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와 영암 해남 무안 신안 등 전남 서남권의 특징은 국가 차원의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들이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전남도가 생긴 이후 최대 규모의 개발 프로젝트로 일컬어지는 J프로젝트를 비롯해 참여정부 말기에 구상된 서남권 종합발전계획, 다도해에 흩어진 섬들을 연륙교로 묶어 각자 특색에 맞게 개발한다는 다이아몬드제도 개발 등이 그것이다.J프로젝트 지역 내 영암·해남 기업도시(관광레저형)와 인접 무안기업도시(산업교역형) 등 기업도시만도 2개나 지정받아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각종 개발 계획이 집중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개발이 더뎌 서남권에는 상대적으로 개발 여지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 사람들도 과거 ‘낙후지’로 부르던 서남권을 지금은 ‘아껴놓은 땅’이라고 부르고 있다. 서남권의 각종 인프라 확충은 타지역에 비해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서해안고속도로에 이어 호남고속철이 오는 2012년 완공될 예정이며 국토 서남부의 관문 역할을 하게 될 무안국제공항이 작년 11월 개항해 빠른 속도로 국제공항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또 도청이 이전해 온 무안군 삼향면 남악리에는 올해부터 교육·관광·친환경생태도시를 개발 콘셉트로 남악신도심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인근에는 한국관광공사가 하루 최대 5만 명 수용 규모의 해남화원관광단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등 서남권 전체의 인프라 지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지난 2003년 전남도는 서남권 초대형 개발 사업인 ‘J프로젝트(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 개발계획)’를 발표했다. 이때 지역 사람들은 두 번 크게 놀랐다. 우선 규모가 워낙 방대하다는 점이다. 국제적인 관광레저도시를 만들기 위해 외자 등 끌어들이는 자금 규모만 35조 원에 이르고 개발 면적도 영암과 해남을 아우르는 규모였다. 또 한 번은 부동산 광풍 때문이다. 개발 계획 발표 전부터 들썩이기 시작한 땅값은 순식간에 최고 10배까지 솟구쳤다. 해남과 영암의 논과 밭은 3.3㎡당 1만~2만 원 하던 것이 10만 원선까지 올랐다. 1970~80년대 부동산 투기 바람이 전국을 휩쓸 때에도 이들 지역만큼은 무풍지대였다. 그랬던 지역 주민들이 비로소 부동산 투기 바람의 위력을 직접 경험하게 됐던 것이다.한동안 투자 유치 부진으로 소강상태를 보이던 사업 추진은 작년 말부터 활기를 띠고 있다. 작년 말 사업을 추진할 3개의 특수목적법인(SPC)이 결성되면서 비로소 J프로젝트의 윤곽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 SPC들은 오는 2025년까지 전남 영암군 삼호면, 해남군 산이면 황산면 일대 5174만㎡에 총사업비 9조4961억 원을 들여 인구 4만8200명을 수용하는 허브휴양지구 에너지발전단지, 바이오산업단지, 스포츠단지 등으로 특화된 관광레저기업도시를 조성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여기에는 금호산업 대림산업 삼환기업 한국관광공사 등이 참여하는 서남해안레저, 보성건설 송촌종합건설 금광기업 남해종합건설 전남개발공사 등이 참여하는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 골프장 등 스포츠단지를 조성하는 썬카운티 등이 사업자로 선정된 상태다. 특히 J프로젝트 선도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포뮬러-원(F-1) 경기장 건설이 대회 운영 주체인 KAVO에 대한 1000억 원대의 전남도 채무보증안이 도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빚을 내 사업하는 것이지만 재원 조달 방안이 구체화됐다는 점에서 사업 추진에 긍정적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서남권종합발전계획은 2020년까지 22조 원을 들여 서남권의 무안 목포 신안 등지를 환황해권의 신성장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참여정부 임기 말 나온 계획이라 선거를 의식한 ‘정치 프로젝트’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정부는 당시 서남권 지역에 목포신외항, 무안국제공항, 목포대교, 무안~광주고속도로, 호남고속철도 등 주변도시를 연결하는 교통 인프라를 구축하고 물류, 신재생에너지, 관광·레저, 지역 특화 산업을 집중 육성해 이 지역 인구를 34만 명에서 57만 명으로, 제조업 생산과 고용을 16조 원, 22만 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세워 추진 중이다. 무안기업도시의 핵심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한·중국제산업단지 개발이다. 오는 2012년 무안읍과 청계·현경면 일대 17.7㎢에 들어설 한·중국제산업단지는 한·중산업단지개발(주)과 전남개발공사(주)가 사업 시행자로 사업비 1조7566억 원을 들여 인구 7만여 명에 정보기술(IT), 생명기술(BT), 물류산업 등 수출 주력 산업이 입주하는 신산업 동력의 메카로 개발된다.또 새로운 항공물류 및 국제 교류의 거점도시이자 차이나시티, 국제대학단지, 도매유통단지 등을 갖춘 생태환경도시로 육성된다. 특히 차이나시티는 무역, 금융, 문화 등 복합 기능의 상업도시로 조성되며 물류창고와 임대형 공장을 갖춘 세계 최대의 도매유통단지가 들어선다. 한·중산업단지를 개발할 SPC인 한·중산업단지개발(주)의 참여 기업은 중국 측에선 충칭시의 중경지산집단, 광하그룹 등이며 우리 측에선 벽산건설 삼호 고려개발 낙원건설 신동아건설 등이 참여하고 금융 주간사는 농협중앙회다.신안군 다도해 섬들은 한 때 유대계 자본 투자설 등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들 섬들엔 요즘 연륙 연도교로 연결되는 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이른바 다이아몬드제도는 그동안 섬들을 건강, 원시 체험, 음악 명상의 섬 등의 특색 있는 관광 자원으로 개발하겠다는 전남도의 구상 차원에만 머물러 오다 서남권종합발전계획에 포함되면서 현실화되고 있다.이달 말 개통 예정인 압해대교(목포~압해도, 1.8km)를 시작으로 2020년까지 2조6000억 원을 들여 자은 암태 팔금 안좌 장산 신의 하의 도초 비금도 등 다이아몬드 꼴로 놓인 9개 도서를 연륙·연도교로 연결할 예정이다.이 때문에 교통이 불편했던 섬들이 육지화되면서 요즘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 섬의 땅값은 3.3㎡당 1000~1만 원 수준에서 조금씩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전남 섬들이 투자자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이처럼 땅값이 저렴해 대규모 개발이 가능하고, 일단 개발이 되면 기대 이익이 높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러나 대부분 섬들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데다 실제 섬을 개발하기에는 까다로운 규제가 많아 거래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이런 가운데 대단위 조선타운으로 개발이 시작된 압해도는 무안국제공항의 배후도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다이아몬드제도로 통하는 초입이란 점에서 요즘 투자 문의가 몰리고 있는 곳이다. 목포에서 무안국제공항으로 가는 해변 도로변도 최근 펜션 단지 등으로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다.또 영암 해남의 J프로젝트 예정지 주변도 최근 새 정부 출범 후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점차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다. 목포 금호부동산개발 김동화이사는 “전남 서남권의 부동산은 오랜 경기 침체 여파 및 정부의 부동산 거래 억제 정책과 맞물려 아직도 바닥권에 머무르고 있는 상태”라며 “그러나 실제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데다 향후 개발 여지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단기적 접근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처로 적합하다”고 설명했다.최성국 한국경제신문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