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는 전형적인 일본 차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닛산이 북미 시장을 겨냥해 만든 브랜드답게 인피니티는 폭발적인 가속력을 자랑한다. 광활한 북미 대륙을 질주하는 야성은 이 차에 흐르는 전반적인 분위기다. 편안함과 정숙미라는 동양적인 감성으로 접근한 도요타의 렉서스와는 접근 방식부터 달랐다.그래서 인피니티의 차는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자랑한다. 이번에 시승한 G35 쿠페 역시 지금까지 선보인 인피니티 라인업의 전통미를 그대로 계승했다. 다만 외관은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하기 위해 최대한 곡선을 살렸다.이 차가 처음 공개된 것은 지난 4월 뉴욕모터쇼에서다. 당시 해외 언론은 이 차에 대해 ‘날렵한 몸매의 호랑이’라고 평가했다. 군살 하나 없는 매끈한 호랑이의 등에 타고 도로를 질주하는 것을 상상해 보라.G37 쿠페는 기존 G35 쿠페에 비해 엔진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 이 차에는 미국 자동차 전문지 워즈가 13년 연속 세계 10대 엔진으로 선정한 VQ35HR엔진의 4세대 버전이 장착돼 있다. 이 때문에 마력 수가 333마력까지 나와 기존 G35 마력(280마력)을 훨씬 능가한다. 굳이 비교한다면 독일이 자랑하는 아우디의 TDI엔진과 비슷한 느낌이다. 다만 접지력은 아우디 콰트로에 견줄만 한 수준은 아니다.연료 효율은 리터당 9km로 3700cc급 차량 치고는 높은 편이다. 고속도로에서는 연비가 리터당 11km까지 올라간다. 또한 흡기 캠 샤프트에 유압식 제어 가변 밸브 타이밍과 흡기 밸브에 전자식 제어 가변 밸브 리프트 기술이 적용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대폭 낮췄다.인테리어는 G35와 별 차이가 없다. 이 차의 전륜 서스펜션은 경량이면서도 강도가 높은 더블 위시본, 후륜에는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채택해 강성을 크게 높였다. 에어컨과 오디오 시스템을 비교적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차 내에 11개의 보스 스피커가 장착돼 있어 극장에 온 느낌을 준다. 푸시 버튼 스타트와 후방 카메라, 주차 센서 등 다른 라인업에 장착된 시스템도 그대로 설치돼 있다. 시트는 운전자의 체형에 맞게 등, 허리, 다리 부분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 장시간 주행에 따른 피로감을 줄여준다.이 차의 매력에 흠뻑 빠지기 위해서는 직선 주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곡선 주로에서의 회전력은 독일 영국 등 유럽 차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 시속 80km로 60도로 꺾이는 고갯길을 넘었는데 차량의 쏠림 현상이 생각보다 크게 느껴졌다. 차 값은 부가세를 포함해 5980만 원이다.New Audi TT-고속 양탄자 같은 스포츠 쿠페 전설아우디TT는 독일이 자랑하는 대표적인 스포츠 쿠페다. 포르쉐, 페라리가 1%의 최상위층을 타깃으로 한 스포츠카라면 아우디TT는 가격 면에선 이들 차들에 비해 싸지만 성능은 결코 뒤지지 않아 대중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 때문에 아우디TT의 엔진 성능은 자동차 업계의 가이드라인과 같은 역할을 한다.그런 아우디TT가 지난 5월 페이스리프트 돼 일반에 공개됐다. 이번에 출시된 뉴 아우디TT는 이전 버전에 비해 곡선미를 더욱 살려 역동적인 이미지를 높였다. 주행에 불필요한 공기 저항을 최소화해 스포츠 쿠페의 매력이 물씬 풍겨나게 한 것도 뉴 아우디TT의 특징이다.차체는 키웠다. 전장은 4178mm로 137mm 늘어났고, 전폭도 1842mm로 78mm 길어졌다. 총 4명이 탈 수 있도록 설계됐지만 국내에서는 2인승으로 허가를 얻었다. 만약 4명이 이 차를 탄다면 뒷좌석은 키가 1m60㎝ 이하인 사람의 차지다. 공간이 그만큼 좁다는 얘기다.앞모습은 이전 모델에 비해 성숙됐다. 싱글 프레임 그릴과 날카롭게 디자인된 헤드라이트에서 예전의 앙증맞음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날렵한 표범과 같은 느낌을 전해준다. 하부에다 힘을 실어주기 위해 시속 120km에 다다르면 스포일러가 범퍼 뒤에서 자동으로 나오도록 설계된 것도 특징이다.내부는 일반 아우디 차량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벤츠, BMW가 내부 시스템에 역점을 두는 대신 아우디는 엔진과 프레임, 서스펜션 등 자동차의 기본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전혀 이상할 게 없다. 내부의 모든 시스템은 운전자를 배려해 설계됐다. 오디오와 에어컨 장치가 있는 센터 콘솔이 운전자 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스티어링 휠을 인체공학적으로 설계한 것도 운전자를 배려하기 위한 것이다.아우디TT 쿠페에는 2.0TFSI엔진이 장착돼 있는데 최고 출력이 200마력, 최대 토크가 28.6kg·m까지 나온다. 정시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6.4초이며 최고 시속 210km까지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이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고속으로 나는 양탄자를 탄 느낌이다. 순간 가속이 마치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힘껏 내달리는 점보 여객기와 같다. 그러면서도 연비는 리터당 12km다. 시내 주행에서는 8km선. 2005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올해의 엔진으로 뽑힐 만하다. 아우디코리아에 따르면 2.0TFSI엔진은 세계 최초로 터보차저를 직접 분사 엔진에 적용한 것으로 실린더 헤드에 장착된 고압 분사기가 연료를 연소실로 직접 분사하기 때문에 엔진의 열 손실을 크게 줄여준다. 여기에 터보차저 기술이 더해져 엔진의 토크와 출력은 더욱 높아지고, 연료 소비는 최대 15%까지 줄어든다. 곡선 주로의 강자 콰트로 기술을 보유한 메이커답게 곡선 주로에서의 주행 성능은 수준급이다. 시속 80km로 곡선 주로를 내달릴 때도 핸들의 쏠림 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송창섭 기자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