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노트]미생에서 완생으로
[한경 머니=한용섭 편집장]미생(未生)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바둑에서 집(戶)이나 대마가 아직 완전하게 살아 있지 않은 상태를 가리키는 말인데 완생(完生)과 대비되는 말로 쓰이죠. 특히 ‘미생’은 윤태호 작가의 웹툰 작품명으로, 동명의 드라마까지 만들어져 바둑을 모르는 일반 대중에게도 이미 익숙해진 단어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미생에서 완생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쩌면 영원히 완생을 이루지 못할지라도, 불완전한 존재로서 그 부족함을 조금씩 채워나가며 길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 우리들의 숙명인 거죠.

드라마 ‘미생’에는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길이란 걷는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 나아가지 못하는 길은 길이 아니다. 길은 모두에게 열려 있지만 모두가 그 길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령화·저금리·저성장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노후를 걱정하고 대비하려는 것도 좀 더 완생에 가까워지려는 고민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요. 늘어난 평균수명만큼 치료비 걱정을 더 해야 하는 ‘유병장수 시대’, 부모 사후에 재산을 놓고 벌어지는 ‘피도 눈물도 없는 가족 간 상속전쟁’, 치매 등 갑작스런 건강 악화로 인한 자산관리 고민 등 풀어야 할 숙제들이 산적합니다. 더구나 지금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진이 우리 일상을 지배하며 모질게 흔들 경우에는 미래의 밑그림을 그리기는 더욱 어려울 겁니다. 그렇다면 불확실성의 시대, 미래를 위한 안전장치는 없는 걸까요?

한경 머니가 주목한 것이 바로 노후 대비 자산관리의 만능 도구로 이목을 끌고 있는 ‘신탁(trust, 信託)’입니다. 신탁은 고령화·저금리 시대에 자산관리 수요가 확대되면서 ‘종합자산관리의 구원투수’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노후 자산관리, 상속·증여, 성년후견제도 지원, 반려동물 양육 지원, 손·자녀 결혼 및 교육자금 지원 등 계약에 따라 무한대로 변신이 가능한 점이 자산관리의 안전망으로 떠오른 이유죠.

한경 머니는 3월호 ‘노후 대비 인생바둑, 신탁의 묘수’에서 미생에서 완생으로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한 신탁의 노하우들을 소개합니다. 마치 인생바둑을 두듯 상속분쟁, 부동산 관리, 고령화 등의 난제들을 신탁의 묘수로 풀어보았고, 현행 신탁제도의 개선점들도 짚어보았습니다.

올해 창간 16년째를 맞는 한경 머니는 완생으로의 진화를 꿈꾸고 있습니다. 3월호에 대대적인 리뉴얼을 단행해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Invest & Spend’라는 창간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투자’와 ‘소비’를 콘텐츠의 양 축으로 삼아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MONEY’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미생에서 완생으로 나아가는 한경 머니의 재도약을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주실 것을 믿습니다.

한용섭 기자 poem197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