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 세계에 페타 콤플리(Fait accompli)라는 말이 있다. 프랑스어로 ‘기정사실’이라는 의미다. 이 말은 투자의 논리가 일상생활의 논리와 전혀 다름을 우리에게 보여준다.일상생활에서는 지극히 비정상적인 일이 투자의 세계에서는 빈번하게 일어난다. 아니,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헝가리 출신의 세계적 투자 전문가인 코스톨라니의 표현을 빌리면 ‘좋은 소식에 울기도 하고 나쁜 소식에 웃기도 한다.’ 주가는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한 기대를 미리 반영하지만 막상 그 사건이 현실이 되고 나면 그것은 미래의 주가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과거의 사실’이 되고 마는 것이다.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라’든지 ‘드러난 악재는 악재가 아니다’라는 증시 격언이 다 같은 맥락이다.그러나 소문 또한 믿을 것은 못 된다. 시장에서는 늘 1%가 소문을 만들고 99%가 뒤를 좇는다. 인수·합병(M&A), 신약 개발, 부동산 매각 따위의 소문이 헛된 꿈을 꾸게 하고 그 꿈이 쪽박을 차게 한다. 우리가 정보라는 믿고 있는 대부분의 재료들은 당장 쓰레기통에 버려져야 할 것들이다. 대차대조표나 손익계산서마저도 과거의 사실이라는 측면에서 그 쓰임새는 제한적이다.논어 위정(爲政)편에서 공자는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아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할 수 있어야 투자에서 성공할 수가 있다. 정보기술(IT)에 대해 잘 모른다는 이유로 첨단 기술주를 외면한 세계에서 두 번째 가는 큰 부자 워런 버핏의 고집은 그래서 늘 인구에 회자되곤 한다.그 버핏이 어린 시절 용돈을 벌기 위해 러셀이라는 친구와 둘이서 주유소에서 음료수를 판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음료수 자동판매기 옆 쓰레기통을 뒤져 사람들이 버리고 간 뚜껑을 세었다. 사람들이 어떤 브랜드의 음료수를 좋아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그의 나이 아홉 살 때였다.돈을 번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일화들은 수없이 많다. 퇴근길에 흩어져 있는 ‘월드콘’ 빈 봉지를 보고 롯데제과 주식을 산 사람도 있고 레스토랑에서 술을 마시다 ‘하이트맥주’-이 술이 처음 나왔을 때 제조사의 이름은 조선맥주였다- 주식을 사서 대박을 터뜨린 사람도 있다.코스톨라니의 역설적인 언급은 이런 관점에서 특히 재미있다. “사람들은 내게 어디서 그 많은 정보와 아이디어를 얻느냐고 묻는다. 나는 정보를 찾아 헤매지 않고 발견할 뿐이다. 정말이지 나는 어디를 가든지 정보를 얻는다. 도둑에게서, 이사회에서, 혹은 장관들이나 유흥가의 여성들에게서도 정보를 얻는다. 다만 은행가와 브로커, 그리고 경제학자들은 빼고. 이들의 시선은 자신의 코끝 이상을 벗어나지 못한다.”재테크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마음의 눈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사회가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 열린 마음으로 질문하게 되면 투자할 대상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살아 있는 정보란 뉴스나 소문이 아니라 이처럼 생활 속에서 ‘발견’해 내는 것이다.이런 관점에서 보면 투자란 곧 생활일 수밖에 없다. 약간만 과장하면 생활 자체가 투자여야 그 세계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요즘처럼 기회도 많지만 리스크 또한 커져 있는 시장에서는 더욱 그렇다.김상윤하나은행 웰스 매니지먼트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