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은 말을 아꼈다. ‘약속해줘’를 외치며 애교 있게 새끼손가락을 걸던 아이돌 스타는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대신 똑 부러지는 사업가인 동시에 농염하고 열정적인 뮤지컬 스타로 거듭난 옥주현이 앞에 서 있다. 부쩍 성숙해진 그녀에게 조금 피곤한 기색마저 느껴졌다.“사실 오늘 아침 공항에 도착했어요. 뉴욕에 다녀오는 길이었죠. 4박 5일의 일정이었는데, 뮤지컬 ‘시카고’가 끝난 뒤 가진 혼자만의 시간이었죠. 바람도 쐴 겸 브로드웨이의 뮤지컬도 볼 겸 겸사겸사 다녀왔어요. 그런데 작가협회가 노조 파업 중이라 뮤지컬은 구경도 못했지 뭐예요. 그래서 하루 종일 걷고 또 걸었어요. 걷는 걸 좋아하거든요. 친구도 만나보고…. 빡빡한 일정은 아니었지만 아직 시차 적응이 안돼서인지 조금 피곤하네요.”화보 촬영을 마친 그녀와 마주앉았다. 두꺼운 ‘화보용’ 화장을 연신 닦아내며 인터뷰에 응하는 옥주현에게 캔 커피를 건넸다. 웃으며 사양하는 그녀는 대신 옥수수 건강음료를 택했다. 마시는 음료 하나에도 철저한 건강 미인의 면모가 엿보인다.“건강 관리에 누구보다도 철저한 편이에요. 나를 위한 운동 시간을 하루에 2~3시간 정도 꾸준히 갖는 편이죠. 하지만 최근 제 주변에 복잡한 일들이 많아 한동안 운동을 놓고 있었더니 금방 4~5kg이 늘어났어요. 사람들은 요요현상이 일어났다며 호들갑을 떨었죠. 이젠 다시 운동을 시작해서 괜찮아요. 운동은 삶에 에너지를 주죠. 요즘은 몸매 교정뿐만 아니라 치료의 개념도 갖고 있는 필라테스를 즐겨하는 편이에요.”‘요가=옥주현’이라는 등식이 성립할 정도로 한때 요가에 시간과 열정을 쏟아 부었던 그녀. 덕분에 그녀는 돈도 벌고 건강도 챙겼다. ‘웰빙’ ‘건강 미인’이라는 수식어가 늘 그를 따라다녔다. 일석이조, 삼조의 효과를 얻었다. 과거 핑클 활동 시절, ‘얼짱’ 멤버들에 가려 힘든 적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대한민국 대표 ‘몸짱’ 스타로 남부럽지 않은 유명세를 누리고 있다. 노래면 노래 연기면 연기, 남부럽지 않은 말발까지 다방면에 재능을 가진 팔방미인이다. 게다가 최근엔 남자 친구가 있다고 당당히 밝히는 등 솔직하고 당당한 매력까지 갖췄다.이런 그녀가 오늘은 왠지 평소보다 조심스러워 보였다. 앞서 언급한 ‘복잡한 일’ 때문일까. 어린 나이에 사업에 도전한 그녀에게 세상의 벽은 높게 느껴졌을지 모른다. 재작년 압구정동에 요가센터 ‘에버’를 차리면서 최고경영자(CEO)에 도전장을 낸 그녀는 지난해 동업자에게 사기 혐의로 피소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때 세상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됐고 비싼 인생 수업료도 치렀다.“요가로 돈을 번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혹자의 말대로 부귀영화를 누릴 만큼은 아니었죠. 사실 이윤이 난 것은 요가 비디오 쪽이었고 요가 학원을 하면서 손해를 많이 봤어요. 정신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연예인들은 보통 그다지 현실적이지 못해요. 빛 좋은 개살구죠. 저도 그랬었죠.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하자 너무 많은 관심이 몰려 두각을 보인 것일 뿐 그렇게 많은 이익을 내진 못했어요.”힘든 시간을 견딘 만큼, 옥주현은 좀 더 단단히 여문 것 같다. 평소 마음이 여려 작은 일에도 울음을 터뜨렸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힘든 지난날을 이야기하는 표정과 말투가 짐짓 무심한 듯 느껴진다. 아픔을 소화하는 자신만의 법을 익힌 듯하다.“1998년에 핑클로 데뷔했고, 내년이 꼭 데뷔 10주년이 되죠. 어려서 연예계에 입문해 오랜 세월 활동하다 보니 이상한 소문에도 휩쓸리고 악성 댓글에도 많이 시달렸어요. 처음엔 일일이 신경 쓰며 고민했지만 이제는 담담해졌어요. 더 나아가 혹시나 내가 잘못한 점은 없었나 반성하는 계기로 삼을 만큼 초연해졌죠.”어쩌면 그녀는 아픔을 승화하는 방법을 어렸을 적부터 터득했는지 모른다. 