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토리/ 암호화폐 투자의 정석

#3월 31일, 비트코인 7000만 원 찍어
#4월 1일, 비트코인 7300만 원 돌파
#4월 2일, 사상 최고치 기록 7400만 원
#4월 3일, 한국 7500만 원, 미국 6700만 원, 또 최고치 경신
#4월 7일, 8000만 원 위협하던 비트코인 급락



최근 암호화폐와 관련된 뉴스 기사의 제목들이다. 그야말로 광풍이다. 시쳇말로 어딜 가나 암호화폐 얘기가 빠지면 서운할 정도다. 암호화폐가 자산으로서 인정받는 분위기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돈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이른바 ‘실물 결제’가 허용되는 곳도 잇따라 등장하면서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인식이 바뀌고 있다.
현재 디지털 전자거래소에 따르면 4월 9일 기준 거래소별 비트코인 1개(1BTC) 가격은 빗썸 7400만 원, 코빗 7381만 원, 코인원 7404만 원, 업비트 7387만 원에 달한다. 같은 날 우리나라 최고의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 1주가 8만3600원에 거래를 마감한 것과 단순 비교하면 실로 엄청난 가격이다.
암호화폐는 주식과 달리 국가별 거래소마다 가격이 다르게 형성되기 때문에 한국에서 유독 비트코인 가격이 높은 현상을 ‘김치 프리미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분위기에 한 업계 전문가는 한국이 세계 블록체인 업계의 허브가 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말하기도 했다.

초연결 시대, 돈의 개념 바뀌어
정보기술(IT) 발달로 인해 이른바 ‘연결’이 활성화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 도래했다. 기술 변화로 인한 연결은 사실 고대부터 존재해왔다. 도로가 연결돼 마차가 다니고 자동차, 비행기를 통해 멀리 떨어진 공간 간의 물리적 연결이 가능해졌다. 이후 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직접 연결이 아닌 원거리 연결이 시작됐다. 여기에 1990년대 말 인터넷, 2000년대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초연결 시대가 시작됐다.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는 개념의 ‘유비쿼터스’, 각 가전들에게 연결을 부여하는 ‘사물인터넷(IoT)’, 요즘의 4차 산업혁명 등은 연결이 진화한 개념이지 다른 뜻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기술은 블록체인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정도다. 이 중에서도 블록체인은 인류의 실생활, 즉 경제활동에 영향을 크게 미치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기도 하고 이전에는 없던 가상자산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특히 가상자산, 즉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의 꽃이라고도 불린다. 우리가 알던 돈의 개념을 완전히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등장으로 부자를 꿈꾸는 사람이 늘고 있다. 누군가는 재테크 일환으로 암호화폐를 활용하면서 시장에 대해 치열한 학습을 진행한다. 또 어떤 다른 사람은 일확천금을 꿈꾸며 암호화폐에 자산을 모두 쏟아 붓기도 한다.
암호화폐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시장에 치밀한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이미 부자가 된 사람은 있어도 누구나 쉽게 부자가 될 수는 없다는 얘기다. 특히 처음 투자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곳곳에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어서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빅스토리]뜨거운 암호화폐, 재테크 수단될까
암호화폐는 화폐일까…여전히 뜨거운 논쟁
암호화폐 전문가들에 따르면 2021년에도 미국의 양적완화 및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면 여기서 자금을 축척한 사람들이 여유자금으로 주식투자를 하듯이 비트코인에 투자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암호화폐 시장은 전 세계에서 24시간 시장이 열린다는 것도 시장이 커지는 요소가 된다. 또 젊은 층의 실직, 미래 불확실성 등은 비트코인의 수요를 더욱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다. 지난 2018년 한 교양 TV 프로그램에서 유시민 작가와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사이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유 작가는 암호화폐를 화폐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으며, 이에 반해 정 교수는 화폐로서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당시 유 작가는 “화폐는 교환의 매개수단이 돼야 하고 가치의 안정성이 있어야 한다”며 “가치척도로서의 기능이 필수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트코인은 실제 화폐로서 거래의 수단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치 측정의 기준이 될 수 없다”며 “가치가 변하기 때문에 화폐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 교수는 “비트코인이 중심이 돼 화폐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은 거래소 숫자로만 비트코인을 경험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며 “가상자산은 개인도 발행할 수 있지만 페이스북 코인, 아마존 코인 등을 볼 때 가치를 저장하고 매개하고 물건을 교환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화폐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이 사기라고 말한 것을 후회한다”고까지 말한 바 있다. 반면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유로 가치는 안정돼 있지만 비트코인의 시세 변동은 심하다. 유로, 달러와 달리 중앙은행에 의한 증명도 없기 때문에 화폐라고 보기 어렵다”라며 “비트코인에 대한 금지와 규제는 ECB의 책임하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소의 ‘가상(암호)화폐와 자금세탁, 그리고 화폐의 미래’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가상화폐와 동전(또는 지폐) 없는 사회는 구별해야 하며 가상화폐의 정신은 블록체인이 추구하는 탈중앙화, 탈권위로 봐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처럼 암호화폐에 대한 찬반 논쟁은 여전히 국내외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은행들은 그동안 가상자산에 관해 소극적이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제 확립과 우리나라에서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빅스토리]뜨거운 암호화폐, 재테크 수단될까
암호화폐 결제서비스 확대…돈처럼 사용
전문가들의 진단처럼 암호화폐가 자산으로 인식될 수 있는가를 판단하려면 실물경제에서 실제 돈처럼 사용할 수 있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최근 움직임을 보면 암호화폐의 결제수단화가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미국 온라인 전자결제 시스템 제공 업체 페이팔은 암호화폐를 이용해 간편결제를 할 수 있는 ‘체크아웃 위드 크립토(Checkout with Crypto)’를 미국 회원 대상으로 내 놓았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비트코인캐시, 라이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페이팔과 연계된 수백만 개의 글로벌 온라인 사이트에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종합 결제 비즈니스 업체 다날의 블록체인 자회사 다날핀테크는 4월 5일부터 자사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 페이코인을 전국 5300여 개 이마트24 편의점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기존 CU, 세븐일레븐, 미니스톱에 이어 이마트24 서비스 추가로 페이코인을 사용 가능한 편의점은 전국 3만2000여 개로 늘었다.
[빅스토리]뜨거운 암호화폐, 재테크 수단될까
유독 MZ세대가 암호화폐에 열광하는 이유는
암호화폐 시세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MZ(밀레니엄+Z세대의 합성어, 1980~2000년대 출생자)세대들이 암호화폐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전체의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비트코인 외에 투자 코인으로 투자 타이밍만 잘 맞추면 거액을 손에 쥘 수 있어서다.
대다수의 MZ세대들은 예전처럼 자기계발이나 승진을 통한 전통적인 방법으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인식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통, 철강, 자동차, 정유 등 전통 산업 분야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던 세계 부호 순위가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등 이른바 IT 부자로 바뀌는 현상을 눈여겨봤던 세대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또한 암호화폐 거래소를 이용하는 측면에서 디지털 세대인 MZ세대가 유리하다는 점은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평생직장 개념이 없고 투잡에 익숙하며 ‘경제적 자유’를 미리 얻어 조기 은퇴를 꿈꾸는 세대라는 특성도 MZ세대를 가상화폐 시장으로 끌어당기는 요인이라는 평가다.
이에 MZ세대를 중심으로 증시로 몰렸던 자금이 이제는 가상화폐 시장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주식 열풍을 주도했던 젊은 세대들이 코인 시장으로 대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