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 미술 시장을 전망할 때 가장 많은 관심을 끄는 대목은 2007년을 이끈 이른바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유지할 것인가 하는 부분일 것이다. 미술 시장의 흐름을 진단해 보면 거품 가격 및 양극화의 우려로 ‘블루칩’ 작가의 상승 동력이 약화되고 있지만 미술 시장의 열기는 투기적 광풍에서 투자 열풍으로 건전하게 저변을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7년 결과를 봤을 때, 경매에 낙찰된 총액 순으로는 이우환이 214여 억 원으로 1위였으며 그 뒤를 이어 박수근이 189억여 원, 김환기가 145억여 원을 기록하며 각각 2, 3위로 자리 매김했다. 해외 미술품 및 고미술을 제외한 국내 근현대 미술품의 낙찰 총액만을 봤을 때 2007년 경매 낙찰 총액 상위 20위에 오른 작가들의 총액은 전체 1420억여 원 중 약 79%를 차지해 미술계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음을 극명히 보여준다. 더욱이 이우환 박수근 김환기 김종학 이대원 등 1위부터 5위까지 5명의 낙찰 총액이 전체의 52%를 차지해 2007년 한 해 국내 미술 시장의 덩치가 커진 것에 비해 다양성이 존재하지 못했음을 방증한다고 할 수 있다.2008년에는 지난해 급등 장세에서 작가 인지도에 비해 덜 상승한 작가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극사실주의 회화 계열의 흐름에 가려 상대적으로 빛을 보지 못했던 한국 현대미술 추상화 계열의 작가들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가장 한국적인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고 있다고 평가 받는 작가인 박서보 정상화 이강소는 수십 년에 걸쳐 꾸준히 작업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한 가지 주제에 깊이 천착해 이를 발전시키는 작품을 보여주고 있고 작품 가격 형성의 주요 요소 중 하나인 예술성 면에서 이미 검증을 받은 작가들이다. 또한 이들의 작품은 경매시장에서 상위 그룹을 형성하며 블루칩으로 인정을 받고 있고 화랑가에서의 높은 인기에 비해 경매시장에서의 가격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가격 거품에 대한 우려가 적다는 점이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2007년 미술계에서는 추상보다 구상 작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고 그중에서도 하이퍼 리얼리즘이라고 불리는 극사실주의 회화 작품의 선전이 돋보였다. 꽃 과일 등의 정물화뿐만 아니라 모래· 돌과 같은 물질의 질감을 표현하는 작업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 특히 극사실주의 계열의 작가들 중에서 높은 작품 가격 상승률을 보인 안성하와 도성욱 같은 젊은 작가들의 강세가 인상적인 한 해였다. 2008년에 극사실주의 회화 계열에서 기대할 만한 작가로는 모래를 소재로 한 작가 3인방을 꼽을 수 있다. 전통적인 블루칩인 김창열을 비롯해 김창영 김강용 등의 작품은 점차 국제적인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시장에서도 지속적인 상승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물방울 작가’로 잘 알려져 있는 김창열은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극사실주의 작가로서 주로 마대 위에 물방울을 그리지만 모래의 패널 같은 오브제 위에 작업을 하기도 한다. 2007년도 경매에 출품됐던 김창열의 작품 수는 총 62점으로 그중 83%인 52점이 낙찰됐으나 시장의 상승세와는 달리 작품 가격이 정체 현상을 겪었다. 따라서 다른 극사실주의 회화 작품의 가격 상승률과 비교해 봤을 때 그의 작품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으며 향후 작품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김창영은 곱게 펴 놓은 모래 위에 손으로 긁어놓은 듯한 이미지로 미술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 극사실주의 계열의 작가로, 2006년에는 단 한차례 경매에 출품돼 최저 추정가인 400만 원에 낙찰됐으나 2007년에는 총 19차례 경매에 등장해 78%의 낙찰률을 보이면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작품의 낙찰가는 평균 1500만 원 정도로 알려진 명성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김강용도 얇게 바른 모래 화면 위에 벽돌의 모습을 정밀하게 옮겨놓은 작품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뉴욕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다. 2006년에 온라인 경매를 통해 한 차례 낙찰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출품됐던 작품 3점 모두 유찰을 기록했으나 2007년에는 출품된 27점의 작품 중 22점이 낙찰돼 총 낙찰률 81%를 기록했다. 작품의 낙찰가 또한 1년 만에 최소 2배 이상 오르는 등 높아진 인기를 실감하게 했으며 그의 작품 평균 낙찰가는 약 1400만 원이다.한편 2007년의 상승세를 2008년에도 이어갈 작가로는 박항률을 꼽을 수 있다. 2007년 초에 가나아트센터 전속작가가 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박항률은 1년여 간 숨고르기를 하다가 2007년 말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2007년 11, 12월 경매에서 인기 작가로 떠올랐다. 2007년 12월 8일에 있었던 D옥션 제 3회 경매에서 20호 크기의 작품 ‘새벽’이 치열한 경합 끝에 추정가의 2~3배 가격인 2700만 원에 낙찰됐고 11월 말에 열린 K옥션의 경매에서도 같은 크기의 박항률의 작품 ‘새벽’은 3150만 원에 낙찰된 바 있다. 2006년 4차례 경매에 출품됐던 것에 비해 2007년에는 31점이 출품돼 물량의 규모도 달라졌을 뿐만 아니라 작품의 평균 낙찰가도 2000만 원을 넘기는 등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2007년에 출품된 31점의 작품 중 한 점을 제외하고는 모두 낙찰돼 2008년에도 그 인기가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2008년도 시장의 기대주를 꼽아본다면, 서양화가인 김경렬 이강화 장이규 등을 들 수 있다.‘비보이(B-boy)’가 되어 브레이크댄스를 추는 유명인들을 그리는 김경렬은 중견 작가로서 탄탄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작가다. 올 하반기 K옥션의 온라인 경매에 10호 작품이 출품된 적이 있으며 키치적이면서도 진지한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2008년에 점차 주목받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이강화 역시 2007년 하반기부터 경매시장에 등장하기 시작해 출품된 6작품 중 5점의 작품이 낙찰되는 등 안정적으로 시장가격을 형성해 가는 추세다. 그는 캔버스뿐만 아니라 나무 패널, 금속 표면 등 오브제 위에 섬세한 채색으로 들꽃과 같은 풍경을 정갈하면서 평화롭게 담아내고 있어 작품의 완성도에 있어서 높은 평가를 받는 젊은 작가다.소나무를 그리는 화가 장이규는 촘촘히 색점을 찍어서 형태를 완벽히 재현해내는 화가다. 경매시장에는 아직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으나 다양한 전시에 초대되면서 화랑가에서는 이미 그 이름이 회자되고 있다. 자연의 평온하고 조화로움을 화면에 담아내는 작업은 작품을 구매하는 일반 컬렉터들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주제를 담고 있다.김경렬 ‘The Battle-Vincent Van Gogh, Paul Gauguin’김강용 ‘S’이강소 ‘From an island’박서보 ‘묘법’이인홍 오픈옥션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