즘 여수 땅값은 겁날 지경이에요. 자고 나면 땅값이 뛰거든요. 그러다 보니 땅 보러 오는 외지인들이 부쩍 늘었어요. 싫은 건 아니지만 외지인들 등쌀에 거품만 잔뜩 끼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올라도 문제는 없을까요.”여수시 신기동에서 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는 택시 안에서 운전사 정규원 씨는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해 다소 불안감을 내비쳤다.“여수가 한자로 고울 려(麗) 물 수(水)인데, 말 그대로 ‘물(바다)’이 보이는 경치 좋은 곳은 죄다 땅값이 올랐다고들 합니다. 올라도 너무 오른 느낌이에요.”2012년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가 확정된 지 반년이 흘렀지만 여수는 그 축제의 흥분이 아직 가라앉지 않는 느낌이다. 도로 곳곳에는 엑스포 개최를 축하하는 현수막이 그대로 걸려 있다.여수 시민들이 엑스포 개최 효과를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갈수록 오르는 아파트와 땅값이다. 건설교통부가 조사한 월별지가동향 자료에 따르면 여수시는 지난 3월 0.48% 상승률을 기록했다. 엑스포 개최가 확정된 지난해 11월 0.92%의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1.09%(2007년 12월), 0.35%(1월), 0.39%(2월)로 매달 전국 평균을 앞서고 있다.지역 내에서도 가장 상승률이 높은 곳은 해안선을 끼고 있는 화서면과 소라면 일대다. 이 지역은 외지인들이 엑스포 개최 이전부터 토지를 매입하기 시작해 현재 전체 면적의 80%를 싹쓸이 했다는 후문이다.2005년 2월과 2006년 12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매입한 것으로 알려진 소라면 사곡리 땅은 이곳에서도 금싸라기 땅으로 통한다. 궁항마을로 불리는 사곡4구는 이 전 회장이 산 땅이 어딘지 보려고 하루에도 5~6명씩 찾아온다. 현지에서 만난 김배현 씨는 “항구가 활 모양처럼 생겼다고 해서 궁항마을인데 2년 전만 해도 원래 이곳이 2010년 엑스포가 열릴 중심지였다. 그래서 이미 외지인들이 4~5년 전 땅을 죄다 매입했다”며 “5년 전만 해도 바다가 보이는 땅은 3.3㎡당 5만~6만 원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30만 원을 줘도 사기가 어렵다”고 현지 사정을 전했다. 이 전 회장은 현재 6611㎡ 규모의 무인도인 모개도를 포함해 이 일대 99170㎡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서 만난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이 투기를 목적으로 토지를 매입한 것은 아니고 추후 이곳에 삼성그룹 연수원이나 종합 레저 시설을 지을 생각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바로 옆 9917㎡짜리 무인도인 복개도도 모 유명 탤런트가 소유하고 있다가 얼마 전 주인이 바뀌었다”고 말했다.바지락 채취가 한창인 바로 옆 사곡2구도 매물이 귀하기는 마찬가지다. 해돋이 경치가 뛰어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펜션, 카페 5곳이 문을 열었고 순천 방향으로 해안선 도로에 위치한 땅은 매물이 나오기가 무섭게 팔려나간다는 것이 현지 주민들의 얘기다.화양면 일대에서는 통일교 재단이 큰손으로 통한다. 통일교 재단 숙박 시설이 들어서 있는 화양면 장수리는 맑은 날이면 우주센터가 들어설 고흥군 나로도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등 천혜의 비경을 자랑한다. 장수리에서 민박을 운영하는 김경중 씨는 “한 달에 수차례 문선명 총재가 헬기를 타고 와 쉬었다 간다”며 “통일교 재단이 오기 전만 해도 3.3㎡당 10만 원에 불과했던 땅이 지금은 30만 원을 줘도 팔지 않을 정도로 값이 치솟았다”고 말한다. 통일교 재단은 화양면 일대를 대대적으로 개발해 대규모 해양관광복합레저단지를 조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시에서 장등해수욕장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통일교 재단 산하 일성레저산업과 선원건설이 개발하는 ‘화양지구 골프아일랜드존’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현지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 못하다. 양파 수확 중이던 한 현지 주민은 “정부가 이곳을 해양관광복합레저지구로 지정하는 바람에 통일교를 제외한 다른 외지인들에게 토지를 팔기가 상당히 어려워졌다”며 “이곳이 개발되면 결국 통일교만 잇속을 챙기는 것 아니냐”며 불평을 털어놓았다.통일교 재단은 이곳 외에도 소호동에 최고급 숙박 시설인 오션리조트를 건설 중이며 삼산면 거문도와 남면 금오도, 화양면 낭도 등 섬 지역의 땅을 집중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통일교 재단이 매입한 땅은 거문도 3만5000㎡, 금오도의 유송리와 두모리 530만㎡, 낭도 10만㎡에 달한다. 