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연극계의 살아있는 전설, 배우 박정자가 5월 1일부터 23일까지 대치동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펼쳐지는 연극 <해롤드와 모드>에 출연한다.
‘리빙 레전드’ 박정자 출격, 연극 '해롤드와 모드'
연극<해롤드와 모드>는 작가 콜린 히긴스(Colin Higgins)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동명 영화(1971년)로 먼저 알려졌고 이후 다시 히긴스에 의해 연극으로 만들어져(1973년) 무대에 올랐다.
자살을 꿈꾸는 19세의 소년 해롤드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80세 모드를 만나면서 사랑을 느끼는 파격적인 소재의 이 작품은, 유럽을 중심으로 하여 전 세계로 퍼져나가 연극과 뮤지컬로 브로드웨이를 비롯한 다양한 나라들에서 재 생산되며 스테디셀러로서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1987년 김혜자, 김주승 주연으로 한국 초연되어 현재까지 총 일곱 차례 공연되었는데, 그 중 초연을 제외한 여섯 번의 공연에 박정자가 주인공 ‘모드’역으로 출연하여, <해롤드와 모드>는 박정자의 시그니처 공연으로 자리매김 하였다.
배우 박정자는 2003년 이 연극의 첫 출연 당시 “여든 살까지 매년 이 작품을 공연하고 싶다. 그리고 80이 되는 날 나 역시 모드처럼 끝낼 수 있다면 아름다울 것”이라고 공언했다.
올해 공연되는 <해롤드와 모드>가 더욱 의미 있는 것은 바로 박정자가 80세에 올리는 <해롤드와 모드>이자 그녀가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마지막 <해롤드와 모드>이기 때문이다.
박정자는 마지막 <해롤드와 모드> 공연에 대한 소회로 “80이 꽤 먼 줄 알았는데 어느덧 여기 와있다. 끝날 때는 사뿐하게, 가볍게 끝내고 싶다. 한 배우가 극 중 나이 80을 향해 왔으니, 잘 왔다고 생각한다. 약속한 이 나이까지 올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프로듀서 박명성, 연출 윤석화, 해롤드 역에 연극계의 신성 임준혁, 오승훈이 함께하는 박정자의 <해롤드와 모드>때문에 올해 <해롤드와 모드>는 배우 박정자가 마지막 공연에 오롯이 마음을 쏟아낼 수 있도록 평소 박정자와 인연이 깊었던 박명성 프로듀서가 제작을 맡고, 한국 연극계에 빛나는 또 다른 이름 윤석화가 연출한다.
연출 윤석화는 “2003년 박정자의 <19 그리고 80> 첫 공연에 제작자로서 참여했다. 10년 전 이 공연의 마지막 연출은 네가 맡아달라고 말씀 하셨는데 그것이 이렇게 현실로 다가왔다. 존경하는 선배이자 오래된 동료인 박정자 선생님을 위해 내가 쓰임이 있는 곳이 있다면 꼭 참여하고 싶었다"며 "연극 <해롤드와 모드>는 평범한 일상을 통해서 평범하지 않음을 꿈꾸게 해주는 작품이다. 컬트 연극이자 부조리 연극으로서 작품의 개성을 미니멀한 무대에 담아내고 싶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드를 박정자라는 배우를 통해 보여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공연의 해롤드는 한국 연극계의 유망주 임준혁, 오승훈이 번갈아 출연한다.

김수정 기자 hoh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