그녀는 아무것도 모를 어린 나이인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사업을 하다 건강이 악화돼 중풍으로 세상을 등진 아버지를 생각하면 아직도 눈시울이 뜨겁다. 그리고 예민한 사춘기 시절, 새아버지를 가족으로 맞았다. 평범하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내며 단단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던 그녀. 가족력을 생각해서인지 건강에도 더욱 신경 쓰게 됐다. 지금의 건강 미인 옥주현은 허투루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아버지를 닮아 사업가적인 자질이 있지만 건강에도 늘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늘 명심하고 있다.데뷔 10년차. 가수 뮤지컬배우 DJ MC 그리고 사업가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는 만큼 수입도 남부럽지 않을 터. 그녀의 재테크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있을까.“제가 직접 하기보다는 주로 부모님을 통해서 투자하고 있어요. 금융 업계에 종사하는 친구의 추천으로 몇 개의 펀드에 들었고 부동산 투자도 하고 있죠. 영종도 쪽에 땅을 매입해 놨는데 기대가 높아요. 영종도 주변에 5개의 섬이 있고 그쪽 지역이 앞으로 홍콩처럼 개발될 것이라고 하더군요. 우리나라에 아직 마땅한 관광지역이 없다보니 그곳 개발이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앞으로 그쪽 토지 매입을 점차 넓혀갈 생각이에요.”재테크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 손사래를 치던 그녀가 흡사 전문가처럼 의견을 개진한다. 재테크 잡지의 기자인 필자보다 한 수 위라는 생각이 들 정도.“요즘 경제 관련 프로그램도 많아지고, 확실히 사람들이 재테크를 기본적으로 다하는 분위기잖아요. 남들보다 뒤처지지는 말아야죠.”뭐든 시도하면 끝장을 보는 편인 그녀는 평소엔 느긋하지만 일할 땐 굉장히 까다롭다. 가수로서 오랜만에 앨범을 내는 일도 대충하고 싶진 않다. 원래 지난 가을에 싱글 3집을 내기로 했었지만, 여러 일들이 겹쳐 집중할 수 없자 앨범 출시를 내년 1월로 늦췄다. 제대로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엔 기획사를 옮기면서 처음 내는 음반이라 색깔도 많이 달라졌다. 대중에게 좀 더 편안하게 다가가 감정 그대로를 전할 수 있는 음악을 들고 나올 예정이다.재테크를 할 때나, 새로운 음반을 낼 때나 준비 과정에선 심사숙고하고 일단 시작하면 야무지게 해낸다. 그래서 ‘억척스럽다’는 말도 종종 듣는다. 뮤지컬을 처음 시작할 때도 그랬다. 뮤지컬 ‘아이다’로 시작해 신인 여우상을 거머쥐고, 이제는 뮤지컬 ‘시카고’에 도전해 큰 성공을 거뒀다. 그녀는 이번 뮤지컬을 ‘죽을힘을 다해’ 노력했다고 말한다.“중학교 시절부터 성악을 공부하면서 어렴풋이 오페라 가수의 꿈을 꿨어요. 어찌어찌 가수로 입문해 지금까지 왔지만 어릴 적 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었죠. 운 좋게 뮤지컬을 처음 시작하게 됐을 때, 많은 걸 버리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래서 4년간 꾸준히 해왔던 ‘별밤지기’ DJ도 미련 없이 그만둘 수 있었죠. 분명한 동기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 편이기 때문에 한번 작정하면 끝장을 보고 싶어요. 뮤지컬에 많은 것을 걸었어요. 평생 할 거에요.”10년 후엔 어떤 모습일 것 같으냐는 질문에 ‘아이 엄마, 아내’로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을 말하는 그녀. 하지만 그때에도 뮤지컬은 꼭하고 싶다고 강조한다. 그녀가 맡았던 뮤지컬‘시카고’의 록시처럼 영리하지만 영악하지 않은 옥주현. 오늘도 그녀는 어제보다 성숙하게, 내일보다는 순수하게 비로소 완성되어가고 있다.김지연 기자 jykim@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