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시장에서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에도 꾸준히 커질 전망이다. 국내 상품은 물론이고 2005년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된 글로벌 투자 바람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은 2008년 국내 주식형 펀드로 12조∼15조 원, 해외 주식형 펀드로 15조∼18조 원의 신규 자금(재투자분 제외)이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기대수익률은 예전보다 낮추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막연한 ‘대박’ 환상은 버리고 합리적인 수준의 수익률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2008년 경제성장률과 기업의 주당순이익(EPS) 전망치가 최근 하향 조정 추세인 점을 감안하면 펀드 투자자들은 장기 투자의 기본을 지키거나 기대수익률을 2007년보다 낮추는 것이 낫다”고 지적했다.그렇다면 앞으로 주식형 펀드에 가입할 투자자라면 어느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신영증권에 따르면 향후 5년간 한국과 아시아 신흥국가 기업들의 이익 증가율을 토대로 추정한 결과 국내와 아시아 이머징 펀드에 분산 투자한 가입자가 기대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의 수익률은 연 15.6%로 추정됐다. 신영증권은 한국 증시의 향후 5년간 이익증가율은 연간 약 19%,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신흥 증시의 경우 매년 15∼25%의 기대수익률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이 증권사의 김세중 투자전략부장은 “보수적으로 추정하더라도 향후 5년간 국내 증시와 이머징 아시아 지역의 기대수익률은 연간 각각 13%와 20%는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와 해외 펀드 비중을 6 대 4로 가정하면 적정 기대수익률은 연평균 15.6%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고채 수익률이 2007년 말 일시적으로 6%대까지 올랐지만 경기와 물가 등을 감안하면 금리 상승 요인이 강하지 않다”며 “기대수익률이 16% 안팎이라면 펀드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라고 강조했다.재테크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2008년 펀드 투자 전략을 종합하면 국내 펀드를 기본으로 삼되 자산의 일부를 해외 펀드로 분산하는 방식이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증시 상황이 급변하지 않는 한 꾸준히 들고 가는 핵심 펀드(core)와 초과 수익을 기대하면서 시황에 따라 자금의 일부를 분산하는 위성 펀드(satellite)로 구성하는 이원화 전략이 좋아 보인다.우선 국내 펀드는 주가 상승기에 유리한 성장형 펀드를 중심으로 하고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배당주 펀드나 가치주 펀드를 일부 추가해 리스크를 관리하는 전략이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조완제 삼성증권 자산배분전략 과장은 “정통 국내 주식형 펀드는 장세에 따라 비중을 굳이 조절할 필요 없이 장기적으로 가져가야 한다”며 “다만 2008년 증시는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므로 조정장에 잘 버티는 배당주 펀드나 가치주 펀드에도 일부 가입해 대응하는 전략이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진미경 하나대투증권 웰스케어센터장도 “리스크 요인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반기에는 배당형 펀드와 가치주 펀드, 하반기에는 성장형 펀드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설명했다.2007년 수익률을 토대로 비교해 보면 성장형 펀드로는 미래에셋 삼성 우리CS KB 푸르덴셜 등 대형 운용사의 간판 펀드들이 유망하다는 평가다. ‘미래에셋드림타겟주식형’ ‘삼성당신을위한코리아대표주식’ ‘우리SK그룹우량주플러스주식’ ‘KB신광개토선취형주식’ ‘푸르덴셜나폴레옹주식’ 등이 2007년 연간 50∼70% 수준의 고수익을 올린 상품들이다. 가치주 펀드로는 ‘동부더클래식진주찾기주식1’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해외 펀드는 유행에 따라 신상품에 휩쓸리지 않는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 2007년의 경우 많은 투자자들이 트렌드를 따라다니는 경향을 보였지만 결과는 신통치 못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007년 1분기의 경우 해외 펀드 중 가장 많은 자금이 몰린 상품은 리츠 펀드(3조7450억 원)와 일본 펀드(3조610억 원)였지만 두 유형 모두 큰 폭의 손실을 기록했다. 결국 3분기 중 해외 리츠 펀드에서 2조 원, 일본 펀드에서 1조 원의 순유출이 발생했다. 중국 펀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07년 상반기 동안 중국 펀드는 1조5000억 원 증가에 그쳤지만 3분기에만 약 5조 원, 4분기에는 6조 원 가까운 자금이 집중됐다. 뒤늦게 소문을 듣고 ‘친구 따라 강남 간’ 투자자들은 지난 연말 중국 증시가 큰 폭의 조정을 받자 마음고생에 시달려야 했다.하나대투증권은 올해 해외 펀드 시장에서는 저평가 매력과 성장성 확대가 기대되는 러시아와 남미 인도 등 이머징 국가 상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추천했다. 섹터별로는 리츠 펀드의 경우 주택 시장 침체 국면이 계속될 것으로 우려돼 수익률 상승에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꾸준한 투자 확대가 기대되는 아시아 인프라 펀드와 원유 철광석 천연가스 석탄 등의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원자재 펀드 등의 수익성은 개선될 것이란 설명이다.다만 중국 펀드의 경우 장기적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낫다는 지적이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해외 펀드들은 개별 국가의 변동성이 커져 위험도 높아지고 있으나 중국 시장의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경제 성장 등을 감안할 때 중국 펀드는 고점 대비 20% 정도 조정을 받으면 여윳돈으로 가입하라”고 추천했다. 삼성증권의 조 과장도 “중국은 2008년에도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국 펀드는 그냥 보유하는 것이 낫다”며 “특히 고점에서 가입한 투자자의 경우 섣불리 환매하지 말고 기다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하나대투증권은 중국 시장이 고성장 기조에도 불구하고 정책 리스크 등으로 부진할 수 있는 만큼 중국 펀드의 비중을 낮추는 대신 브릭스 동유럽 친디아 등의 상품 비중을 높일 것을 제안했다. 이 밖에 글로벌 천연자원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와 이머징 마켓의 인프라 관련 기업 주식을 집중적으로 편입하는 펀드들도 분산 투자 대안으로 유망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중국 펀드 부진을 계기로 개별 국가 상품의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글로벌 증시에 분산 투자하는 상품에 대한 관심도 2008년에 지속될 전망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사이트 펀드’를 비롯해 삼성투신운용의 ‘글로벌자산배분펀드’, 신한BNP파리바운용의 ‘봉쥬르그레이트이머징펀드’ 등이 이런 유형의 상품들이다.펀드별로 최근 1년 수익률 상위권에는 중국 친디아 인도 브릭스 등 상품들이 주로 포진해 있다. 1년 이상 좋은 성적을 낸 펀드에 우선 관심을 갖되 최근 부상하고 있는 동유럽 남미 등 상품도 분산 투자 차원에서 고려할 만하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2007년 12월 초 기준으로 최근 6개월간 이머징유럽 상품은 평균 21%대, 중남미 상품은 13%대의 수익을 올렸다.다소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선진 시장 위주로 자산을 편입하면서 이머징 마켓에는 일부만 분산하는 상품을 고려할 수 있다. 하나UBS자산운용의 펀드오브펀즈인 ‘하나UBS글로벌포트폴리오’가 이런 유형의 상품이다. 안정형과 수익 추구형 두 종류가 있으며 안정형의 경우 미국과 선진 유럽 주식과 채권 등에 주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UBS자산운용 싱가포르법인의 아이린 고 매니저는 “이머징 펀드에만 휩쓸리지 말고 전 세계 주식과 채권에 골고루 분산 투자하면서 위험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글로벌 포트폴리오 펀드의 경우 포트폴리오상 중심이 되는 핵심 펀드에 해당되는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박해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