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한 대학교에서 강의할 때의 일이다. 어떤 학생이 나에게 외식 경영인으로서의 꿈을 물었다. 회사의 신년회나 창립 기념행사 등 공식 행사에서 회사의 비전과 중장기적 전략에 관해 최고경영자(CEO) 스피치는 많이 해봤지만, 꿈에 관한 얘기를 하려니 그 찰나에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꿈이라…. 어린 시절 너무나 많이 접해본, 인생을 살면서 항상 고민해 왔던 주제였는데 선뜻 입을 열기가 어려웠다.짧은 침묵을 깨고 나는 대답했다. “제 꿈은 저보다 더 오래 살 수 있는 수명이 긴 장수 브랜드를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가 소위 해외 명품 브랜드로 분류하는 대부분의 의류, 화장품 등 패션 브랜드 중에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장수 브랜드가 많다. 불확실한 시장경제 환경 속에서도,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 속에서 거뜬히 살아남아 고객들의 사랑을 받는, 세대를 거슬러 수십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브랜드. 내가 처음 외식 기업을 시작할 때 가졌던 꿈이다.‘백화점 화장품 브랜드, 토종 브랜드가 석권’, ‘한국 토종 브랜드 세계 명품을 넘본다’, ‘외식 업계 토종 브랜드에 푹 빠지다.’ 지난 몇 개월 사이에 신문 지면을 장식했던 경제 유통면의 기사 헤드라인으로 대한민국은 지금 토종 브랜드 열풍이 불고 있다. 이에 외식 브랜드까지 가세하면서 외식 산업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과거의 국내 개발 외식 브랜드가 한식을 근간으로 한 한식 프랜차이징이 주류를 이뤘다면 현재는 중식, 이탈리아, 프렌치, 햄버거, 커피, 아이스크림 등 폭넓게 외식 브랜드가 개발되고 있다. 게다가 국경을 넘어 국내에서 개발된 브랜드들이 해외에도 폭넓게 진출하고 있다.필자가 운영하는 썬앳푸드는 토니로마스와 같은 해외 라이선스 브랜드도 운영하고 있지만 매드포갈릭, 스파게띠아와 같이 기업이 자체 개발한 순수 국내 개발 브랜드가 수익이나 고객의 선호도 면에서 앞서고 있다.어느덧 외식 브랜드 개발의 12년 역사를 지닌 썬앳푸드가 지금까지 연구개발한 브랜드는 20개에 육박한다. 그중 연구개발 끝에 시장에 선보이는 브랜드는 10% 정도에 불과하다. 한국 시장과 맞지 않거나, 시기적으로 너무 이르다고 판단될 때 메뉴 개발과 인테리어 도면까지 나온 상태에서 보류한 경우도 많다. 그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브랜드 개발에 심혈을 기울인다.외식 경영인 사이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출시할 때, 우리는 아기의 출산에 비유한다. 많은 준비 끝에 출산하고 브랜드를 잘 성장시키기 위해 인고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수명이 평균 70~80세라고 보면 나보다 더 오래 사는 강하고 긴 생명력을 지닌 외식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선 나의 브랜드가 80년 이상의 긴 세월 동안 고객의 사랑을 받아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뉴욕 증권 시장에서 평가되는 맥도날드의 자산 가치는 330억 달러에 이르고 코카콜라 가치는 1440억 달러를 호가한다. 흔히 비장부 가치라고 해서 장부상에서 표현되는 매출과 이익의 크기가 아니라 시장에서 평가되는 브랜드 가치가 금액으로 환산돼 자산으로 인식되는 오늘날, 이제는 외식 산업도 히트 아이템에 따라 우후죽순으로 만들어지는 브랜드가 아닌, 국내 토종 브랜드의 자산 규모가 수백 수천억 원으로 평가되고 세대를 아울러 100년 이상 장수하는 시대를 만들어가야 한다.남수정썬앳푸드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