에 인력들이 몰리면서 통영 지역 최대의 신흥 아파트 단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죽림지역에는 일성 유슈안, 한신, 주공 등 10개 아파트가 한창 들어서고 있다. 주영종합건설이 짓고 있는 더 팰리스(636가구)는 ‘2010년 완공, 통영 최초 27층 고품격 아파트’란 점을 내세워 선전하고 있다. 대우 푸르지오(258가구)도 2009년 11월 완공 목표로 한창 공사 중이다. 김문응 지역 공인중개사 사장은 “66∼99㎡대가 인기가 제일 좋고 20∼30대 젊은 층이 많이 찾는 편”이라며 “500만∼1000만 원 정도의 프리미엄이 붙어있지만 거래는 한산한 편”이라고 전했다. 이 지역도 전세는 물량이 나오자마자 계약되고 있으며 분양가의 85%선에서 전세가가 형성되고 있다.김 사장은 “토지 거래는 60%가 넘는 세금 때문에 중단된 상태나 다름없고 그나마 이달 들어서는 팔려고 내놓는 사람조차 사라졌다”며 “하지만 거래 세금만 내리면 당장이라도 거래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아쉬워했다.죽림에서 차로 5분 떨어진 무전동 일대도 사정은 마찬가지. 대지부동산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매매가가 20% 정도 올랐다”면서 “전세 물량은 매매가의 80∼90%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으나 나온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거제보다 상대적으로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 가격이 싼 이유로 대형 조선소 직원들도 통영 쪽으로 집을 구하고 있어 전세 물량은 찾기가 힘들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조선 호황에 따른 인구 유입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대규모 택지 개발이 이뤄지지 않는 한 부동산 가격 상승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김태현 한국경제신문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