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 7월 20일 오후 1시 17분 40초, 인류가 달에 도착했다. 달에 가기 위해 대원 두 명과 함께 아폴로 11호를 타고 지구를 떠났던 암스트롱 일행은 달착륙선 ‘이글(EAGLE)’호로 ‘고요의 바다’ 가장자리에 착륙했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아는 역사의 한 페이지. 여기에 새로운 마케팅적 사실 하나를 추가해볼까. ‘인류 최초로 달에 첫걸음을 디딘 의미 있는 그 순간을 발리도 함께했다.’ 역사와 브랜드를 결합한 감성 마케팅으로 발리라는 브랜드에 긍정적인 이미지 하나를 추가할 수 있었다.150년이 넘는 세월을 우직하게 지켜온 스위스 가죽 구두 브랜드 발리 제품에는 장인들의 감성과 철학이 담겨 있다. 수제화의 정수로 일컬어지는 스크리브(Scribe) 라인은 발리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최고급 남성 드레스 슈즈 라인이다. 파리의 프레스티지 호텔인 스크리브 호텔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한다. 다른 고급 슈즈보다 3배나 더 오랜 시간 정성들여 제작되고 밑창은 송아지 엉덩이 부분에서 절단된 최상의 원피 가죽으로, 바깥 창과 안창 사이는 고무와 천연 코르크 알갱이 덩어리로 채워진다. 또 슈즈의 기초가 되는 틀인 ‘라스트(발의 모형)’부터 굽, 끈, 보이지 않는 스티치까지 수없이 많은 장인들의 손길이 닿은 정통 수작업의 정수를 느끼게 해준다.무엇보다 슈즈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편안함이다. 본인의 스타일과 가장 잘 어울리며 신었을 때 편하고 안정감 있는 착화감을 줄 수 있는 슈즈는 신사의 발끝에 남성의 계절,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날개를 달 듯 여유와 풍요로움을 선사한다.여기서 위의 일화와 명품의 가치에는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그 함축적인 의미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궁극적인 감성 마케팅이다. 상품의 물성 하나만 따진다면 그 가치는 순수한 물질적인 가치로만 축소되므로, 그 이상의 가능성은 더 이상 언급하기 어려워진다.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의 의상에 대한 순수한 물질적 가치의 한계는 뻔하다. 원단 재료, 직간접의 영업 관리비 등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감성을 부여하면 그 가치는 무한하며 영원해진다.명품 브랜드는 브랜드의 철학과 스토리를 시대 흐름에 따라 현대적으로 재생산하며 꾸준한 노력으로 소비자 곁을 지킨다. 오랜 노하우와 일관된 전통성으로 세대를 뛰어넘는 가치를 반영하고 이를 통해 시장에서 브랜드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우리가 가치에 해당하는 가격에 대해 저항감 없이 지불할 수 있다. 총체적인 의미로는 이것이 곧 브랜드에 대한 시장의 가치 평가 기준이 된다.최근의 상품 광고를 눈여겨보면 어느 브랜드이든지 자사 제품이 튼튼하고 다목적이고 싸다는 식의 광고 카피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그럴 경우 상품의 가치에 대한 기준을 스스로 제한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의 상품 광고가 물성적 호소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 다양한 종류의 상품이 넘쳐나고 품질과 기술의 장벽이 거의 없는, 혹은 단 시간 내에 복사돼 공급되는 이 시대에는 독특하고 차별화된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현대의 소비자들은 결코 헛된 유행이나 가격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개성이 부각될 수 있는 접근 경향을 보이므로, 소비자의 다양한 감성에 다가갈 수 있도록 어필해야 하는 것은 광고의 기본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삶과 슈즈’를 연계한 발리의 ‘감성 캠페인(Emotional Campaign)’이 다시금 명품의 유구한 전통과 정통을 회복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양상규Cosa Liebermann Korea(주) 대표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졸업한국산업개발원 Helsinki schoolof Economics EMBA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