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하만덕 미래에셋생명 금융서비스 대표이사 부회장

35년 경력의 업계 최고 보험 전문가인 하만덕 미래에셋생명 부회장이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이동해 ‘룰-체인저(rule-changer)’로 나선다. GA가 국내 보험 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고객, 설계사, 보험사에 모두 이득이 되는 상생의 기반을 닦는 혁신에 나선다.
'프런티어' 미래에셋, GA 혁신·상생 펼친다
“어떤 회사, 어떤 상품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노후의 등급이 달라질 겁니다.”

하만덕 미래에셋 금융서비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금융소비자들의 ‘냉철한 선택’을 강조했다. 미래에셋금융서비스는 미래에셋생명의 자회사형 독립법인 보험대리점(GA)이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12월 전속 판매 채널을 분리한다고 발표하면서 제판분리를 공식화했다. 지난 10년 미래에셋생명을 이끌어왔던 하만덕 미래에셋 부회장이 미래에셋금융서비스 대표이사로 이동해 제판분리(보험의 제작과 판매를 분리)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오는 3월 8일 종합자산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종합 재무컨설팅 회사를 목표로 새롭게 출범한다.

하 부회장은 “이번 제판분리로 금융소비자들이 미래에셋의 전문가로부터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으니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경험하게 할 것이다”고 자신했다.

35년 업계 최고 보험 전문가, ‘GA 혁신’ 승부수

하 부회장은 35년 보험 외길을 걸어온 업계 최고의 보험 전문가다. 2011년 1월 미래에셋생명 대표이사에 취임 후 지난 10년간 미래에셋생명을 이끌었다. 2015년 미래에셋생명의 코스피 상장, 2018년 베트남 미래에셋프레보아생명 출범과 PCA생명 합병을 주도했다. ‘변액보험 명가(名家)’로 미래에셋생명을 국내 은퇴 설계 시장의 리딩 컴퍼니로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현재 전체 변액보험 신규 가입자 2명 중 1명 이상이 미래에셋생명의 변액보험을 선택하는 차별화한 입지를 구축했다.

“7년 전 한 기사에서 변액보험이 펀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이로 인해 수익률이 저조하다는 지적을 뼈아프게 읽었습니다. 개인이 변액보험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점에 주목했습니다. 전문가가 관리해주는 혁신적 상품인 ‘일임형’ MVP펀드의 개발 계기가 됐습니다.”

하 부회장은 미래에셋생명 변액보험의 우수한 성과로 인해 ‘보험 가입은 무조건 손해’라는 세간의 인식이 바뀌고 있는 점을 주목한다. 보험을 통한 장기 투자로 수익 창출의 성공적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PCA생명과의 합병은 이러한 미래에셋생명의 변액보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는 방안이자 ‘인적 통합’의 좋은 사례로 하 부회장의 ‘장수 최고경영자(CEO)’ 이력에서 가장 으뜸으로 꼽는 부분이다. 하 부회장은 PCA 통합을 1년 앞둔 2017년 PCA 대표이사로 이동해 두 회사의 원활한 상호 소통을 이끌고 경영 체계를 정비했다. 하 부회장은 “예전 회사의 고유 브랜드를 쓰다가 인수되는 과정에서 임직원들은 마음을 다치기 쉬운데, 이탈자들이 거의 없이 미래에셋생명으로 합류해 지금까지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점이 정말 고맙고,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번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의 이동 역시 특유의 조직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제판분리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하 부회장의 적극적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미래에셋생명의 제판분리는 단순히 업무 기능이 분화되는 차원이 아닌, 대형화와 전문화를 갖춘 별도 조직으로 현재 GA가 잠식하고 있는 보험 판매 채널의 지각변동을 예고한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1월 영업조직 분사를 앞두고, 미래에셋금융서비스에 700억 원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하 부회장은 “3000명이 넘는 재무설계사(FC)들이 미래에셋을 믿고 자회사형 GA로 이동한다”며 신뢰와 기대를 나타냈다. 그는 “FC들은 전속 설계사일 때보다 커진 시장에서 소득이 높아지는 기회를 얻고, 금융소비자들은 미래에셋의 전문가로부터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아 안정적 노후를 준비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다음은 하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프런티어' 미래에셋, GA 혁신·상생 펼친다
미래에셋생명이 3월 8일 업계 최초로 전속 판매 채널을 분리합니다.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처음에 길을 잘 닦는 것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제판분리는 국내에선 미래에셋생명이 선제적으로 나서지만, 앞으로 대형 보험사들도 피할 수 없는 트렌드로 정착될 것입니다. 그동안 보험 영업은 소비자가 주도적으로 선택하기보다 FC가 권유하는 상품을 가입하는 경우가 적잖았습니다. 하지만 금융 정보가 빠르게 오픈되고 소비자들의 욕구가 다양해지면서 변화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한 보험사의 상품으로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제판분리는 보험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미 효용성이 입증됐습니다. 미국의 유나이티드헤리티지생명, 영국과 호주의 독립투자자문업자(IFA)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고객과 설계사, 회사에 모두 이익이 되는 상생의 모델이 정착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보험 관련 법과 제도가 개선되면서 제판분리 모델이 발전할 것이라고 봅니다. 이제 다양한 회사의 상품과 전문가의 역량이 집결되는 비즈니스 모델은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래에셋금융서비스를 직접 진두지휘하는 것도 화제입니다.

