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증권의 공격적인 행보가 증권가에서 화제다. 서울증권은 올 들어 유진그룹 계열사 편입을 계기로 대형 증권사로의 도약을 선언하는 등 잇따라 공세적인 경영에 나서고 있다.변화의 중심부는 단연 증권사의 간판인 리서치센터. 지난 6월 박희운 상무 부임 이후 리서치센터는 중하위권 규모에 머무르고 있는 ‘마이너’의 한계를 벗고 새삼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매매 의견과 비판에 소극적인 리서치 관행에서 벗어나 모두들 ‘예스’라고 할 때도 소신 있게 과감히 ‘노’를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서울증권 리서치센터는 지난 10월 4일 이른바 시장에서 가장 잘나가는 대장주인 ‘포스코’의 투자 의견을 ‘적극매수(Buy1)’에서 ‘보유(Hold)’로 두 단계 낮췄다. 보고서가 나가자마자 포스코 주가가 이틀 연속 하락하는 등 만만치 않은 파장을 나타냈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리서치 업계 분위기는 목표 주가에 근접하면 수익 추정을 조금 바꾸고 주가가 목표 주가를 넘어서면 그때서야 목표 주가를 올리는 식이었다. 관행화돼 있던 ‘눈치 보고서’를 거부한 박 센터장의 소신이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 것이다.서울증권 리서치센터는 해당 종목이 25% 이상 상승 잠재력을 갖고 있으면 ‘Buy1’, 15~25% 미만 ‘매수(Buy2)’, 5~15% 미만 ‘Hold’, 5% 미만 ‘매도(Reduce)’로 구분하고 있다. 포스코의 투자 의견 하향 조정은 10월 3일 주가(76만5000원)가 목표 주가(85만 원)에 근접한데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과 해외 사업의 불확실성 요인 등을 감안한 것이다. 즉,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지금보다 내릴 가능성은 적지만 15% 이상 오를 가능성도 적다는 판단에서였다. 박 센터장은 지난 9월 기자간담회에서 “고객이 보유 종목을 사야 할지 팔아야 할지 고민할 때도 애널리스트들은 주가가 목표 주가를 넘어서야 투자 의견을 조정하곤 한다”면서 “이런 행태는 투자자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서울증권은 앞으로 목표 주가에 10%까지 근접하면 항상 투자 의견을 밝히겠다”고 관행 개선을 예고하기도 했다.증권사들이 침묵하고 있을 때 서울증권이 다른 종목도 아닌 포스코의 투자 의견을 과감히 내린 것은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은 물론 다른 증권사 리서치센터와 차별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증권가 이슈 메이커로 떠오르고 있는 박 센터장을 만나 그가 바라보고 있는 주식시장 상황과 리서치 업계 개선 방향 등을 들어봤다.“그런 표현은 사실 부담스럽습니다. 단지 자기 자신에 솔직하고 모호한 보고서를 쓰지 않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뿐입니다. 설령 예측이 틀리는 경우가 있더라도 숫자나 단정적인 단어로 명확히 하고 구체적인 결론을 내고자 합니다. 투자자들은 주가가 목표 주가의 5부 능선을 넘으면 팔 것인지, 더 지켜볼 것인지를 판단해야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적절한 시점을 말하지 않고 있다가 이미 투자자가 투자 결정을 하고 주가가 상당히 올랐을 때 목표 주가를 수정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을 위해 이런 관행을 지양하고 파는 것이 유리할 때는 매도 의견도 과감히 내는 것이 리서치센터의 기본 임무라고 생각합니다.”“삼성투신운용에서 서울증권으로 오면서 최고경영자(CEO)로부터 몇 가지 약속을 단단히 받았습니다. ‘매도 의견을 과감히 내겠다’ ‘제대로 된 애널리스트들을 키우겠다’ 등입니다. 우선 애널리스트를 연말까지 40명, 내년까지 60명으로 확충해 3~4년 도제식으로 교육할 생각입니다. 이렇게 성장한 성실하고 열정 있는 애널리스트야말로 투자자들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고, 이런 애널리스트들이 많으면 자연히 기본에 충실한 리서치센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서울증권에서는 올해 코스피지수 정점을 2140으로 예견하고 있습니다. 단기 급등락 요인들이 여전히 상존하긴 하지만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금의 강세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여파가 차츰 잦아들고 있는 데다 세계 경제를 이끄는 축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급격히 이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소비 침체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된다면 우려할 상황으로 진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중국 경제의 건재는 그 어떤 시장 불안 요인도 잠재울 수 있는 호재입니다.국내 경제도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중국 시장이 좋기 때문에 중국 관련주들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철강 화학 조선 등 소재 분야에 대해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긍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반면 통신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업종은 당분간 관망하고 있습니다. 이들 업종은 미국의 경기가 좋아져야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의 소비 경기가 크게 나아졌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습니다. IT 종목의 경우 시장을 꾸준히 관찰하는 인내심이 필요한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앞서 언급한 대로 중국 관련주인 소재 업종으로 포토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또 업종 대표주를 보유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업종 대표주의 경우 시장 장악력이 높아 수익성과 성장성이 뛰어납니다. 소재 업종 중에서 굳이 우열을 따지자면 화학 업종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시현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형주 중에서는 호남석유화학과 한화석유화학을, 스몰 캡(중소형주)에서는 카프로와 케이피케미칼을 추천합니다. 이 중 카프로와 케이피케미칼은 비교적 상승 여력이 충분한 편입니다. 화학 사이클상 화섬 관련 종목이 호황을 마무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물론 장기적으론 호재임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이 당장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습니다.북한에 투자해 수익을 내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지요. 제도가 미비하고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이 부족한 것도 걸림돌입니다.”박희운서울증권 리서치센터장성균관대 회계학과성균관대 대학원 회계학과한누리살로먼증권 선임조사역도이치모건그렌펠증권 차장CJ투자신탁운용 투자전략팀 차장삼성투자신탁운용 리서치팀장글 김태철·사진 이승재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