옛 한보그룹이 소유한 나진리와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금오도 토지도 이미 상당 부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양면 주민센터 주변의 한 공인중개사는 “돌산과 개도, 백야도, 화양면, 낭도, 고흥군 등 여수시 주변 11개 섬을 잇는 연륙교 공사가 완료되면 해당 부지 땅값은 최소 5~6배는 뛸 것”으로 내다봤다.삼성그룹과 통일교 재단 외에외에도 소호동에 최고급 숙박 시설인 오션리조트를 건설 중이며 삼산면 거문도와 남면 금오도, 화양면 낭도 등 섬 지역의 땅을 집중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통일교 재단이 매입한 땅은 거문도 3만5000㎡, 금오도의 유송리와 두모리 530만㎡, 낭도 10만㎡에 달한다. 옛 한보그룹이 소유한 나진리와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금오도 토지도 이미 상당 부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양면 주민센터 주변의 한 공인중개사는 “돌산과 개도, 백야도, 화양면, 낭도, 고흥군 등 여수시 주변 11개 섬을 잇는 연륙교 공사가 완료되면 해당 부지 땅값은 최소 5~6배는 뛸 것”으로 내다봤다.삼성그룹과 통일교 재단 외에도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봉천리에 6만6110~9만9170㎡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으며 롯데그룹도 엑스포 행사장 부근인 수정동에 34층 호텔을 건립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월동에는 한화그룹이 330만 5800㎡ 규모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봉천리 현대차그룹 소유 토지는 현대차그룹이 당초 율촌산업단지 내 공장을 조성하게 되면 사택 부지로 활용할 예정이었다. 한화그룹은 아파트보다는 엑스포 개막과 발맞춰 종합 레저 시설 건립으로 가닥을 잡았다.여수시 부동산 값 상승 무드는 인근 광양시와 순천시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특히 광양시는 조선 업종의 호황으로 도시 전체가 한껏 고무돼 있다. 최근 SNC해양조선이 제2 조선소를 건립하기로 결정했고 나래랜드피아도 광양신금산업단지 내 53만㎡ 규모의 제철연관산업단지를 건설할 계획이다.그러나 여수시 부동산 열기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3~4년 전 엑스포 유치 계획이 발표된 시점부터 땅값이 치솟아 요지에 위치한 상당수 땅이 이미 외지인들 손으로 넘어간 상태다. 신기동 천붕공인 손광순 대표는 “아파트 개발이 한창인 죽림지구와 여수경찰서에서 오동도 사이의 덕춘동 일대도 최근 가격이 급등세를 기록하고 있다”며 “시 상당수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매물을 찾는 외지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전한다.땅값 상승은 아파트 가격에도 영향을 줘 엑스포 유치가 확정된 올 초만 해도 한 달 사이 평균 2000만~3000만 원씩 매매값이 급등했으며 2000만 원가량 들여 리모델링한 구형 아파트도 최고 4000만 원까지 값이 뛰었다. 국민은행 통계를 살펴보면 여수와 순천은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지난 4월 103.7을 기록해 지난해 말보다는 3.7포인트,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5.2포인트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상승폭은 2.2포인트(전년 말 대비), 3.8포인트(전년 동기 대비)였다.그렇다면 앞으로의 시장은 어떻게 전개될까. 이에 대해선 기대 반 두려움 반이다. 현재 부동산 관계자들은 상당수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 수산자원보존지역, 자연환경보존지역 등 각종 규제로 묶여 있는데다 부재지주에 대한 양도세 부과가 너무 커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투자 메리트가 가장 높은 곳으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제외된 돌산읍과 율촌산업단지 주변 기장, 산수, 월산리, 묘도동을 꼽는다. 특히 돌산읍과 묘도동은 엑스포 배후지역으로 제격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최근 외지인들이 대거 매입에 나선 곳이다. 자연녹지 내 임야는 지난해 같은 기간 3.3㎡당 1만 원이었던 것이 최근 4만~5만 원으로 올랐고 전답은 5만 원에서 10만~15만 원으로 가격이 치솟았다. 돌산읍 우두리 자연녹지도 7만~8만 원선이었던 것이 최근에는 10만~20만 원대에 나와도 금세 팔려 나가고 있다.송창섭 기자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