“개인적으로 영광스럽습니다. 판매 전문 채널을 경영해보고 싶었습니다. 지난 35년의 보험 인생에서 30년 이상 보험 영업의 현장에 있었습니다. 지금도 ‘나는 FC다’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설계사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 고객을 만나왔습니다.

미래에셋생명 대표이사로 지난 10년 동안 회사의 규모는 크게 성장했고, 자본 건전성에서도 업계 최고라는 평가를 얻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생명이 새로운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 시 경쟁력이 가장 높은 회사라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이제 제가 가장 잘하고, 해보고 싶었던 분야인 판매 부문에서 보험업계 전체 패러다임을 바꾸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싶습니다.”

미래에셋금융서비스 출범 준비 과정에서 역점을 두는 것은.

“GA는 다양한 보험 상품의 비교 분석을 통해 고객에게 최적의 상품을 제안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기존 미래에셋생명 설계사들은 현재까지 생명보험만 판매했다면, 앞으로는 재물보험이나 자동차보험 등 생활형 상품이 많은 손해보험도 준비 중입니다. 물론 안정적인 수익률을 바탕으로 한 미래에셋생명 변액보험이 주력 상품입니다.

하지만 생명보험 상품이라고 해도 판매 대상을 미래에셋생명 상품에 한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미래에셋생명 외에도 각 분야에서 차별화된 강점이 있는 상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각사의 연금상품, 치아보험, 치매보험 등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라인업을 구성 중입니다. 미래에셋의 고객 철학인 ‘고객동맹’은 먼저 고객을 잘되게 하는 것이 근간입니다. 고객에게 가장 좋은 상품을 찾아 연결하는 역할에 충실할 것입니다.”

미래에셋금융서비스와 기존 GA는 어떻게 다른가요.

“미래에셋 브랜드에 걸맞은 금융 인프라가 가장 두드러진 차별점입니다. 최근 GA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상대적으로 고객 민원과 소비자 불만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미래에셋금융서비스는 소비자 보호 의무를 강화해 신뢰 확보에 중점을 둘 것입니다.

여기에 미래에셋의 금융 자문 컨설팅 역량을 더해 단일 보험 상품이 아닌 퇴직연금, 대출, 투자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금융상품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증권, 자산운용, 생명보험, 캐피털 등 국내 굴지의 계열사들이 든든한 조력자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차별화된 교육을 통해 다양한 금융상품을 다루는 종합 자산 컨설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넉넉한 수준의 자본금과 업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도 구축했습니다. 정보기술(IT) 시스템만 해도 반년 이상 준비했는데 가장 선진화된 시스템이라 자부합니다.”

업계에서는 설계사들의 GA 이동으로 인한 우려도 나옵니다.

“기존에는 보험사에 소속돼 활동하다가 GA로 이동하는 경우 고객 관리가 어려웠습니다. GA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고객을 두고 가야 하는 한계가 있었던 것입니다. 반면 미래에셋금융서비스에선 미래에셋 고객을 그대로 관리하면서 새로운 상품과 시장을 넓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커지는 시장만큼 FC의 소득도 올라가리라 기대합니다. 비단 미래에셋이 아니라 앞으로 다른 보험사에서 이런 시도를 하더라도 흔쾌히 동참해주는 것이 고객과 FC의 상생과 발전을 위해서도 더 좋은 선택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공부를 많이 하는 각오는 필요합니다. 생·손보 상품뿐 아니라 종합적 자산관리를 위한 연구와 자격증 취득은 필수적입니다.”

금융소비자에 대한 조언은.

“그동안 보험은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제하면 무조건 손해 보는 상품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다른 금융상품과 달리 고객 스스로 선택하기보단 설계사들의 권유로 가입하는 경우가 많았고요.

하지만 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는 국면에서 과연 내 노후를 준비하는 데 가장 적합한 상품이 어떤 것인지, 어떤 전문가로부터 종합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지 냉철하게 바라봐야 합니다. 지금은 연금 같은 장기 상품의 금리도 채 2%가 되지 않습니다. 투자로 성과를 높이지 않으면 10년, 20년 지난 뒤 자산의 크기는 어마어마하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노후의 소중한 자산을 맡길 금융사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고, 어떤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그 선택에 따라 노후 등급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만덕 부회장은…

보험설계사들이 육아시설이 없어 아이를 업고 안고 출근하던 1986년, 보험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보험설계사에 대한 문전박대가 일상이던 시절이었지만, 점차 금융전문가로 성장하고 소득을 창출하고, 소비자들의 위험을 관리해주는 것이 “보람되고, 재미있었다”고 회고한다. 1992년 미래에셋생명에 입사했으며, 2005년 FC영업본부장 이사, 2010년 FC 영업1대표 전무를 지내는 등 영업 현장을 지휘했다. 2011년 미래에셋생명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뒤 2016년부터 대표이사 부회장을 지냈다. 2017년 9개월간 PCA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을 역임한 후 2018년 미래에셋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에 복귀했다. 2020년 12월 국내 GA 시장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미래에셋금융서비스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이동했다.

배현정 기자 gr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