륵(鷄肋)은 ‘후한서(後漢書)’ 양수전(楊修傳)에 나오는 고사성어로 삼국지의 영웅 조조(曹操)가 그 주인공이다. 한중 땅을 놓고 유비와 다툴 때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어 진퇴양난에 빠진 조조가 그날 밤의 구호(요즘 말로 하면 암호)를 묻는 하후돈에게 무심코 내뱉은 말이 ‘계륵’이다. 먹자니 먹을 것이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것으로 치자면 계륵(닭갈비)만한 것이 없다.거병(擧兵)을 은근히 후회하고 있는 조조의 마음을 읽고 철군 준비를 하고 있는 휘하 장졸들의 부산스러운 거동에 놀란 조조가 양수의 행동을 괘씸하게 여겨 철군에 앞서 그의 목숨을 앗았다는 후일담을 남기고 있는 이 고사가 지금 이 순간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이유가 있다. 코스피 2000을 기준으로 지루한 공방을 계속하고 있는 우리 주식시장이 영락없이 닭갈비를 닮아 있기 때문이다.최근 우리 증시는 한마디로 ‘먹기(돈벌기)는 힘든데 위험은 커졌다’. 상승이든 하락이든 움직였다 하면 그 폭이 50~60포인트에 이르고 장중 변동 폭도 30~40포인트가 예사다. 작게 버는 데도 큰 위험을 안아야 하는 전형적인 고비용 저효율의 장세가 5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그도 그럴 것이 악재란 악재는 시장에 다 쏟아져 나와 있다. 간헐적으로 시장의 숨통을 죄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사태가 그렇고 여기에 ‘바늘의 실’처럼 붙어 있는 미국 경제의 후퇴, 소비의 감소도 마찬가지다. 고유가도 부담이고 원화의 강세도 족쇄가 되고 있다. 과열 논란 속에서 중국 정부가 내놓는 긴축 조치도 불안을 키우고 있으며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에 대한 우려도 현재진행형이다. 무엇보다 지난 수년간 쉬지 않고 상승해 온 글로벌 주식시장이 이제는 쉬어갈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불안감이 고비마다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이러한 악재의 홍수 속에서 시장이 이만큼이나마 버텨 주고 있다는 게 용하다 싶은 면도 있다. 특히 코스피의 경우 글로벌 시장의 전반적인 추세와 비교해 보더라도 비교적 선전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우리 시장의 상승 폭이 작아 아직도 저평가돼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 데다 여차하면 주식시장에 유입될 수 있는 대기자금이 워낙 풍부하기 때문이다. 코스피가 밀리는 날이면 기다렸다는 듯이 펀드로 밀려들어 오는 거액의 자금들은 우리 시장의 유동성이 얼마나 풍부한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우리 시장뿐만 아니다.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로 보더라도 풍부한 유동성이 시장을 받쳐 주고 있다. 주식 시장의 격언에 있듯이 ‘수급은 재료에 앞서는’ 것이다. 더욱이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신흥시장이 높은 경제성장률을 지속하면서 세계 경제가 비교적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낙관적인 전망을 가능하게 해 준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상황은 만만치 않다. 앞으로의 시장은 아마 지난 수년 동안 봐 왔던 ‘폭발적인 호시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일 것이다. 고비용 저효율이란 용어 그대로 돈을 벌기는 힘들어질 것이며, 같은 벌이를 위해 감수해야 할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 야구로 비유하자면 이런 시장에서는 방망이를 짧게 잡고 차곡차곡 안타를 치고 점수도 쌓아가야 한다. 홈런은 답이 아니다.분산 투자가 이런 상황에서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위험을 포트폴리오로 극복해 보자는 것이다. 투자 금액의 일정 부분을 현금으로 가져가는 것도 꼭 필요하다.김상윤하나은행 웰스 매니지먼트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